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직불합의와 직불합의 후 공사대금채권에 대한 압류 등의 효력
- 대법원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
작성자 : 도종호 변호사
1. 사실관계
피고 5 회사는 정읍시로부터 교량가설공사를 도급받았는데, 2019. 4. 19. 원고에게 위 공사 중 토공사와 구조물공사를 하도급하였습니다. 발주자인 정읍시, 수급인인 피고 5 회사, 하수급인인 원고는 2019. 4. 19.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정읍시가 원고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직불합의(이하 '이 사건 직불 합의'라 한다)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라 2019. 4. 19.부터 2019. 6. 15.까지 공사를 하다가 위 공사를 중단하였습니다. 한편 피고 5 회사를 상대로 나머지 피고들이 피고 5 회사의 정읍시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가압류 또는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는데, 피고 1회사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2019. 5. 2. 정읍시에 도달한 것을 비롯하여 2019. 7. 19.까지 정읍시에 모두 도달하였습니다.
이에 정읍시는 2019. 8. 2. 변제공탁사유와 집행공탁사유가 함께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피공탁자를 원고 및 피고들로 하여 공사대금 50,075,900원을 혼합공탁하였습니다. 원고는 직불합의에 따라 위 공탁금 중 10,000,000원에 대한 공탁금출급청구권이 원고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원고는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의 규정에서 정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권 발생시점은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청구한 시점이 아니라,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의 직불합의 이후 실제로 하수급인이 하도급공사를 시공한 범위 내에서 즉시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고 5의 채권자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발주자에게 송달된 2019. 5. 2. 이전에 원고가 시공완료한 하도급공사 부분 상당의 하도급대금은 원고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요청이 없더라도 당연히 원고에게 귀속한다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수행한 부분의 기성고 상당의 공사대금 1000만원의 공탁금출급청구권은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제1심(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 9. 25. 선고 2019가단70783 판결) 및 항소심 판결(수원지방법원 2021. 8. 17. 선고 2020나89155 판결)의 요지
제1심(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 9. 25. 선고 2019가단70783 판결)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는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와 수급인 간 또는 발주자, 수급인 및 하수급인이 그 뜻과 지급의 방법, 절차를 명백하게 하여 합의한 경우에 발주자가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발주자인 정읍시의 하수급인인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는 직불 합의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직불 합의에서 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 상당의 대한 기성검사 및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청구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면서, 원고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당시 피고 1 등의 정읍시에 대한 나머지 공사대금 채권 전액에 대하여 이미 집행보전이 이루어진 이상, 원고에게 정읍시에 대한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모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21. 8. 17. 선고 2020나89155 판결)은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즉 제1심 및 항소심은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는 이 사건 직불 합의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대한 기성검사 및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였을 때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
이와 같은 제1심 및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고만 함) 제14조 제1항 및 동법 제14조 제2항의 규정을 들면서 이러한 하도급법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ㆍ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한 경우에, 발주자는 수급사업자가 제조ㆍ수리ㆍ시공 또는 용역수행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54108 판결 등 참조)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발주자가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수급사업자에게 이전되고(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85267 판결 등 참조) 다만 하도급법 제14조에 의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원사업자의 제3채권자가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압류 또는 가압류 등으로 집행보전을 한 경우에는 그 이후에 발생한 하도급공사대금의 직접지급사유에도 불구하고 그 집행보전된 채권은 소멸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이 압류 등으로 집행보전된 채권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수급사업자에게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5다4238 판결 등 참조)는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에서는 ‘발주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호에서는 그 사유의 하나로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와 수급인 간 또는 발주자ㆍ수급인 및 하수급인이 그 뜻과 지급의 방법ㆍ절차를 명백하게 하여 합의한 경우’를 들고 있고,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에서는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경우에는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 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 지급채무(하도급법의 표현상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를 의미한다)의 소멸시기 등에 관하여 앞서 본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 제2항과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도급법은 건설산업 중에서도 특히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하여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특별법에 해당하며(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다25153 판결 참조), 두 법 모두 하수급인의 안정적인 하도급대금 지급청구권 확보를 위해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법률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하는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 지급채무의 소멸시기 등도 특별법인 하도급법의 목적과 취지를 존중하여 그것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 제3항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위 제1호에 따른 합의를 한 경우 발주자에게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은 해당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하며, 발주자가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하수급인에게 이전된다고 보고, 다만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에 의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수급인의 제3채권자가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압류 또는 가압류 등으로 집행보전을 하였다면 그 집행보전된 채권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하수급인에게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본 건의 경우 발주자인 정읍시, 수급인인 피고 5 회사, 하수급인인 원고가 이 사건 직불 합의를 한 2019. 4. 19. 원고에게는 정읍시에 대하여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고, 동시에 정읍시의 피고 5 회사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위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하며, 그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 5 회사의 정읍시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원고에게 이전되었고, 이와 같이 원고의 정읍시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이후인 2019. 5. 2.부터 피고 1 회사, 피고 2, 피고 3이 피고 5 회사의 정읍시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 또는 가압류하였으므로 위 공사대금 채권 중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한 압류 또는 가압류는 이미 원고에게 이전되어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그동안 공사대금에 있어 직불합의가 언제 효력이 발생하는지 및 직불합의가 있는 경우 그 공사대금 채권에 대하여 압류 등을 하는 경우 그 압류 등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에 대하여 논의가 있었던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한 판결이라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청구권은 직접 지급 합의를 한 때 발생하고, 동시에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원고에게 이전되므로, 직접 지급 합의 후 이루어진 수급인의 채권자들에 의한 압류 등은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직불합의가 있고 직접지급을 요청하기 전 공사대금에 대하여 압류 등이 있는 경우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의 규정이 다소 상이하여 이에 대하여 논쟁의 여지가 있었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특별법인 하도급법이 건설산업기본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직불합의가 있는 경우 직접 지급 합의 후 이루어진 수급인의 채권자들에 의한 압류 등은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중요한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