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4. 8. 19.자 2024마6239 결정
작성자 : 도종호 변호사
1. 사실관계
시흥시 00동에 건축된 지하 2층, 지상 5층 집합건물인 '갑'(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만 함)과 관련하여 신청인은 이 사건 건물 제0층 제000호에 관하여 2021. 7. 19.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구분소유자이고, 이 사건 건물에는 구분소유자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만 함) 제23조 제1항에 의하여 설립된 관리단이 있습니다.
이 사건 건물은 2020. 10. 21. 사용승인을 받고 같은 날 집합건축물대장이 신규 작성되었습니다. 이 사건 건물에는 134개 호실이 있고, 그 구분소유자는 10명 이상인데, 현재까지 이 사건 건물 관리단에 관리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신청인은 집합건물법 제24조의2에 따라 법원에 임시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집합건물법 제24조의2에 따른 임시관리인 선임 청구는 통상의 절차에 따른 관리인의 선임이 극히 곤란한 상태로서 곧바로 임시관리인을 선임하지 아니하면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 임시관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청인의 신청을 기각한 제1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4. 4. 22. 자 2023라10381 결정). 이에 신청인은 원심결정에 불복하여 재항고를 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신청인의 재항고를 인용하여 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① 임시관리인 선임의 근거법령인 집합건물법 제24조 및 제24조의 2는 관리인이 없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집합건물의 관리공백이나 관리인 선임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② 임시관리인 선임에 관한 집합건물법 제24조의2는 집합건물법이 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신설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이사의 부존재나 결원으로 인하여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때에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민법 제63조를 유추적용하여 임시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었다(대법원 2009. 11. 19. 자 2008마69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는 점을 지적하면서, 신설된 집합건물법 제24조의2는 '선임된 관리인이 없는 경우'만 임시관리인 선임 청구의 요건으로 정할 뿐 선임된 관리인의 부존재로 인한 손해 발생 염려를 요건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③ 이에 대법원은 집합건물법의 문언, 입법취지, 임시관리인의 의무 및 임기 등에 비추어 보면, 집합건물법 제24조 제3항에 따라 선임된 관리인이 없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 그의 승낙을 받아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 분양자 등 이해관계인은 집합건물법 제24조의2 제1항에 의하여 법원에 임시관리인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고, 이와 별도로 곧바로 임시관리인을 선임하지 아니하면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는 사정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본 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신청인은 관리인이 없는 이 사건 건물의 구분소유자로서 법원에 임시관리인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집합건물의 관리단에 대하여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에 따라서 관리단은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하는 건물이 있는 경우 당연히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성립되는 단체이지 어떠한 조직행위를 거쳐야만 비로소 성립되는 단체가 아니고(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49687, 94다49694 판결 참조)”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집합건물관리단은 당연 설립되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관리단이 당연설립된다고 하더라도 관리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거나 관리인 선임과정에서 구분소유자간 갈등이 있어 관리인이 선임되지 못하는 경우 집합건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원심결정과 같이 통상의 절차에 따른 관리인의 선임이 극히 곤란한 상태로서 곧바로 임시관리인을 선임하지 아니하면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임시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면 임시관리인 선임을 희망하는 구분소유자의 경우 임시관리인 미선임으로 인한 손해까지 증명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선임된 관리인이 없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 그의 승낙을 받아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 분양자 등 이해관계인은 집합건물법 제24조의2 제1항에 의하여 법원에 임시관리인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고, 이와 별도로 곧바로 임시관리인을 선임하지 아니하면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는 사정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임시관리인의 선임을 좀 더 용이하게 하였습니다. 이는 상가 등에서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아 상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임시관리인 선임의 길을 열어준 것일 뿐만 아니라 개정 집합건물법에서 정한 내용을 법문에 맞게 해석한 결정으로 보이고, 향후 관리인이 존재하지 않아 상가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상가에 임시관리인 선임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결정이라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