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다211908·211915·211922 판결
작성자 : 최미정 공인노무사
1. 사안의 개요
자동차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피고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을 주장하면서 고용의무이행과 함께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었다고 보면서, ①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금 중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기간에 상응하는 부분만 손익상계로서 원고들의 청구금액에서 공제되어야 하고, ② 고용 의사표시 청구에 관하여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습니다.
3. 관련 법리
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으나 사용사업주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한 경우,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파견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을 산정할 때에는 손익상계로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로부터 지급받은 임금 등을 공제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3.22. 선고 2015다232859 판결 등 참조).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파견근로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득은 사용사업주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11.16. 선고 2005다3229 판결,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다98652 판결 등 참조). 퇴직금은 후불 임금의 성격 이외에도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과 공로보상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발생 시점과 산정 방법도 임금과 다르므로,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파견사업주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금은 그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향후 사용사업주에게 퇴직금 또는 그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때 비로소 공제할 수 있을 뿐이다.
나.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등 참조).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라는 법정책임을 부과한 것이므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하다.
4. 대법원의 판단
원고들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청구액에서 퇴직금을 일부라도 공제한 것은 잘못이나, 피고만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피고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을 수긍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5.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임금과 퇴직금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대응하는 손해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데, ⅰ) 퇴직금 지급의무가 과거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다가 삭제되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제정됨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임금 정의규정에 퇴직금이 포함되지 않는 점, ⅱ) 「근로기준법」상 지연이자 규정에 임금과 퇴직급여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제37조 제1항), ⅲ) 임금체불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에서, 퇴직금 체불에 대하여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에서 처벌규정을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임금과 퇴직금은 구분되는 항목인바, 위 판례가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1다201849 판결,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1다201856 판결 등에서는 위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여 파견사업주가 지급한 퇴직금은 향후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퇴직금을 구하는 경우에 공제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에 의해 사용사업주에게 부여된 법적의무이므로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은 법정채권으로서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할 것입니다. 더구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민사채권 보다도 단기로 규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한 것은 상사거래를 보다 신속하게 종결시키기 위한 것인바, 파견근로자에 대한 고용 의사표시를 상행위에 준하는 채권으로 보는 것은 법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