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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해고예고수당은 근로제공 대가로 받는 임금이 아닌 경제보상금
작성자 : 최미정 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포함)하고자 하는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통상 '해고예고수당'이라고 합니다.
한편,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하는데(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해고예고수당이 임금에 해당할까요? 만일 해고예고수당이 임금에 해당한다면 이는 금품청산의 대상이 되고, 미지급 시 임금체불로 간주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해고예고수당의 성격
해고예고제도는 사용자가 갑자기 근로자를 해고하면 근로자의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기간 동안의 생계비를 보장해 해고로 인한 근로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4헌바3 결정 참조).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려면 그 금품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해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지급의무의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볼 수 있는 금품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4다27807 판결 등 참조).
해고예고제도의 입법 취지와 임금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고예고수당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부여하지 않은 데 대한 생계비 보장 차원의 경제적 보상에 불과하며, 이는 근로제공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비록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서울동부지방법원 또한 해고예고수당의 임금성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12. 13. 선고 2022나35843 판결).
같은 맥락에서 '소득세법 기본통칙'은 사용자가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않고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근로기준법 제26조의 규정에 의한 해고예고수당을 퇴직소득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은 자가 해고가 부당해고로 결정돼 복직하는 경우에도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소득으로 봅니다[소득세법 기본통칙 2014, 22-2(해고예고수당)].
3. 해고예고수당의 법 적용 범위
가. 임금체불 및 반의사불벌죄 해당 여부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 청산)에 관한 규정은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근로자가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 등의 금품이 조속히 지급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금품을 받기 위해 사업장에 남아 있는 등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기 쉽고 또한, 근로자 및 근로자 가족의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를 위반한 자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지급)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다만, 임금체불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임금을 체불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
이처럼 근로기준법 제26조와 제36조는 그 입법 취지 및 보호법익이 서로 다르고 그 성립요건 역시 상이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제26조를 위반한 자는 제110조 제1호로서, 제36조를 위반한 자는 제109조 제1항으로서 처벌하는 것으로 구분해 규정하고 있는바, 해고예고수당이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그 미지급은 임금체불로 볼 수 없고, 반의사불벌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도9481 판결 등 참조).
나. 금품청산 기한의 적용 여부
근로기준법 제36조 본문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고예고수당이 위 조항에서 정한 '임금', '보상금' 또는 '그 밖의 모든 금품'에 포함돼 금품청산 기한인 14일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6조 본문 후단은 사용자가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써 해고예고에 갈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해고예고수당은 해고예고를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어도 해고의 효력발생 시기 이전에는 그것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또한 해고예고 및 해고예고수당 제도의 입법 취지가 근로자는 다른 직장을 얻을 때까지 생활의 위협을 받게 되므로 적어도 다른 직장을 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간적인 여유를 부여하거나, 그 기간 동안의 생계비를 보장하여 근로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시켜주고자 하는 취지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해고예고수당은 사용자의 해고 의사표시에 나타나는 근로관계의 종료시점(즉 해고통지에 표시된 해고일자)까지는 지급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4557 판결 및 그 원심판결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4. 5. 선고 2012노4002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시는 해고예고수당을 금품청산 기한의 적용을 받는 '임금 등'으로 보지 않고, 해고의 효력 발생 시점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독자적인 지급기준을 갖는 금품으로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 지연이자 지급 여부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 청산)의 대상이 되는 금품은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의미하고, 근로기준법 제37조(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제1항은 "사용자는 제36조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임금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급여(일시금만 해당)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 일수에 대해 연 100분의 40 이내의 범위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의 문언상 임금·보상금·그 밖의 일체의 금품이 근로기준법 제36조 본문에 따른 청산의 대상이 되지만,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이 정한 지연이자의 지급대상은 임금과 퇴직금으로 한정됩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해고예고수당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에 따른 지연이율이 적용되지 않으므로[대법원 2021다270074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춘천) 2021나775 판결 등 참조], 해고예고수당에 대해 근로기준법 소정의 지연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12. 13. 선고 2022나35843 판결).
라. 소멸시효 3년 적용 여부
대법원은 해고예고수당을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른 '임금채권'으로 보고, 그 소멸시효를 3년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65. 7. 6. 선고 65다877 판결). 이에 따라 최근까지도 하급심 법원은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근거로 해고예고수당을 임금채권으로 보고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4. 10. 24. 선고 2024나55740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4. 6. 12. 선고 2023나323642 판결, 인천지방법원 2023. 12. 13. 선고 2022나77623 판결 등). 이는 해고예고수당 역시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금전채권의 일종이므로, 임금채권에 관한 법적 보호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한편, 해고예고수당은 사용자가 해고예고 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그에 갈음해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금원에 불과하므로, 근로자가 직접적인 근로제공의 대가로 수령하는 통상적인 임금과는 달리 우연히 발생하는 금전적 이익에 해당하며, 따라서 이를 일반적인 민사상 금전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인천지방법원은 위와 같은 반대견해를 언급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존중해 해고예고수당을 임금채권으로 판단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4. 10. 24. 선고 2024나55740 판결).
4. 나오며
해고예고수당은 근로제공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 아니라, 사용자가 해고예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그에 갈음해 지급하는 일종의 경제적 보상금으로 해석함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해고예고수당의 미지급을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로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금품청산 기한(제36조)이나 지연이자 지급(제37조)의 적용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더욱이, 임금채권보장법은 '임금 등'의 범위를 근로기준법상 임금, 퇴직금, 휴업수당, 출산전후휴가급여로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3호). 이러한 법체계상의 정합성을 고려할 때 해고예고수당은 '임금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입법 취지 및 체계에 부합하며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원은 대법원 1965. 7. 6. 선고 65다877 판결을 근거로 해고예고수당에 임금채권으로서의 법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고예고수당은 그 본질상 사용자가 법정 해고예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일시적 보상 내지 손해배상에 해당하므로, 이를 통상적인 임금채권이 아닌 일반 민사상 금전채권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