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_지식재산권_제2호_법률실무강좌]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의 체크리스트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이하에서는 ‘특허권’으로 통칭함)을 등록하였는데 경쟁기업에서 이를 침해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을 때, 이러한 제품의 생산, 판매의 금지를 청구하는 소송을 고려하게 된다. 그런데, 특허 출원이나 등록은 많이 해 보았으나 침해 금지 소송은 처음인 경우가 많다. 소송을 하려면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여러 가지 있다. 그간 수행해 본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체크리스트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의 주요 체크리스트 (1) 내 권리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2) 상대방 침해 제품을 어떻게 특정할지 (3) 상대방 침해 제품이 내 특허권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4) 가처분을 할지, 다른 수단을 선택할지 |
첫째, 내 권리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검토한다. 즉, 내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상대방(피고)이 주장할 수 있는 특허권 무효 항변에 대해 사전에 검토한다. 내 특허는 출원 당시 이미 선행 기술을 검색했고, 특허청 심사과정에서도 한번 더 걸러서 등록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특허 침해 소송에 돌입하면 상대방은 말 그대로 ‘기를 쓰고’ 선행 기술을 검색하기 때문에 출원이나 심사 당시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선출원 특허가 발견되거나, 혹은 공지기술 자료가 제출될 수 있다. 따라서 침해 금지 소송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심도 깊게 점검하기를 권한다. 소장이나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상대방의 무효 항변 단 한번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예도 있다.
둘째, 상대방이 제조·판매하는 침해 제품을 어떻게 특정할지 검토해야 한다. 만약 상대방 침해 제품이 현재 판매 중이지 않다면, 어떻게 침해를 입증하고 상대방 제품을 특정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상대방 제품이 판매 중인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제품 모델명으로만 특정한 경우에는 소송 종료 후 상대방이 해당 모델명만 바꾸면 또 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한 제품 모델명 이외에 상대방 제품에 대한 설명서나 사진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간혹 상대방 제품 설명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특허 청구항을 조금 변형하여 상대방 제품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작성하는 경우를 본다. 이는 특허 권리범위 확인 심판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에는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침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말도록 금지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이를 위해 법원 집행관이 상대방 침해 제품을 다른 제품과 구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 침해 제품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이면서 다른 제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한다. 물건의 발명이 아닌, 방법발명의 경우에는 특히 침해 대상을 어떻게 특정하고, 입증할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자신의 특허 청구항과 상대방의 침해 제품을 면밀히 비교, 검토하여 상대방의 침해제품이 자신의 특허권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입증을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특허 청구항을 다시 면밀하게 검토하여 필수 구성요소가 무엇인지, 상대방 침해 제품에 이러한 구성요소가 모두 구비된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특허 출원 당시에는 조기 등록만을 위해 청구항을 적당히 작성하였다가 막상 침해가 발생할 경우 너무 권리범위가 느슨하게 작성되어 있거나, 구성요소의 용어가 부정확하게 기재되어 애를 먹는 경우를 본다. 따라서 가치가 높은 발명일수록 청구항을 정확하게 기재하여 향후 소송에서 권리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전문변리사의 도움도 필요하다. 일부 개인발명가나 중소기업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스스로 청구항을 작성했다가 청구항 기재상의 오류나 한계 때문에 권리범위가 너무 좁아서 소송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겨 참 안타깝다.
넷째, 가처분을 할지, 다른 분쟁수단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통상적인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의 수단은 가처분 신청이다. 가처분은 짧은 기간 내에(물론 그래도 몇 개월은 소요된다) 상대방 침해 제품의 생산, 판매를 금지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으므로 상당히 위력적이다. 그러나, 만연하게 가처분을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상대방 제품의 침해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상대방 역시 대응특허를 갖고 있어서 특허 대 특허의 논쟁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기술 논쟁을 통해 상대방의 침해를 입증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짧은 기간만 심리하는 가처분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자신의 특허권이 현재 사용 중이지 않은 반면 상대방은 침해금지 가처분 결정으로 인하여 상당한 금전적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부정될 수 있으므로 가처분보다는 본안 소송을 권한다. 또한 과거의 침해는 통상 가처분보다 손해배상청구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례적으로 가처분을 선택하기 보다는 가처분의 실익을 분명하게 검토한 후 분쟁수단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추가 실무팁 (1)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전담재판부 관할 활용 (2) 변호사, 변리사, 현업 기술진의 협업 (3) 특허심판 활용 |
기타 몇 가지 실무적인 팁을 추가하면 다음과 같다.
(1) 지적재산권 관련 전담 재판부가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관할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은 전문적인 소송이므로 경험이 적은 재판부보다 전담재판부에서 판단받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사소송법상의 특별재판적 등을 검토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관할을 잘 활용할 것을 권한다.
(2)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의 기술적 쟁점 입증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와 변리사, 연구원 등 현업 기술진 3자 사이의 협업이 중요하다. 아무리 특허 소송 전문 변호사라고 하여도 해당 기술분야에 대한 지식에서는 전문변리사 및 현업 기술진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승소가능성을 높이려면 변호사에게 충분한 기술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3) 특허심판을 적극 활용하라. 특허권 침해 여부가 불분명하여 소송상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송보다 권리범위 확인심판만 제기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1년에 이르는 심판기간이 필요하고, 승소하여도 상대방에게 제품 생산, 판매를 중지시킬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통상적으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당한 경우, 무효심판으로 맞대응하거나,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으로 방어하는 경우 심판이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