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4도13139 판결

작성자 :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1) 피고인은 2017. 10. 27. 서울회생법원 2017회단100136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3항, 제4항에 따라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아 관리인으로 간주되었습니다.

(2) 위 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은 2017. 12. 7. 피고인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며 매월 4,400,000원의 급여를 수령함을 전제로, 위 급여가 매년 약 2.34%씩 증가하는 것을 상정하는 내용의 제1차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3) 피고인은 근무처인 00동물병원으로부터 추가수당 명목으로 2018. 1. 5. 1,690,326원, 2018. 2. 5. 1,676,133원을 자신의 아내인 甲 명의 계좌로 받았습니다.

(4) 그러나 피고인은 2018. 2. 12. 회생계획안 요약표(수정안)를 제출하면서, 제1차 조사보고서상 기재된 추정 급여소득을 수정하지 않았고, 2018. 2. 17. 월간보고서에 2018년 1월 수입을 기재하면서 위 추가수당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5) 피고인은 2018. 2. 22.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집회기일 등을 거쳐 같은 날 회생채권 1,174,273,492원 중 735,318,066원이 면제되는 내용의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습니다.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르면, 회생채권자들에 대한 변제예정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 즉, 현가변제액은 404,709,937원(현가 변제율 32.24%)으로서, 파산적 청산을 하는 경우 회생채권자들이 분배받을 수 있는 금액 즉, 청산배당액 340,868,964원(창산배당율 29.90%)보다 더 큰 액수라서 법에서 요구하는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 충족되었습니다.

(6)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이후 피고인은 2018. 2. 5. 이후 6차례에 걸쳐 추가수당을 받았음에도 이를 월간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7) 피고인은 2018. 7. 27. 위 법원에 회생절차 종결신청을 하였고, 2018. 7. 31. 채무자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시작하였고 회생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회생절차의 종결결정을 받았습니다.

(8) 피고인은 위 각 추가수당이 계속적, 반복적으로 받는 급여가 아니었기에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검사는 피고인이 법원을 기망하여 2018. 2. 22.경 회생계획인가결정, 2018. 7. 31.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음으로써 채권자인 피해자 乙에 대한 채무 1억 원 중 64,500,000원을 면제받은 것을 비롯하여 총 31명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 1,174,273,492원 중 735,318,066원을 면제받아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공소사실로 피고인을 기소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4. 7. 25. 선고 2023노3708 판결).

- 피고인은 2018년 월간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할 당시 추가수당을 지급받고 있었음에도 월 급여 4,400,000원만을 수입으로 보고하였고, 회생계획안(수정안)을 제출할 당시에도 월 급여 4,400,000원을 급여수익금으로 하여 회생계획안을 작성∙제출하여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으며, 그에 따른 조기변제를 이유로 6개월 후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결국 피고인의 수입에 관한 허위 진술을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조사위원은 피고인이 월 4,400,000원의 급여를 수령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2027년까지 총급여액을 추정하고, 위 금액에 소득세, 사회보험료, 추정 생계비, 임차료 등을 공제한 금액과 비영업자산을 기준으로 회생채권에 대한 상환여부, 면제 범위 및 잔여 채권액, 분할 변제액 등을 산출하였다. 甲 명의로 수령한 추가수당(월 167만 원 내지 460만 원 상당)을 급여액에 포함할 경우 2027년까지의 추정 총급여액이 현저히 증가하게 되고,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회생채권에 대한 상환가능금액, 면제율, 잔여 채권액, 분할 변제액 등에 관하여 보고서가 달리 작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함으로써,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가. 관련 법리

회생절차의 채무자인 피고인이 자신의 재산 및 수입 상황 등에 관하여 허위의 내용으로 법원을 기망함으로써 채무자에게 유리한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다.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있으면 회생채권자 등의 권리가 회생계획에 따라 변경되어 채무가 면제되거나 채무의 기한이 연장되는 등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회생절차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는 행위로 인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산 및 수입 상황 등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이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주장이 피고인의 회생계획인가의 요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인가결정 여부 및 그 내용이 달라질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나. 판단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 피고인이 추가 근무를 통해 얻은 수당을 회생계획안 요약표(수정안)나 각 월간보고서에 반영 또는 기재하지 않은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와 같이 반영 또는 기재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으로 회생계획인가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인가결정 여부 및 그 내용이 달라질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편취의 고의 또는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이 회생계획인가결정(2018. 2. 22.) 전 받은 추가수당이 존재하지만, 피고인은 위 추가수당이 일시적인 수입이어서 이를 따로 회생계획안 요약표(수정안), 2018. 2. 17. 자 월간보고서에 반영 또는 기재하여야 하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추가수당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이를 위 회생계획안(수정안), 월간보고서에 반영 또는 기재하지 않았을 여지가 있다.

2) 피고인은 회생계획안 요약표(수정안), 2018. 2. 17. 자 월간보고서를 순차로 제출하면서 추가수당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피고인이 위 추가수당을 법원에 사실대로 알렸다고 하더라도 추가수당의 성격이나 금액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변제재원이 되는 장래 추정소득이나 회생계획의 변제율이 반드시 변경되었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회생계획의 변제율은 일정 범위 즉, 청산가치를 보장하는 수준을 최저로, 가용소득을 변제재원으로 모두 투입하는 수준을 최고로 하는 범위 내에서 회생채권자 등의 동의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에서 선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피고인이 회생계획인가결정 전 묵비한 추가수당은 2018. 1. 5. 자 1,690,326원, 2018. 2. 5. 자 1,676,133원으로, 파산을 전제로 한 회생채권자에 대한 청산배당액 340,868,964원에 이를 더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의 회생계획은 회생채권자들에 대해 그 가산액 이상을 분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현가변제액 404,709,937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이 묵비한 추가수당 때문에 회생계획의 인가결정 여부가 좌우된다거나 회생계획의 변제율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2018. 2. 22. 회생계획인가결정에 따른 효력이 발생한 이후 피고인이 여러 차례 추가수당을 받은 것은 범죄 후의 사정이라고 볼 여지가 있고, 도산절차의 채무자가 채무를 감면받아 재정적 곤궁에서 벗어난 이후 의욕을 가지고 추가적인 근로 등을 제공하여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4. 판결의 의의

이른바 ‘소송사기’에 관해서는 다수의 판결례가 누적되어 왔으나, 회생절차에서 회생법원을 기망하여 회생계획인가결정 등을 받았다는 이유로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판결례가 거의 발견되지 아니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는 행위로 인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산 및 수입 상황 등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이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주장이 피고인의 회생계획인가의 요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인가결정 여부 및 그 내용이 달라질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선고될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기죄의 성부에 관한 일응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한편, 대법원은 일관하여 ‘형법 제16조는 ‘법률의 착오’라는 제목으로 자기가 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만 자신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법령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도12773 판결 참조).’고 하면서(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10903 판결), 법률 위반 행위 중간에 일시적으로 판례에 따라 그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도4260 판결 참조)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10903 판결).

적용국면 상의 다소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추가수당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잘못한 것’을 피고인의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편취의 고의를 부정’하는 논거로 사용하거나 ‘형법 제16조에 따른 법률의 착오’를 인정하는 논거로 사용하지 않고, ‘기망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논거의 하나로 설시하였는데, 피고인의 위와 같은 착오에 대한 정확한 포섭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다른 한편, 대법원은 청산배당액(약 3.4억 원)과 현가변제액(약 4억 원)의 차액(약 6,400만 원)이 피고인이 회생계획인가결정 이전까지 묵비한 추가수당의 합계액(약 336만 원)보다 크므로, 피고인이 추가수당의 합계액을 법원에 고지하였다고 하더라도 회생계획인가결정 여부가 달라지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점도 기망행위를 부정하는 논거로 설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만일 피고인이 회생계획인가결정 이전까지 묵비한 추가수당의 합계액이 청산배당액과 현가변제액의 차액보다 컸더라면, 회생계획인가결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설시이므로, 추후 선고될 판결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