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효로 소멸된 임금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있는지 여부

 

이상도 변호사

 

1. 들어가며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근로자는 통상 소 제기일로부터 3년을 역산한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구하고, 만약 근로자가 그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는 소 제기일로부터 3년을 역산한 기간 내에 있는 임금의 지급만을 구할 수 있다는 시효항변을 합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49조에서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여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근로기준법이 임금 채권에 관하여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정하고 있는 관계로, 사건에 따라서는 근로자들이 시효가 완성된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청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소 제기일로부터 3년을 역산한 시점 이전의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경우), 이번 글에서는 위와 같이 시효로 소멸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2.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민법 제741조에서는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민법 제766조에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민법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달리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채권)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162조에 따라 10년임이 원칙입니다.

 

한편, 상법 제64조에서는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합니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오래 전부터 근로계약은 상법 상 보조적 상행위로서 상사계약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바(대법원 1976. 6. 22. 선고 7628 판결 등 다수), 상사계약인 근로계약에 근거한 채권에 관하여는 민법 제162조가 아닌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위와 같이 근로계약을 상사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상법 제64조에서 5년의 상사시효를 정하는 것은 대량, 정형, 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성상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인데, 사용자가 상인으로서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된 법률관계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침해 등으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성질상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바(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270876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의하면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경우, 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하여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결의 사안은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였던 사안으로서 근로계약의 정형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근로제공과 임금지급에 관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대법원은 근로관계에 관한 분쟁은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도 한 점(대법원 1992. 1. 21. 선고 9130118 판결 등), 근로기준법 제49조는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임금 채권에 관한 분쟁을 신속히 종료하는 것이 사용자 및 근로자 모두에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경우, 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하여는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상법 제64조 단서에서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49조에서 임금 채권의 시효를 3년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청구권 경합을 인정하면서 각 청구권에 관하여 그 성립요건과 법률효과의 인정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6210474 판결 등 다수), 민법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청구권은 실체법상 서로 다른 권리임은 물론 소송법상으로도 별개의 소송물인 점 등에 비춰보면,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경우, 그 청구가 사실상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임금 청구권은 어디까지나 법률적으로 별개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상법 제64조 단서의 규정 내용만으로 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가 3년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부당이득반환청구로 구할 수 있는지 여부

 

미지급 임금이 있는 경우, 사용자는 해당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이 되고, 근로자는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이 되는바, 민법 제741조 소정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요건을 일응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와 같이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것이 인정되는 경우, 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5년이 될 것인데,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49조에서 정하고 있는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사문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다음의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45779 판결은어떠한 계약상의 채무를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여전히 해당 계약에서 정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채무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고, 설령 그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사안은 저작권료 등의 지급의무가 쟁점이 되었던 사안이기는 하지만 그 취지는 계약불이행(, 채무불이행)이라는 사정만으로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 이는 그 불이행되고 있는 채권이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인바, 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경우에 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도, 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사건들이 왕왕 있었는데, 해당 사건들에서 서울고등법원 등 다수의 하급심은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근거하여 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2. 10. 선고 20212019291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2. 14. 선고 2020가단133854 판결, 창원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1가합53071 판결 등 다수).

 

, 위 대법원 판결 및 하급심 판결의 법리에 의하면 임금 채권은 근로계약을 전제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인데, 미지급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자신의 임금지급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는 것일 뿐(, 채무불이행상태일 뿐), 채권자인 근로자는 여전히 임금채권을 갖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시효로 소멸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있다고 보면, 근로기준법이 임금 채권에 관하여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정하고 있는 취지가 부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 부당이득은 민법이 정하고 있는 법정채권관계이므로 약정채권관계(근로계약)가 적법하게 존재하고 있는 한 부당이득이 개입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이는 점(실무상 부당이득이 주로 문제되는 국면은 약정채권관계가 해지/해제 등으로 종료된 경우이다)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위 하급심 판결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4. 결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효가 소멸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것은 일응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와 위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의 법리에 비춰볼 때 실제로 인용되기는 어려워 보이는바, 실무에서는 이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