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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칼럼] 경찰수사 등 사법행정에 문학, 음악, 미술 등 융합예술 도입 필요
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10월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문화융합예술치료협회 10주년 기념 학술포럼 행사에 참여했다. 협회를 창설한 이에스더 회장님 초청으로 10주년 행사에 협회 고문 겸 강사로 참여했다.
필자는 경찰, 변호사로서 사건, 사고의 수사, 변론과정에서 느낀 소회 관련 강의를 하였다. 경찰, 검찰, 법원은 다양한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진실을 발견하고 유, 무죄 관련 형벌을 선고하고 집행한다.
그 과정에서 가해자, 피해자, 사건의 목격자, 가족들, 나아가 수사하고 재판, 변론하는 경찰, 검사, 법관, 변호사들도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유죄임에도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 무죄임에도 유죄로 간주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는 사람,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들, 가족들, 지인들도 보았다.
피해자 보호센터와 보호관이 있다고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이러한 제도를 알지 못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도 성범죄 등 일부 범죄에만 지정이 되고 합의와 관련해 중간 역할을 할 뿐 제대로 된 피해자보호를 해주지 않고 있다.
학교폭력, 어린이집, 유치원 아동학대,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관련 피해자들이 사건, 사고 현장마다 너무나 많다. 최근 문제가 된 딥페이크 영상 제작, 유포 폭력, 군부대 내 성폭력, 직장 성희롱 등 유, 무형의 폭력 세계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쌍용차 파업 등 노사분규 현장, 세월호, 용산 참사 등 대형 사건사고와 관련해 아직도 유족들은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뿐 아니라 사건, 사고 수사와 재판과정에 참여한 수사관, 검사, 판사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피해자 지원보호법, 보호관, 센터 등이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형식적으로 운영될 뿐이다. 필자의 경우 최근 채상병 사건사고 관련 변론을 하면서 수사지연으로 관련자들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보았다.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고, 불안하다고 한다.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고 안 피우던 담배도 피운다고 한다.
스토킹 등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경우에는 가해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복해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쌓여 있다. 가해자가 구속되어도 석방되면 언제 자신을 보복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문화, 음악, 미술 등 예술치료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불안, 우울증을 앓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음악, 미술 등을 활용한 예술치료를 해주면 어떨까.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음악, 미술 등 예술을 활용한 트라우마 치료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들었다. 필자가 동두천경찰서장 재직시 동두천시청 정신건강보건센터에서는 미술치료를 도입, 다양한 정신치료를 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관내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스마트폰/학대아동 피해자들에게까지 확대하여 치료를 해주고 있었다.
심리, 정신과 전문치료보다는 더 효과가 있고 반응도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국가, 지자체의 인력,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미술, 음악, 무용 치료도 도입하고 치료사도 국가자격증화하면서 확산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각종 사건, 사고를 접하는 경찰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치료도 필요했다.
필자는 동두천서장 재직시 경찰관 합창단을 구성, 운영했다. 경찰관들이 합창을 통해 마음도 치유하고 하모니도 도모하고 요양병원 등 소외지역을 방문해 합창공연 등 봉사활동도 했다. 서먹서먹했던 직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김포경찰서장 재직시절에는 경찰서 강당에 피아노도 설치했더니 당시 근무하던 의경들이 너무 좋아했다. 평택서장 재직시절에는 경찰서(중식, 퇴근시간)와 유치장 내에 음악방송을 실시했고, 필자 스스로도 피아노 연주, 그림 공부를 위해 화실도 퇴근 후 다녔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2년 동안 피아노학원에 다니고 있다. 음악이 흐르는 경찰서, 유치장, 구치소, 교도소, 재판 개정 전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통해 법정의 긴장감을 풀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경찰, 검사, 법관 중에는 피아노 연주도 잘 하고 성악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서예에도 능숙한 분들이 많았다. 검찰청 내에 음악감상실을 개설하신 분들도 있었다.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일수록 수사와 재판에 인간미가 있고 공감력도 높아진다.
필자는 쇼생크탈출 영화에서 교도소 운동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수감자들이 넋을 놓고 바라보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영화 하모니에서 여성교도소 내 하모니 합창단 창설, 서울소년원(고봉청소년학교) 내 합주단 운영, 미국 CNN 방송에서 보았던 래리킹쇼에서 래리킹이 미국 연방교도소 내애서 수감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연방교도소 내 인문대학교를 운영한 장면, 그 가운데 인간의 원초적인 죄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장면을 감명 깊게 보았다.
이제 경찰, 검찰, 법원, 교도소 등 형사사법 현장에 문화융합 음악예술치료를 확대도입하여야 한다. 이번 한국문화융합예술치료협회 10주년을 맞아 우리사회에 문학과 예술이 넘치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광화문, 용산, 서울시청 집회시위 현장에서 보수와 진보 간에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통해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는 그런 장면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