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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캡쳐 프로그램 사건과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관리전략
윤복남 변호사
1. 오픈캡쳐 프로그램 관련 법률자문
얼마 전 고문기업으로부터 법률자문 요청을 받았다. “오픈캡쳐(Open Capture)”라는 화면캡쳐 프로그램 업체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경고장의 내용은 고문기업에 할당된 공인 IP주소에서 오픈캡쳐 프로그램을 접속하여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므로 10일 이내에 정당한 라이선스 인증서를 제시하거나, 서버 및 3명의 사용자 기준 850만원을 유료구매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고문기업은 소프트웨어 관리 업무를 건실하게 하고 있던 곳이었으므로 IT담당자는 매우 당혹해 했다. 담당자가 조사한 결과 경고장에 적힌 공인 IP주소의 컴퓨터에는 현재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퇴직자의 컴퓨터여서 당시 프로그램 설치했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확인도 어려웠다. 좀더 알아보니 해당 프로그램은 원래 무료 배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다가 어떤 기업에 저작권이 양도된 이후에 갑자기 유료화된 후 고액의 라이선스료를 공지하고, 경고장을 발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유사한 기능의 화면캡쳐 프로그램이 무상이거나, 유상이라고 해도 20~4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데도 기업용 프로그램에 대해 수 백만원을 구매액으로 제시하였으니, 경고장을 받은 고문기업 IT담당자는 너무 억울해 하였다. 매년 상하반기에 직원들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사용현황을 조사하여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교육과 서약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던 차에 이와 같은 경고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고문기업을 대리하여 소프트웨어 회사 및 법무법인에 정중하지만 단호한 회신을 보냈다. IP 주소 몇 개만 증거로 보내면서 수백만원을 달라는 식의 ‘위협’이 부적절하다면서,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해당 소프트웨어 약관상 사용자 컴퓨터 운영체제, 네트워크 정보, 통신정보 등을 수집하고 있었음)를 제공할 것, 갑자기 유료화되면서 제대로 안내를 했는지, IP주소 등 컴퓨터 관련 정보 수집에 대해 제대로 동의절차를 거쳤는지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라이선스료를 일방적으로 매우 고액으로 산정한 점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해당 회신을 보낸 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2. 오픈캡쳐 프로그램 관련 제1심 판결
그로부터 얼마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경고장을 받은 100여개 회사들이 집단으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는 하나, 1심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1심 판결의 요약
(1) 오픈캡쳐 6.7버전까지는 무료로 제공되다가, 7.0버전 업데이트시 ‘비상업용/개인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만 무료이고, 그 외에는 기업용 라이선스를 구매하도록 유료화되었다.
(2) [설치과정에서는 저작권 침해 불인정함] 7.0버전 업데이트 과정에서는 “새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시작합니다”라는 안내에 대해 사용자가 확인버튼을 선택하여 업데이트를 진행하였다. 따라서 설치가 완료된 이후 사용자가 “약관 동의 및 비상업용(비업무용)/개인용으로만 사용하겠습니다”에 확인버튼을 선택했다고 하여 이를 두고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
(3) [설치 이후 프로그램 실행과정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함] 7.0버전 업데이트 이후 오픈캡쳐 프로그램 실행과정에서는 RAM에 일시적인 복제를 하게 되므로 ‘비상업용(비업무용)/개인용’으로 사용제한을 받게 되는데 이를 위반하였다.
(4) 오픈캡쳐 회사가 제시한 공인 IP주소 및 MAC 어드레스에 의해 회사 컴퓨터에서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회사는 이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MAC 어드레스’는 컴퓨터통신을 위한 LAN카드에 기록된 이더넷(Ethernet)의 물리적 주소로서 개별 컴퓨터의 식별이 가능함).
(5) 오픈캡쳐 회사가 제시하는 라이선스료는 너무 고액이므로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지 않고, 기존에 무료배포했던 점, 다른 유사 프로그램 가격 등을 고려하여 1개 컴퓨터(MAC 어드레스)에 대해 20,000원을 손해액으로 산정한다.
위 판결에 따르면, 3건 사용시 손해액은 6만원이므로 이에 대해 850만원 청구를 한 오픈캡쳐 프로그램 회사는 사실상 패소한 것과 다름없었다.
3. 시사점 :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관리전략
위 판결은 저작권법적으로 ‘복제권 침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라이선스 동의 절차는 어떻게 해야 적법한 것인지, MAC 어드레스의 접속정보로 침해를 추정하는 것이 적절한 지 등 여러 법률적 쟁점을 포함한다.
그런데 기업들 입장에서, 특히 기업의 소프트웨어 관리담당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첫째, 본건과 같이 중간에 유료화 정책을 취한 소프트웨어, 특히 기업용으로 사용시 부분유료화 정책을 취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 직원 입장에서는 개별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시 약관을 자세히 살펴본다거나, ‘비업무용/개인용만 무상’이라는 고지사항을 무심코 흘려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해 충분히 주의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위 판결은 특정 프로그램으로부터 수집한 IP주소 및 MAC 어드레스에 대해 증거로서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철저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단 1회의 접속 자체만으로 침해의 증거가 된다. 만약 오픈캡쳐 프로그램이 아니라, 1개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프로그램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위 판결만 보면 사용한 기업에 유리해 보이지만, 다른 비싼 프로그램의 경우에 적용한다면 훨씬 고액의 손해배상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정기적 소프트웨어 조사 및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요청된다.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책임의 범위는 매우 넓다. 위 판결에서 비록 면책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손해배상 책임제한 요소로서 기업들의 재발방지 노력을 고려하였다. 따라서 면책가능성을 최대한 넓히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 특히 위 2가지 사항을 감안하여 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모니터링과 그에 대한 대비를 훨씬 더 철저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4.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한 제언
글을 마치면서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합리적 이해의 조율이라는 측면에서 업계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위와 같은 방식의 비즈니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잠재적 소비자인 기업들에게 반감을 사고, 법원이나 여론으로부터도 저작권 보호에 관한 긍정적 반응을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 적절한 유료화 정책의 공지, 합리적 가격정책, 무분별한 경고장과 소송 자제 등 좀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 2014. 11. 20. 선고된 항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의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이하에서 바뀐 사항 위주로 간략히 소개합니다.
(1) “오픈캡쳐” 유료버전(7.0이후 버전)의 설치과정에서 복제권을 침해했는지 살펴보면, 개별사용자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시하는 업데이트 및 라이선스 약관 동의를 거쳐서 이를 설치한 이상, 이후 사용허락계약에 위반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는 것과는 별도로, 복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소프트웨어 업체의 이용허락 의사에 따라 복제되었으므로 복제권 침해는 아니다(1심과 결론 동일함).
(2) “오픈캡쳐” 실행과정에서 RAM에 일시적 저장의 방법으로 복제권을 침해했는지 살펴보면, 일시적 복제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나 저작권법 제35조의2 본문에 따라 원할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일시적 복제에 해당하므로 면책된다(아울러 본건은 저작권법 제35조의2 단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3) 위 프로그램 개별사용자가 사용허락 계약의 범위를 넘어서서 이를 위반하였으므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도로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 불법행위에는 해당되지 않고, 그 결과 개별사용자의 회사 역시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는다(위 (2), (3)은 1심과 다른 결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