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도종호 변호사, 유청엽 변호사

1.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의미

최근 선고된 하급심 판결에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이 무효라고 판단을 하였고, 위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이 되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은 건설공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건설공사의 경우 사업승인부터 설계, 착공 및 사용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길게는 10년 이상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공사가 장기화되는 경우 기존 계약에서 정한 단가로는 공사기간 동안 인상되는 물가변동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공사계약에서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고만 함) 시행령 제64조[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법 제19조의 규정에 의하여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장기계속공사 및 장기물품제조등의 경우에는 제1차계약의 체결을 말한다)한 날부터 90일이상 경과하고 동시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때에는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한다. 이 경우 조정기준일(조정사유가 발생한 날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부터 90일이내에는 이를 다시 조정하지 못한다]나 계약예규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2조 등이 그러합니다.

2.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그런데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경우 발주자의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경제상황변동으로 인하여 예상하지 못한 추가공사비를 부담할 수 있는 것이므로 피하고 싶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에 공사계약금액을 확정하고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은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을 공사계약 특수조건 등에 기재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문구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보통 “계약금액은 불변금액으로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계약금액을 증액할 수 없다”정도로 기재합니다).

이와 같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과 관련하여 국가계약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대법원은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의 계약인 점을 존중하여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한 경우에도 특별히 강행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라는 취지로 판결한 바가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반적으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은 유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3.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이 무효라고 본 하급심 판결 및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그런데 최근 부산고등법원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에 대하여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부산고등법원은 “원고의 귀책사유로 착공이 늦어지는 사이에 원자재인 가격이 상승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을 도급금액에 전혀 반영할 수 없다면 이러한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은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하여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도급계약 특약사항 중 물가상승 등으로 도급금액을 증액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 부분 중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계약 체결 후 60일 이상 경과한 경우에 잔여공사에 대하여 산출내역서에 포함되어 있는 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 등의 변동으로 인한 등락액이 잔여 공사에 해당하는 계약금액의 100분의 5 이상인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한다)에 반하는 부분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즉 도급계약 특약사항을 들어 어떠한 경우에도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증액 변경을 부정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23. 11. 29. 선고 2023나50434 판결). 

위 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를 하였으나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2024. 4. 4.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습니다(대법원 2023다313913).

4.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은 효력을 상실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위와 같은 판결은 앞서 살펴본 대법원 2012다74076 판결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위 판결에 따라 이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은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 부산고등법원의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수급인의 귀책사유 없이 도급인의 요청으로 착공이 8개월간 연기되었으며, 그 8개월 동안 원자재 가격이 대폭 인상된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본다면 반드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의 효력이 무효라고 일반화시키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즉 위 부산고등법원 판결이 무효의 근거로 들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은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하여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 앞으로 발생할 분쟁에 주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위 부산고등법원 판결과 같이 수급인이 공사도급계약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한 사안에서 대구고등법원은 입찰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하다는 점을 수급인에게 명시적으로 밝혔고, 수급인도 이를 인식하고 감안하여 공사비를 산정한 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고(대구고등법원 2022. 11. 24. 선고 2021나26674 판결), 그 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21. 선고 2021가합539204, 2023가합65332 판결 등도 같은 취지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결론

부산고등법원에서 물가변동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을 하였으나, 이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 및 일률적으로 물가변동배제특약이 무효다 또는 유효다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습니다.

부산고등법원의 판결 및 건설산업기본법의 입법취지에 따라 도급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물가상승의 규모, 공사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등 제반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이 수급인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