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2다228667 판결
작성자: 최슬기 변호사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서울 서초구 소재 건물의 소유자로서, 피고와 2018. 4. 12. 위 원고 소유 건물 1층 중 일부분(이하 ‘이 사건 점포’)에 관하여 보증금 5,000만원, 월 차임 340만원(부가세 별도, 매월 1일 지급), 임대차기간을 2018. 5. 1.부터 2020. 4. 30.까지로 각 정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18. 5. 1.경 피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하였습니다.
나. 피고는 2018. 5. 1.경부터 2019. 7. 1.까지, 이 사건 점포에서 A라는 상호로 음식점을 운영하였습니다.
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8. 5월분 차임을 지급한 이후 차임을 연체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9. 4. 23. 피고에게, 2019. 4. 2. 기준 피고의 미납 차임이 10개월분에 이르렀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이 사건 점포를 원상복구하여 인도할 것을 통보하였습니다.
라.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위 통보 이후에도 이 사건 점포에 자신의 물건을 놓아둔 채 점유를 계속하였습니다.
마. 원고는 2020. 6. 4.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점포를 원고에게 인도하고, 연체차임 및 차임상당 손해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이 사건 소송)를 제기하였고, 소 제기일 무렵 피고의 연체차임 및 차임상당 손해액, 연체수도요금에서 보증금 5천만원을 공제한 잔액은 42,036,473원에 달하였습니다.
2. 사건의 경과
이 사건의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12. 선고 2020가단5149282 판결)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피고의 월세 연체로 해지되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하고 연체차임 및 차임상당 손해액, 연체수도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1. 선고 2021나31407 판결)은,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임대차계약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여 온 것이라면 임차인의 그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였다고 하여 바로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389, 20396 판결 등)’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지한 2019. 4. 23.경 피고에게 연체차임을 공제한 임대차보증금 잔금의 이행제공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이후 피고가 이 사건 점포를 점유한 것을 두고 곧바로 불범점유라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며, 피고의 차임상당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배척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가. 관련 법리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임차인은 목적물을 반환하고 임대인은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를 이행하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을 하는 등으로 임차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키지 않은 이상,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더라도 그 점유를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고 임차인은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후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또는 임대차에 따른 임차인의 채무 공제 등으로 임차인이 그러한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하였는데도 목적물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서 점유하고 있다면, 달리 점유에 관한 적법한 권원이 인정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동시이행항변권의 상실을 알 수 있는 때부터의 점유는 적어도 과실에 의한 점유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54693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다25204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2019. 4. 23.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 등을 공제하더라도 그 잔액이 남아있어 피고의 동시이행항변권이 존재하므로 피고의 점유를 불법점유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피고가 계속하여 이 사건 상가를 점유함에 따라 발생한 차임 등으로 임대차보증금이 모두 공제된 때에는 피고가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럼에도 피고가 점유에 관한 적법한 권원이 인정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이 목적물의 인도를 거부하였다면 피고의 점유는 적어도 과실에 의한 점유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시점에 피고의 동시이행항변권이 존재하였으므로 그 이후에도 피고의 점유를 불법점유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동시이행항변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임대차보증금이 연체차임 등으로 모두 충당된 후 임차인의 점유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기존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차임 연체로 인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음에도 임대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을 주장하며 임대차목적물의 점유를 계속하고자 하는 임차인의 경우, 연체 차임이 누적됨에 따라 동시이행항변권이 상실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확인, 유의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