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다267994 판결

작성자 : 이승훈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인 피고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완납한 소유권자들입니다. 피고는 계약 이후 설계변경을 통하여 입주자 모집 당시 제공한 분양 안내 자료와 주택전시관에 설치되어 있던 내용과 달리 원고들 세대가 위치한 동 사이 진입로에 문주(이하 ‘이 사건 부문주’)를 설치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분양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부문주를 설치함으로써 원고들이 기본적인 건축 계획에 따라 누릴 수 있었던 조망이나 경관상의 이익을 침해하여 원고들 소유 아파트가 기본적인 건축 계획에 의하여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벗어나 분양계약의 목적물로서 거래상 통상 갖추어야 하거나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보유하여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관련 법리

대법원은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설계변경으로 인한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의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은 분양된 아파트가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보유하여야 하거나 주택법상의 주택건설기준 등 거래상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인정된다. 여러 동의 아파트를 하나의 단지로 이루어 건축한 후 그 구분소유에 속하는 세대별로 분양하는 경우에 각 세대의 일조나 조망, 사생활의 노출 차단 등에 관한 상황은 아파트 각 동․세대의 배치 및 구조, 아파트의 층수, 아파트 각 동․세대 사이의 거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건축 계획에 따라 결정된다. 기본적인 건축 계획은 분양계약 과정에서 계약서 및 그 부속서류, 광고․설명 자료를 통하여 수분양자에게 제공되어 계약의 내용을 이루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분양자는 기본적인 건축 계획에 의하여 결정되는 일조나 조망, 사생활의 노출 등에 관한 상황을 예상하고 받아들여 분양계약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분양된 아파트가 건축 관계 법령 및 주택법상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적합하고, 아파트 각 동․세대의 방위나 높이, 구조 또는 다른 동과의 인접 거리 등에 따른 일조나 조망, 사생활 노출 등이 분양계약 체결 당시 수분양자에게 알려진 기본적인 건축 계획에서 제공되는 정보로부터 수분양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계약의 목적물로서 거래상 통상 갖추어야 하거나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보유하여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다9139 판결 등 참조).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부문주 설치에 따라 원고들 세대의 시야가 제한되었다는 사정이 원고들 세대가 거래상 통상 갖추어야 하거나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보유하여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i) 이 사건 부문주 설치로 일조시간, 천공조망 침해율, 차폐감 등급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 세대의 시야에서 이 사건 부문주와 경비실이 보이는 비율도 최대 2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부문주 설치에 따른 원고들 세대의 시야 제한이 중대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ii) 원심이 이 사건 부문주 설치로 원고들 세대의 조망이나 경관상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주된 근거가 된 자료는 원고들이 제출한 사진들이다. 이러한 사진들은 특정 지점과 각도에서의 시야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원고들 세대의 시야 제한 정도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이 사건 부문주의 정확한 크기, 이 사건 부문주가 위치한 곳과 원고들 세대 사이의 거리 등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부문주가 원고들 세대의 조망이나 경관상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제출한 사진들 외에 더 객관적인 측정에 기초한 자료가 필요해 보인다.

(iii) 이 사건 분양계약서에는 기타 유의사항으로서 ‘단지 조경 시공계획은 변경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원고들이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설계도면 등에는 원고들 세대 인근에 구조물 등의 설치가 예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향후 설계변경으로 수목이나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음이 예정되었으며, 원고들 세대는 비교적 저층인 2층 또는 3층에 위치하였으므로 설계변경으로 인근에 수목이나 구조물이 설치된다면 어느 정도 시야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사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5. 이 판결의 의의

최근 공동주택 및 상가의 분양계약과 관련하여 계약 체결 이후 발생한 설계변경으로 인한 채무불이행 책임이 문제되는 사건이 많아지는 가운데, 이 판결은 이와 관련한 일응의 기준 또는 사례를 설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분양계약서상에 ‘조경 시공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기재가 있는 점을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근거 중 하나로 들고 있으나, 이러한 ‘변경가능성’ 조항에도 불구하고 설계변경으로 인한 피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이 사건 부문주 설치로 인한 시야제한이 미미하고, 그 밖에 조망이나 경관상 이익 침해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들고 있는바, 분양계약서상에 시공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재만으로 분양자가 채무불이행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