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정경심 공인노무사
1. 머리말
2차 가해, 2차 피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주로 수치심을 일으키는 유형의 범죄 및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처음 입는 피해가 1차 피해라면, 그 피해가 알려지거나 구제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피해를 2차 피해라고 흔히 말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2차 피해는 비단 고전적인 성범죄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 사이버 성범죄, 학교폭력, 아동학대, 데이트 폭력 등에서도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자살한 한 연예인의 유족이 고인에게 가해지는 부정적·사회적 시선과 여론에 의해 2차 피해를 받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의 경우에도 2차 가해,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제재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바, 그 개념과 실례, 유의점을 살펴봅니다.
2.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에서의 2차 피해의 개념과 유형

가. 관련 규정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는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하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에는 2차 피해 또는 2차 가해에 대한 명시적인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다음 규정들은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즉,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은 각각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에 관한 사전예방의무와 사후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성희롱 및 괴롭힘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도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는 대표적인 2차 가해이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에서의 2차 가해를 제재하는 기능을 하는 규정은 위 <표>와 같습니다(괴롭힘의 경우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과 제109조 제1항의 벌칙, 제116조 제2항 과태료 규정으로 그 구조가 남녀고용평등법과 동일합니다.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나. 2차 피해에 대한 법원의 입장
1) 부정적 반응 및 불이익한 처우로부터 오는 정신적 피해
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이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성희롱과 관련된 2차 피해의 개념을 정리했습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 피해자의 2차 피해란 괴롭힘이나 직장 내 성희롱 신고에서부터 최종 조치에 이르는 과정 전체에서 발생되는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로부터 오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해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비밀누설 행위나 피해자의 평가를 침해하는 언동으로 인한 피해
법원은 조사참여자에 의한 2차 피해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과 피해 근로자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취지와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 등에 비추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조사참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조사참여자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언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언동으로 말미암아 피해 근로자 등에게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피해근로자 등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는 것조차 단념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사참여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이와 같은 비밀 누설 행위나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언동은 조사참여자뿐만 아니라 괴롭힘 등을 신고받은 자로부터 조사 및 조치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된 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입니다.
3) 공정성을 해치는 언동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피해자 보호조치를 다하지 않고 가해자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과 같이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도 2차 피해를 가하는 위법행위로 판단됩니다. 법원은 "직장 내 성폭행 발생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고, 그와 같은 사실을 누설해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의무, 가해자에 대한 조치의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절차나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인 원고에게 가해자에 대한 고소 취소를 계속적으로 권유하고, 원고가 작성한 피해보고서를 가해자에게 전달하는 등 원고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위법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1. 12. 23. 선고 2020가단110333 판결).
다. 국가기관이 판단하는 2차 피해의 사례
▲ 피해자가 성희롱 신고를 했음에도, 조사 및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피해자를 7개월간 대기발령 상태로 둬 피해자의 피해를 가중시킨 것으로 판단했다(국가인권위원회, 2009: 114-121).
▲ 피해자의 성희롱 진술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성희롱이 재발되고 결국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판단했다(국가인권위원회, 2011:42-48).
▲ 사후조치 요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과부는 버스 기사로 안 뽑겠다", "영원히 여기는 이제는 여자들은 절대 안 써!" 등의 말을 해 성희롱 피해자 등을 다시 성차별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 피해자가 강제추행 가해자를 형사고소하자 회사관리자는 계속 고소 취소를 권유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조사자인 변호사는 피해자의 업무 현장에 찾아가 적극적으로 고소 취소를 제안하고 피해진술서를 가해자에게 제공한 것은 2차 피해를 가하는 위법행위로 판단했다(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1. 12. 23. 선고 2020가단110333 판결).
▲ 조사 초기에 "성희롱은 남자들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도 있기 때문에 남자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다", "피해자도 성격이 보통이 아니더라. 아마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회사 직원들에게 한 것은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것이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5. 12. 18. 선고 2015나2003264 판결).
▲ 행위자가 원한다고 해서 피해자를 대면하게 하고 피해자가 원하지도 않은 화해를 하도록 하는 것은 2차 가해다(관리자를 위한 성희롱 예방 및 사건처리 매뉴얼, 여성가족부, 2015, 149쪽).
▲ 피해자의 행동을 평가하거나 가르치려는 언동, 사건 자체에 대한 평가나 행위자의 행동에 대한 정의 평가, 성희롱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한 평판이나 소문에 영향을 받아 조사 등에 임하는 태도는 2차 가해다(관리자를 위한 성희롱 예방 및 사건처리 매뉴얼, 여성가족부, 2015, 143쪽).
▲ 피해자의 성희롱 신고 사실이 기재된 조사서 등을 기자에게 유출하고 내부 전산망에 임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업로드해 유출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가 보도된 것은 비밀유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광주지방법원 2018. 5. 15. 선고 2016가단20461 판결).
3. 2차 피해 대응조치 관련 유의점
가. 2차 피해 발생 시 제재 사항 숙지
2차 피해를 정의한 규정이 없는 만큼 2차 피해가 발생했을 때의 벌칙이나 과태료 규정 역시 없습니다. 다만 사업주의 조치 의무와 관련된 2차 가해나 피해가 발생한 경우, 관련 법에 있는 조치의무 위반으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2차 피해와 관련된 사건은 ▲ 사업주로부터 징계 등의 불이익 처우를 받은 피해자가 징계의 무효나 부당징계 구제 신청을 한 경우, ▲ 피해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성희롱 가해자와 2차 가해자의 사용자로서의 사업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경우로, 2차 가해의 여부와 정도가 사건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나. 조사자 등의 공정성 객관성 담보
무엇보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 담당자, 조사자가 2차 가해를 하지 않도록 사안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와 절차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해당자들 역시 2차 가해자가 돼 개인적으로도 징계나 손해배상책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합니다.
적법하고 적절한 신고 접수, 조사, 조치 과정과 절차에 대해서도 2차 가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무턱대고 2차 가해라는 주장에 위축돼 필수적이며 객관적인 조사나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성희롱 신고 시 '지체 없이'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2차 가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기업 내에서의 절차를 거르거나 적정한 조사 인원의 구성 등이 되지 않은 채 조사를 하는 경우 도리어 공정한 조사를 해치기도 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처음 주장만을 채택하는 경우, 허위신고나 과장신고를 거를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다. 다중의 2차 가해 방지 의무
2차 가해는 1차 가해자나 담당자, 조사자, 피보고자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도 있지만, 조사 과정에서 신고 내용 등을 알게 된 참고인이나 동료, 심지어 조직 밖의 제3자나 언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통상 담당자, 조사자, 피보고자의 2차 가해의 경우 기업이 해야 할 조사 및 조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사용자는 민법 제756조 사용자 책임을 지게 됩니다. 참고인의 경우 직접 그 업무의 수행자는 아니지만, 비밀유지의무 등을 고지하고 교육하지 않는 경우 역시 사용자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 밖에도 다중의 기업 구성원들이 가하는 2차 가해가 있다면 그것을 전적으로 사용자 책임으로 지울 수는 없겠으나, 사용자가 평소의 교육 등을 통해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했는지에 따라 그 책임의 부담이 덜어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