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정경심 공인노무사

1. 머리말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은 2014. 1. 21. 제정됐으나 그 존재나 내용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공사 기업을 막론하고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됐고 채용청탁 등의 비리 사건이 공기업을 중심으로 발생하면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으며, 채용절차법은 노동관계법 및 인사관리의 중요한 대상이 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정기적으로 채용절차법 지도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데, 현재 위법사항으로 지적된 사항 중 수위에 오르는 것이 채용 신체검사 비용의 구직자 부담 문제입니다. 채용신체검사 비용을 구인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가요. 중지를 모아볼 일입니다. 

2. 채용신체검사의 비용 부담 주체

가. 관련 규정

채용절차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기초심사자료"란 구직자의 응시원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말한다.
4. "입증자료"란 학위증명서, 경력증명서, 자격증명서 등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한 사항을 증명하는 모든 자료를 말한다.
5. "심층심사자료"란 작품집, 연구실적물 등 구직자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모든 물건 및 자료를 말한다.
6. "채용서류"란 기초심사자료, 입증자료, 심층심사자료를 말한다.

제9조(채용심사비용의 부담금지) 구인자는 채용심사를 목적으로 구직자에게 채용서류 제출에 드는 비용 이외의 어떠한 금전적 비용(이하 "채용심사비용"이라고 한다)도 부담시키지 못한다. 다만, 사업장 및 직종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구직자에게 채용심사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제12조(채용심사비용 등에 관한 시정명령)
① 제9조, 제11조 제1항·제4항·제5항을 위반한 구인자에게 고용노동부장관은 시정을 명할 수 있다.

제17조(과태료)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3. 제12조 제1항에 따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구인자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따른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부과·징수한다. 

시행령

제7조 (과태료의 부과기준) 법 제17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과태료의 부과기준은 별표와 같다.




나. 채용검진 비용 부담 주체

1) 채용심사비용 및 채용서류의 개념

채용절차법 제9조는 구인자는 '채용심사를 목적으로' 하는 '채용서류 제출에 드는 비용 이외의' '어떠한 금전적 비용(이하 채용심사비용)'을 구직자에게 부담시키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용심사비용이란 무엇인가요. 고용노동부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업무 매뉴얼(이하 매뉴얼)에서 "채용심사비용이란 각종의 채용심사를 명목으로 한 비용으로 채용심사를 목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금전적 비용을 말함 - 채용심사비용은 구인자가 채용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부터, 채용광고 등의 비용, 채용서류를 접수받은 후 해당 구직자에 대한 채용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데 드는 비용 등 채용과 관련하여 구인자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발생되는 모든 비용을 말함. - 구인자가 채용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경우 내부 직원 인건비, 전문가 등 외부 면접관 위촉 시 해당 인건비, 채용광고료, 통신비, 채용사이트 구축비용 및 운영비, 외부 임시사이트 이용 시 그 이용료, 면접, 필기시험 또는 실기시험 실시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비용 등이, 구인자가 채용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채용대행업체나 헤드헌팅업체 등을 이용할 경우에는 그 수수료 등이 이에 해당함"이라고 해설하고 있습니다(매뉴얼, 2020. 12. 9. 86쪽). 구인자의 필요에 의해 채용심사를 하는 데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그 비용을 구인자가 부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이 규정은 채용서류 제출에 드는 비용에 대해서는 구직자 부담 금지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구직자가 구인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췄음을 확인시키기 위한 자기증명 방법으로 제출하는 것이 채용서류인바, 이 역시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구직자가 부담하는 것입니다. 매뉴얼은 증명사진 등 촬영비,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의 발급 수수료, 포트폴리오 제작비, 제본비, 각종 자료의 출력 등의 비용, 서류제출 시의 왕복 교통비, 우편요금 등을 예시하고 있습니다(매뉴얼, 2020. 12. 9. 87쪽). 

2) 국민권익위의 '채용검진 비용의 구직자 부담 금지' 의결

매뉴얼에서 채용건강검진(이하 채용검진) 비용은 채용심사비용이나 채용서류 제출 비용 그 어느 쪽으로도 구분되거나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각종 증명서가 그렇듯이 채용검진 역시 구직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자료이므로 채용서류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따라서 채용검진 비용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구직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현실이고,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규제를 받지 않았습니다.

채용검진 비용의 구직자 부담이 공공연하게 문제시된 것은 2021. 7. 19.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불합리한 채용 신체검사 개선 방안'을 의결하면서입니다. 그중 첫 번째 의결은 '채용 신체검사비용 구직자 부담 금지' 권고로, 그 대상은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시도교육청 교육감, 국공립대학장, 공직유관단체장이나, 고용노동부에도 매뉴얼에 관련 내용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민간기업에도 위 의결 내용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3)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

고용노동부는 아직도 2020. 12.의 매뉴얼을 개정하지 않고 있지만, 질의회신에서 채용검진 비용의 부담 주체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회신은 채용절차법 제2조 정의 규정을 들면서 건강진단서 "문언상 기초심사자료, 입증자료, 심층심사자료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건강진단서는 채용될 경우 적법하게 종사할 수 있는지 심사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돼 채용서류와는 용도나 성격에 있어서도 다른 점이 있는 점, 동 법 취지를 고려할 때 구직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채용서류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제한해석할 필요가 있고 부당하게 확장해석할 수는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건강진단 확인서는 채용서류가 아닌 채용심사 결과 발급되는 서류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구직자에게 부담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노사법무과-5705, 2021. 8. 11.). 

한편, 고용노동부의 회신 중에는 "근무할 기간제 근로자의 채용절차를 모두 완료한 이후에 채용이 확정된 자를 대상으로 신체검사서를 제출받아 감염병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신체검사서 제출 시점이 채용 절차가 모두 종료돼 채용절차상에 있지 않는 점, 그 목적이 채용심사가 아니라 최종 합격자를 대상으로 정상적인 업무수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신체검사서 제출에 따른 소요 비용을 채용절차법에 따른 '채용심사비용'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있습니다(공정채용기반과-1315, 2023. 5. 26.). 

실제,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채용절차법 지도점검을 실시하면서 신체검사비용을 구직자에게 부담한 1년 이내의 건에 대하여 반환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고 있습니다(1회 150만 원, 2회 200만 원, 3회 300만 원).   

다. 채용검진 비용 구직자 부담 금지의 문제와 개선 방안

1) 채용절차법 제9조의 문제

채용심사비용 부담 주체와 관련된 법 제9조의 근본 취지는 채용심사는 구인자의 필요에 의한 절차이고, 그 비용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구인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에서는 채용서류와 관련된 비용은 자신을 구인 시장에 알릴 필요가 있는 구직자가 역시 같은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직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건강검진 비용 역시 수익자인 구직자가 부담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예컨대,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이 소요되는 외국어 인증시험 자격증의 경우 시험전형료나 발급 비용은 당연히 구직자가 부담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신체검진 비용을 구인자가 부담하는 것은 다른 채용서류 관련 비용의 부담 문제와 비교하여 형평에 위배됩니다. 

걸림돌은, 채용서류는 구인자가 부담해야 하는 채용심사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데 법 제2조 정의 규정은 채용서류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명시했기 때문에 건강검진 자료는 채용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질의회신은 바로 이와 같은 형식논리를 근거로 채용검진 비용은 구직자의 부담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채용검진 절차가 채용절차 중의 하나에 속해 있다고 한다면 건강검진 자료가 채용서류가 아니라고 할 만한 근거는 오로지 이 정의 규정 때문입니다. 

2) 채용검진의 성격 

채용전형에 있어서 건강검진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고 난 직후이거나 대개 최종 합격자 결정 직전으로 최종 면접 합격자에 대해서입니다. 전자의 경우 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도 형식적으로는 채용 절차에 속해 있으나 채용검진은 휴직이나 인사배치, 건강 관련 주의나 배려 조치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특별히 채용검진을 통해 신체적, 건강상의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는 직종이나 업무가 아닌 경우 통상적으로 신체검진이 본질적으로 채용심사의 기능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단지 채용검진 시점이 최종 합격자 확정 이전에 있다고 해서 채용검진 비용은 채용심사비용이라고 구분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채용공고 시 최종 합격자 확정 전에 신체검진 절차를 명시하거나 도식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인자가 실질적으로는 신체검진이 인사관리의 목적이라는 입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3) 개선 방안

가장 바람직한 것은 채용절차법 제9조 또는 제2조를 개정하는 것입니다. 제9조를 구직자가 제출하는 것 이외에 협의의 심사 과정과 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구인자가 부담하는 내용으로 개정하거나, 현행의 규정에서 채용심사비용에서 제외하는 채용서류에 신체검진 비용을 추가할 수도 있고, 제2조 정의 규정 채용서류의 범위에 신체검진 비용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신체검진 절차의 목적과 기능을 고려해 이를 채용심사비용으로 해석하는 시정명령 조치를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권익위원회가 신체검진비용의 구직자 부담 금지를 권고한 의결은 공공기관에서 기간제의 경우 매년 반복적으로 채용이 갱신되는데도 형식적인 전형 때마다 신체검진을 요구해 부담이 가중된다는 민원이 제기됨으로써 시발된 것인데, 결국 반복적인 신체검진 요구를 금지하는 해법이 필요한 것이지, 신체검진 비용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3. 마무리

채용절차법 지도 점검을 받은 기업에서 가장 이례적이라고 반응하는 것이 바로 신체검진비용 문제로, 어학인증시험자격증 비용은 왜 구직자에게 부담하면 안 되는 채용심사비용이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만일, 제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구인자는 기초 심사자료인 응시원서 등에 건강 조건 등을 기재하게 하고 그 입증자료로 신체검진 자료를 요구해 법 제2조의 채용서류가 되게 함으로써 신체검진 비용을 구직자에게 부담시키게 하는 등 편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