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_지식재산권_7_승소사례]

 

대학교수의 특허 모인(冒認)출원 사건

 

 

 

윤복남 변호사

 

사실관계 요약

 

(1)   연구중심대학인 A대학교는 미국 유수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B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교수로 초빙한 뒤 고가의 연구기자재를 도입하여 연구소를 설립하고 B교수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   B교수는 교수로 임용되어 4년이 지난 후 C회사를 자신이 유일주주인 1인 주주회사로 설립하고, 그로부터 2주 만에 C회사 명의로 바이오 관련 특허를 출원하였다. 해당 특허는 바이오 분야의 원천특허에 속하는 상당히 비중 높은 특허였다.

(3)   B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특허출원 직후 동일한 발명 주제에 대한 위탁연구계약을 자신을 연구책임자로 하여 A대학교와 C회사 사이에 체결되도록 주도하였다. 주요 계약 내용은 1년 기간, 연구비용 4,000만원, 위탁연구 결과 지적재산권의 C회사 귀속 등으로 이후 1년 연장되었다.

(4)   그런데 C회사는 위 출원을 바탕으로 2차 출원을 하고, 나아가 이 2건 출원에 대하여 우선권을 주장하면서 PCT 출원을 진행하였다.

(5)   이를 뒤늦게 알게 된 A대학교에서는 B교수를 징계조치하고,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 고소하는 한편, C회사를 상대로 출원특허 회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주요 논점

 

C회사에 대한 출원인 명의변경을 청구한 민사소송에서 상당히 오랜 공방 끝에 A대학교가 승소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여러 논점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주요한 것은 직무발명 여부, 위탁연구계약의 무효 여부였다.

 

[1] 직무발명으로 인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승계

 

A대학교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교수들의 연구활동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B교수에 대해 10억원 상당의 연구기자재 구입 및 연구비 지급, 의무강의시간의 축소 등의 지원을 제공하였다.

 

B교수 임용 당시 A대학과 소속 교수들은 거의 대부분의 특허를 A대학 명의로 출원하고 등록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교수 임용계약이나 대학 직무발명 규정에서 재직 중 발명의 승계계약이 명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B 교수는 교수의 학내 벤처기업 창업에 대한 학교의 지원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경제적 이득이 예상되는 원천특허에 해당하는 중요한 발명을 하게 되자 이를 개인적으로 차지할 욕심으로 총장 신고 및 승인 절차를 무시하였다. 또한 1인 주주회사로 설립된 C회사의 경우, 대표이사는 B교수 지인이고, B자신은 이사, B의 처는 감사로 등재하였고, 적법하게 승인된 학교 내 다른 벤처기업의 주소만 빌린 채 실제로는 아무런 연구조직이나 사무실도 없는 상태였다.

 

B교수는 C회사 설립 2주 후 C회사 명의로 특허출원을 하였고, 그 이후 A대학 학과장에게 C회사가 자신이 설립한 1인 주주 회사임을 감춘 채, 자신을 연구책임자로 기재하여, A대학과 C회사간의 연구위탁계약에 대한 A대학의 승인을 받았다. 심지어 특허귀속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자, 자신의 실험실 소속 연구원에게 이 사건 특허 관련 실험기록과 전산자료를 모두 폐기하도록 지시하여 거의 모든 실험자료가 폐기되었다.

 

법원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직무발명 여부를 판단하면서, A대학의 설립취지, 실제 A대학 교수들 대부분 A대학 명의로 출원하고 이를 교수임용계약과 직무발명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점, B교수에게 해당 분야 연구의 직무상 책임을 부과하여 이 사건 발명과 같은 연구가 당연히 예정되거나, 기대되어 있는 점, 해당 발명이 B교수의 직무범위에 속하고, A대학의 연구원 및 장비 등의 지원으로 발명한 점 등을 고려하여 직무발명임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B교수가 A대학에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위탁연구계약의 무효 여부

 

A대학과 C회사 사이의 위탁연구계약서에 따르면, 형식상으로는 관련 연구 결과 발생한 지적재산권을 A대학이 C회사에게 양도하기로 기재되어 있었다. 따라서 해당 계약대로 하면, C회사의 출원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었다. 따라서 A대학은 민사소송에서 이 위탁연구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무효라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B교수가 A대학교에 대한 직무발명 승계 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C회사에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2중양도하였으므로 이는 B교수의 A대학교에 대한 배임행위이고, C회사는 이러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으므로 위탁연구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판단을 내린 근거로 B교수가 4년간 재직하면서 다른 교수의 벤처기업 창업승인 과정을 잘 알고 있었던 점, C회사 설립 이전에 이미 발명을 완성하였던 점, C회사 설립 후 2주만에 1차 출원을 한 점, 위탁연구계약에 첨부된 연구계획서의 연구내용이 해당 발명과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점, A대학과 발명의 귀속 문제가 발생하자 연구자료를 모두 폐기한 점, B교수가 C회사의 1인 주주 회사로서 대표이사도 친분관계로 선임하여 명목상으로만 등재한 점 등을 들었다.

 

[3] 업무상 배임 고소 사건

 

이와 같은 민사 사건 이외에도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 고소한 사건 역시 B교수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법원은 B교수가 직무발명을 하였으므로 A대학교에게 특허발명을 승계시켜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반하여 C회사 명의로 모인출원을 하여 A대학교에 손해를 끼친 점을 인정하였다.

 

사건을 돌아보며

 

대학교수의 학내벤처 창업이 상당히 빈번하다. 그에 따라 대학에 귀속할 발명과 벤처기업에 귀속할 발명 사이의 명확한 구분도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많은 경우 위탁연구로 기업과 대학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 사건은 과거 대학 내 직무발명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기 전에 벌어진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 이제는 많은 대학들이 산학협력단을 만들어서 교수들의 직무발명을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잘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