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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분양자들이 분양계약상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사건
- 대법원 2025. 12. 24. 선고 2025다215248 판결
작성자 : 이승훈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피고 1, 2와 사이에 오피스텔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분양계약에는 “매수인은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이하 ‘이 사건 해제조항’), 이후 매도인인 피고 1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자, 원고들이 이 사건 해제조항을 근거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피고들을 상대로 원상회복 등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해제조항에 따라 분양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그 위반사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거나 원고들이 이러한 위반 사실을 알았더라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하는데, 피고 1이 받은 시정명령은 그에 이르지 못한 경미한 위반사항으로 인한 것이므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관련 법리
대법원은 ‘계약에서 해제․해지 사유를 약정한 경우에 그 약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효력은 그 계약에서 약정한 내용에 의하여 결정된다(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3다14972, 14989, 14996, 15005 판결 등 참조). 당사자가 어떤 의사로 해제권 조항을 둔 것인지는 결국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계약체결의 목적, 해제권 조항을 둔 경위, 조항 자체의 문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해제사유로서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명시하여 정해 두고 있고, 더구나 그 해제사유가 당사자 쌍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일방의 채무이행에만 관련된 것이라거나 최고가 무의미한 해제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판단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14429, 14436 판결 참조). 나아가 계약당사자 사이에 약정해제 사유를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2676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이 반드시 중대한 위반사항에 해당할 필요는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i) 이 사건 해제조항은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건축물분양법 제6조 제4항 및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1호 가목에서 ‘분양사업자가 분양대상 건축물과 관련하여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분양받은 자가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사항’을 분양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함에 따라 이 사건 분양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정한 것이다. 약정해제권의 발생요건은 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이 반드시 중대한 위반사항에 해당할 필요는 없다.
(ii) 이 사건 해제조항은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매수인은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여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일의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사건 해제조항의 문언상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의 경중이나 그 위반사항이 당사자의 계약체결 의사, 계약의 목적달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해제권의 발생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5. 이 판결의 의의
건축물분양법 제6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1호 가목에 따라, 건축물의 분양계약서에는 ‘분양사업자가 분양대상 건축물과 관련하여 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분양받은 자가 분양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근래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인해 분양받은 건축물의 분양계약을 해제하려는 수분양자들이 위 조항을 이용하여, 분양사업자가 한 분양광고의 내용 등을 문제 삼아 분양사업자가 허가권자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게 하고, 이를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한 후 분양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에서는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분양계약을 곧바로 해제할 수 있다’는 견해와 ‘시정명령을 받게 한 위반사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만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견해가 모두 존재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시정명령의 사유가 관계 없이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수분양자의 권리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의의가 있는 판결이지만,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내용이 사소한 위반사항인 경우에도 수분양자의 무분별한 계약해제를 인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 판결에 따라 분양사업을 시행하는 분양사업자로서는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자체로 분양계약의 해제사유가 될 수 있음을 주의하고, 분양광고를 할 당시부터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 없는지를 잘 체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