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_지식재산권_제3호_승소사례]
한영애 3집 및 5집 음반에 대한 음반제작자 권리확인 소송
문건영 변호사
가수 한영애씨의 3집 음반 <부서진 밤>과 5집 음반 <난·다>에 대한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이 한영애씨에게 있다는 확인 판결을 받았다. 한영애씨는 작사와 작곡, 가창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 음반의 제작까지도 직접 해 왔다. 그녀는 자신이 예전에 창작한 곡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그 곡들이 당시 녹음한 목소리로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하고 싶었다. 지인을 통해 확인해 보니, 몇몇 음반에 대한 온라인상의 권리(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 중 일부)가 과거 음반사들 명의로 사단법인 한국음반산업협회에 신탁되어 있었다. 한영애씨가 모르는 사이에 음반사들이 권리자로 행세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 협회는 2001년에 음반제작자의 전송권 등의 권리를 신탁 관리하기 위해 생긴 곳인데, 설립 당시 한국음원제작자협회에서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이들 음반사들을 상대로 권리 확인 등을 위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 2013년 4월이었다.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2013년 11월에 받았고, 음반사들이 항소했지만 지난 11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이들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됐다. 소송 과정에서 한국음반산업협회에 사실조회를 해 보았지만, 음반사들이 권리를 신탁하면서 권리자임을 보여줄 만한 증거로서 제출한 것은 없었다. 법원은 한영애씨가 3집과 5집 음반의 음반제작자임을 인정했다.
위 판결은 3집 앨범에 대해, “원고(한영애)는 3집 음반제작계약에서, 원고가 3집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여 제공하고, ○○음반회사는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마스터테이프 등을 사용하여 음반을 제작하여 판매할 권리를 가지며 판매 수량에 따른 음반제작권 사용료를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고, 원고가 음반과 테이프의 원반 및 인쇄물 등에 관한 비용을 부담하며 3집 음반에 수록될 곡의 작사, 작곡, 선곡, 가창, 녹음, 멀티테이프 제작, 편집, 마스터테이프 제작 등을 담당하였다”며 3집 앨범의 음반제작자는 원고라고 하였다.
5집 앨범에 대해서도, 원고가 5집 앨범의 기획, 작사, 작곡, 선곡, 이용허락, 가창, 녹음, 악단의 편성 및 섭외, 녹음 및 편집, 홍보 등 대부분의 음반제작 업무를 담당하며 이를 책임지고, 음반 제작비용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는 원고가 음반 회사로부터 투자받아 부담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며, 원고가 음반제작자의 권리를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그녀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법의 구체적 규율은 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자신의 분신과 같이 음원을 아끼면서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권리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사장되었던 3집과 5집 앨범을 다시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떠한 형태의 창작물에 대해 이를 만든 사람에게 저작권을 부여하는 근거로는 두 가지가 제시된다. 하나는 대륙법적인 접근으로서, ‘저작자의 개성의 발현’으로서 저작물을 보호하는 것이다. 저작물이 창작자의 인격의 표현이어서 저자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전제로 한다. 다른 하나는 실용적 접근이다. 저작권을 부여함으로써 창작과 문화발전을 더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음반제작자의 권리는 저작인접권이어서 정확히 말하면 저작권과는 다르다. 하지만 같은 취지에서 그 보호근거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한영애씨가 자신의 창작력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앨범을 다시 출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금의 대중과 공유하게 된 것은 이 모든 취지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