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두46074 판결

작성자 : 이상도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인 피고보조참가인 1(이하 “참가인 본사”)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 업무를 위하여 국내에서 원고 1명을 근로자로 사용하여 사업활동을 영위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해고되었는데, 원고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사용자는 참가인 본사인데, 참가인 본사는 국내에 사업장이 없고, 외국에서 인사노무관리를 직접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구제신청은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이나 사실상 실현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원고가 참가인 본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의 준거법은 미국 델라웨어 주의 법률이므로, 우리나라의 노동위원회에서는 이를 판정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는 항소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서울행정법원)의 판단과 달리, “원고와 참가인 본사 사이에 준거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고, 원고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라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근로관계의 준거법이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이상, 원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및 제28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근로기준법 제23조 및 제28조는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관하여만 적용되는데, 위와 같이 대한민국에서는 원고 1인만이 근무하고 있었는바, 참가인 본사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23조 및 제28조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근거로 상시 사용 근로자 수를 산정할 때에는 국내 근로자 수에 외국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여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인지 여부는 경영상 일체로 평가되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전제로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될 때의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참가인 본사가 외국에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다툼이 없고, 원고가 대한민국에서 참가인 본사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설령 참가인 본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대한민국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원고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11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참가인 본사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본다면, 참가인 본사와 같이 외국에 소재하는 회사의 경우, 그 본사의 규모가 상당하고,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준거법이 되더라도, 국내에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보호규정의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되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즉 해당 근로관계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라고 인정되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해석에 관하여 국내 회사와 외국 회사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근거로 “참가인 본사가 국내에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1명에 불과한 이상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면 상시 사용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참가인 본사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이 정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로서, 이는 근로조건의 규율, 근로자들 간의 의견 교환 및 협의, 경영상 해고를 비롯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등을 위한 기초 단위가 된다. 따라서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될 뿐이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즉, 대법원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4. 시사점

국제근로관계에서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는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1차적으로 준거법을 검토해야 할 것이고, 준거법을 검토한 후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되면, 2차적으로 상시 근로자 수를 우리나라에서 근로하고 있는 근로자의 수를 기준으로 검토하여 근로기준법 상 어떠한 규정이 적용되고, 적용되지 않는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