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판례 3. 철도공사 KTX 승무원 근로관계 판결
“공사 열차팀장과 구분되어 일하는 KTX 승무원은 공사와 묵시적근로관계 없어”
대법원 2015. 2. 26. 선고 22011다78316 판결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오모씨 등 KTX 여승무원 34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승무원을 감독하는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 업무와 철도유통 소속 KTX 여승무원 업무가 구분됐고, 철도유통이 승객 서비스업을 경영하면서 직접 고용한 승무원을 관리하고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판시했다.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근로자 파견계약 관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04년 KTX 개통 당시 철도유통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승무원으로 일하던 오씨 등은 2006년 KTX관광레저로의 이적 제의를 거부한 채 코레일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다 해고되자 2008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철도유통은 노무 대행기관에 불과했고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했다"며 "코레일의 해고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하되 진정한 도급과 위장 도급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철도유통은 사실상 피고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 대행기관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 요지
1.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의 판단 기준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하기 위해서는, 원고용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제3자이고 근로 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7.22. 선고 2008두4367 판결 등 참조).
2. KTX 승무원의 경우
승무원을 감독하는 피고 소속 열차팀장 업무와 철도유통 소속 KTX 여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되어 있었고, 철도유통 등이 피고 측과 체결한 각 위탁협약에 따라 독립적으로 KTX 승객서비스업을 경영하였으며, KTX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하여 관리·감독하면서 업무에 투입하고 그에 대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던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각 위탁협약은 단지 도급계약의 형식만 갖춘 것이라거나, 철도유통 등이 KTX 여승무원과 맺은 근로계약도 명목적인 것에 불과할 뿐 KTX 여승무원은 사실상 피고 측과 종속적인 관계에 있고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피고 측이며 KTX 여승무원이 근로를 제공하는 상대방도 피고 측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철도유통 등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원고들과 피고 측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시사점
대법원은 같은 날 현대자동차와 남해화학, 그리고 철도공사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 대한 선고를 하였습니다. 그 중 현대자동차와 남해화학은 원고들이 승소했지만, 철도공사 KTX승무원들은 승소를 했던 원심 판결이 파기되는 상반된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앞의 두 사건들은 모두 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재직한 원고들이 자신들과 피고들의 관계를 근로자파견관계로 주장했었고, 2년 미만 근무했던 KTX승무원들은 피고와 묵시적 근로관계에 있음을 주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그리고,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2년 미만 재직했던 원고 3명은 묵시적 근로관계를 주장했고 KTX승무원들과 같이 패소하였습니다). 언론보도 중에는 이 사건도 근로자파견 판단을 다투는 것이라거나, 원심에서는 근로자파견계약이 인정되었다고 표현하는 등 잘못된 내용이 많습니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묵시적이라는 점이 다를 뿐 제3자와의 근로관계가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파견근로계약관계보다는 근로관계의 직접성이 더욱 요구될 것입니다. KTX승무원의 경우도 2년 이상 재직했더라면 근로자파견관계를 주장하여 인정받을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묵시적 근로관계와 근로자파견관계의 구분을 차치하고, 현실적으로 이 사건과 현대자동차, 남해화학의 승소한 원고들과 비교해 보면 KTX 승무원들은 피고 철도공사의 열차팀장과는 구분된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남해화학의 경우 원고들은 피고 회사 근로자들과 같은 조를 이루어 근무를 하거나 부분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한다는 점이 인정되었으나 KTX승무원은 역할이 구분되는 것으로 판단된 것입니다. 어찌됐든 원고용주와 제3자의 각 근로자들간에 역할이 구분되는지는 근로자파견 판단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적용되므로, 정상적인 도급관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유한 도급업무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데 유의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