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내란, 채상병, 김건희 특검 등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검찰청 폐지, 사법개혁 등 경찰, 검찰, 법원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내란, 채상병 사건 변론을 담당했던 필자로서도 힘든 한 해였다.

대학에서 배운 법 논리, 지식이 현실에서는 전혀 다르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변호사로서 백남기 농민 사건, 댓글조작 사건 등을 변론하면서 사실과 다름에도 수사와 재판에서는 잘 반영되지 않는 것에 회한도 느꼈다. 무엇이 재판부에 그러한 영향력(선입견)을 가지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론보도, 경찰과 검찰의 수사기록 등이 재판부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기에 형사재판에 있어 법관의 범죄사실 관련 선입견 배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공소장 일본주의(공소 범죄사실 핵심만 기재)가 지켜지지 않았다.

검찰, 경찰은 자신들이 생각하고 의도하는 방향으로 범죄사실을 만들기 위해 사건과 관련 없는 내용까지 공소장에 포함시켰다. 더불어 영장(구속,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더더욱 구속하면 수사의 성공이라는 것에 집착하여 도주, 증거인멸 우려가 없음에도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처럼 자의적으로 기재하는 경우도 목격했다.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에는 피의자로 억지로 입건하여 혐의사실을 기재하여 영장을 받아 사무실, 집, 차량 등 할 수 있는 모든 곳까지 집행하는 경우도 목격했다. 최종적으로 무혐의, 무죄로 밝혀졌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 본인은 가족, 직장, 사회로부터 매장을 당하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도 목격했다.

달라져야 되지 않을까. 깊은 회한도 들었다. 왜 법,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에 대해 경청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고치지 못할까.

대학 때 배운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 불구속수사 원칙, 임의수사 원칙, 피고인과 변호인, 검사와의 당사자 대등주의 원칙, 필요적 보석 원칙인데 현실은 반대였다. 범죄혐의 사실과 형사책임 처벌 간에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죄형법정주의를 훨씬 일탈하는 듯한 무한대의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공범적용에 있어 순차적 공범적용을 확대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형사적 책임, 민사적 책임, 행정적 책임, 도의적 책임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으로 무한정 법(형벌 법령) 적용은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 중형 처벌로 인한 범죄 예방은 국민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법 집행의 순응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일반 법률, 제도보다는 특별법, 특별검사 등이 특별이 일반화되었다. 일반 형법 등 일반 법률이 사문화되었다. 수없이 만들어내는 특별법 시행을 선량한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일선 고소, 고발, 진정 등 일반 서민들이 피부에 와닿는 사기(보이스피싱, 금융, 리딩방, 다단계 판매) 범죄들을 수사할 수사관은 부족한데 특별검사팀 증원에 따라 일선 경찰서의 베테랑 수사관, 검사들이 특별검사팀에 차출된다.

업무의 공석으로 인해 민생범죄 수사가 지연되고 부실하게 된다. 과연 이러한 현실을 정치권, 윗선에서는 아는지, 알고 있는데도 그렇게 많은 베테랑 수사관들을 차출하는 것인지.

과연 이것이 국민을 위한 수사, 경찰, 검찰, 정치가 맞는지 회한이 든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공판에 임하는 검사, 판사도 사건현장에 가보지 않고 사건기록만 보니 제대로 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법 이론, 법 서적, 판례만으로는 제대로 사건의 실체를 볼 수 없다. 법원으로 접수되는 사건 수를 줄이고 가능한 한 조정, 화해로 해결했으면 한다. 적정 사건 수가 있다. 그래야 제대로 사건을 심리하고 판단할 수 있다. 현재의 공판, 법원에 배당되는 사건은 실체적 사실 발견이 어렵다.

제발 법, 제도를 만드는 관료, 정치인들이 이러한 현실을 진단하고 국민들이 고통받는 사건, 사고의 해결을 신속, 공정, 철저하게 처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닐까. 그날 그날 먹고 사는 것이 문제인 서민들이 겪는 사건, 사고 처리가 정치적 사건보다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사다난했던 2025년을 보내면서 느끼는 소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