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_지식재산권_제3호_정보통신 칼럼]
‘인터넷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윤복남 변호사
인터넷 거버넌스(Internet Governance)란?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 이름으로 ‘*.love’를 만든다면 어떤 절차를 통해야 할까? 이와 같이 인터넷 분야의 정책에 관해서 어떤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에 관한 주제가 ‘인터넷 거버넌스’다. 원래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용어는 ‘통치(governing)’나 ‘정부(government)’와 동일한 어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로 ‘인터넷 거버넌스’는 인터넷 분야에서의 통치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혀질 수 있지만, 그 실제는 많이 다르다.
인터넷 거버넌스에는 고유한 역사가 있다. 애당초 인터넷 자체가 통치나 관리와는 친하지 않은 자발적인 선택과 수용의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미 국방부의 알파넷(ARPANET) 프로젝트를 학계, 엔지니어 및 사업자들이 상용화된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유무선 국제전화 서비스가 각 국가간의 조약 및 협정에 의해 연결된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 그 출발점부터 달랐다.
네트워크형 거버넌스 vs. 위계형 거버넌스
국제적으로는 인터넷 연결을 위한 통신규약과 인터넷 주소체계 등에 관해서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나 ICANN(인터넷주소관리기구) 등 민간 국제기구들이 이러한 역할을 수 십 년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파문이 생겼다. 중국, 러시아, 아랍권 등이 ITU(국제전기통신연합)를 중심으로 하여 기존의 ICANN 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ICANN이 사실상 미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으므로 국가간 연합체인 UN 산하기구에서 인터넷 주소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언뜻 상당히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좀더 깊게 살펴보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인터넷에 관한 관리, 운용을 자율적인 네트워크형 거버넌스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나 정부간 국제기구 주도형의 위계형 거버넌스로 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종래 미국 정부의 인터넷 주소 감독권한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다양한 쟁점이 있다.
세계의 양분 – 2013년 WCIT 서명
이러한 국제적 논쟁 가운데, 작년 12월 두바이 국제전기통신회의(WCIT)에서 국제통신규약(ITRs) 개정안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개정안에 대한 찬반으로 세계가 양분되었다. 아래 그림에서 나타나듯 세계는 개정안에 대한 서명국(검정색)과 비서명국(빨강색)으로 나눠졌고, 우리는 중국, 러시아, 아랍권, 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서명국에 포함되었다. 이에 대해서 어떤 분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전략상의 줄타기의 결과라고 하면서 미국일변도의 외교전략을 수정하는 계기라고 지지했고, 다른 분들은 우리가 인터넷 정책 후진국으로 전락했다고까지 비판했다.
▲ 2013. 12. WCIT회의 서명국(검정색)과 비서명국(빨강색)
스노든 사건과 미국 정부의 인터넷 주소관리권 이양 선언
2013년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대량감청을 폭로한 사건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인터넷에 관한 미연방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브라질 대통령은 2013년 10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인권침해와 주권국가에 대한 무례를 꾸짖으면서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민간 차원의 다자간 협력체를 창설하자고 제안하였다. 그 결과 2014년 4월 세계인터넷거버넌스회의(일명, NETmundial 브라질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에서는 향후 인터넷 거버넌스의 중요한 원칙과 실행방안들을 의논하여 발표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미국 정부는 브라질 회의 바로 전인 3월에 국제인터넷주소 관리권을 민간 국제 커뮤니티에 이양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에 따라 국제적으로는 여러 회의를 통해 향후 국제 인터넷 거버넌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ITU 전권회의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한국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의 현황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국제적인 인터넷 거버넌스에 관한 꾸준한 논의와 함께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 2004년 이전까지는 민간 위주의 인터넷 정책기구(인터넷주소위원회)와 재단법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협력하여 인터넷을 운용하다가, 2004년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법률 제정 이후에도 다양한 민간부문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네트워크형 거버넌스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2009년 인터넷발전협의회나 2012년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등 민관협의체를 통하여 민간부문(시민단체, 기업, 학계, 기술전문가 등)과 정부 및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내 인터넷 정책을 의논하여 왔던 것이다. 최근에는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or.kr)를 새로이 발족하여 진정한 네트워크형 거버넌스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률적인 의미에서의 ‘인터넷 거버넌스’ 관련 이슈 법률적 의미에서의 ‘인터넷 거버넌스’는 2가지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각 관련 주제에 따라 적용법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 법률은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있는데, 인터넷 도메인 이름, 프라이버시 및 개인정보보호, 보안, 컨텐츠 규제(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관사항), 망중립성 등 주제에 따라 적용법규가 달라질 수 있다. 인터넷 거버넌스는 상당히 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각 이슈별로 적용 법률이나 관련 부처,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하다. 다음으로 국제적 측면에서 도메인 이름에서 .com 도메인에 대한 재판관할권의 문제나, 혹은 국외 서버에서 발생한 범법행위에 대해 어떻게 재판관할을 행사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고려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상당히 깊이 있는 법률 분석과 국제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인터넷 자체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동시에, 각국에서는 자국법을 적용하려고 하는 주권행사 의지가 있어서 양자가 충돌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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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거버넌스를 말하다> 2부에서는 윤복남 변호사의 “한국 내 인터넷 거버넌스 형성과 인터넷주소에 관한 법률”이라는 제목의 글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