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4166 판결
작성자 : 도종호 변호사
1. 기초적인 사실관계
이 사건 건물을 분양한 주식회사 A(이하 '소외 분양자'라고만 합니다)은 2014. 11. 4. 이 사건 건물 내 44개 호실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고, 2014년 11월 무렵까지 분양대상이 된 28개 호실 중 총 14개 호실에 관하여 매수인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는데, 나머지 16개 호실은 직접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았습니다. 위탁관리업자인 원고는 2014년 11월 소외 회사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계약기간이 2014. 11. 21.부터 2015. 11. 20.까지인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자인바, 2016. 11. 원고는 소외 분양자와 다시 계약기간이 2016. 11. 21.부터 2018. 11. 20.까지인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였고 2019년 9월 무렵까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관리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만 합니다) 제23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인 피고는 2019년 12월 무렵부터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관리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미납 관리비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8. 1. 1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7가소327973). 위 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2019. 5. 30. '원고가 미납 관리비 지급을 구하는 시점인 2016년 2월 무렵에는 소외 분양자의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관리권한이 소멸된 상태였으므로, 원고도 관리위탁계약에 따른 어떠한 관리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와 추가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8나53764). 위 판결은 2019. 8. 29.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19다241783, 이하 '관련판결'이라고만 합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관리단을 상대로 비용상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0가단530140).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고, 피고 관리단은 위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하였습니다.
2. 원심법원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2025. 6. 11. 선고 2024나60022 판결)
원심법원은 관련판결과 마찬가지로 ‘2014년 11월 무렵 이 사건 건물 중 분양대상이 된 28개 호실의 2분의 1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그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였음에도 지체 없이 관리단집회가 소집되지 않았으므로, 적어도 2016년 2월 무렵에는 소외 회사의 한시적 관리권한이 소멸되었다’는 전제에서, 원고가 2016년 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피고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관리업무를 계속하였으므로, 이로써 피고가 얻은 이익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피고 관리단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대법원은 대법원은 분양자가 관리단이 구성되지 않은 이상 여전히 한시적 관리권한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고가 2019년 12월 무렵부터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관리를 개시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시점까지는 분양자가 한시적으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관리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관리단이 관리업무를 개시하지 않고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임시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상 분양대상이 된 호실의 2분의 1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3개월 이내에 관리단집회가 소집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분양자의 한시적 관리권한이 소멸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는 관리권한이 있는 분양자와의 관리위탁계약에 따라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관리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4. 시사점
대법원은 먼저 집합건물에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되어 관리단이 당연 설립되었더라도 관리인 선임 등 관리업무를 수행할 조직을 갖추어 관리를 개시하기 전까지는 관리단이 집합건물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우므로, 구 집합건물법 제9조의3은 이때 집합건물의 분양자에게 한시적으로 집합건물의 관리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흔히 관리단이 당연 설립되므로 분양자의 관리의무도 종결된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대법원은 관리단의 당연설립과 관리인의 선임은 별개로 보았습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관련사건이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는바,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민사재판에서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고,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하면서도 그러한 경우에도 당해 민사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흔히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강력한 증거방법으로 사용되나 본 대법원 판결에서는 확정된 관련 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수 있는 사유를 제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대법원 판결은 관련 확정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수 있는 사유를 제시한 점 및 관리단이 당연설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은 이상 여전히 분양자가 관리권한을 가진다는 점을 명시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