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칼럼] 내 돈이라면 이렇게 할까

 

박상융 변호사

 

경찰 재직 시 불만 켜져 있는 빈 치안센터, 파출소를 본 사실이 있다. 지구대로 통합된 이후 멀쩡한 파출소가 치안센터로 바뀌었다. 직원이 퇴근을 한 치안센터는 불만 24시간 켜져 있을 뿐 사람도 없다. 내 돈이라면 이렇게 사무실을 관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직원이 한 명만 근무하는 경찰서 야간 분직 사무실에 불이 24시간 켜져 있었다. 분직을 통합운영해도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 윗선(지방청, 본청)에서 자신들의 지시를 하달할 부서가 없기 때문이란다. 당직근무보다 분직근무자가 더 많다. 휴게실, 숙직실도 없는데도 말이다.

 

지금은 어떨까. 필자가 거주하는 아현역 근처에는 치안센터가 있다. 사람도 없이 청소년경찰학교라는 명패만 있다. 교통센터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없이 빈 컨테이너 박스만 있다.

 

미군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경비부대의 경우에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한다. 유동순찰근무를 해도 되는데 고정근무를 한다. 기동대 버스에서 냉방 에어컨을 틀어놓고 근무를 한다. 위해요인도 없는데 속칭 뻣치기 근무를 한다. 그 인력을 야간에 지구대, 파출소로 인력을 보강하여 순찰 출동을 강화해도 되는데 말이다.

 

경찰청 수사국 재직 시 기동형 포렌식 버스를 거액을 들여 도입했다. 사건 발생 장소에 출동하여 현장 포렌식을 한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없었다. 현장에서 감식을 철저히 해서 지방청과 국과수에 보내면 된다. 굳이 현장 감식버스 내에서 감식과 감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가스총, 분사기 지급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가스총, 분사기를 사용해서 범인을 검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효성도 떨어진다. 시위진압을 위해 도입한 살수차(물대포)도 백남기 농민사건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으니 폐차가 된다. 과연 내 돈이라면 이렇게 할까.

 

경찰서 신축으로 신축 전 경찰서는 폐허가 된다. 용도변경을 생각하지 않고 신축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경찰은 바쁘다. 예상질문 답변자료 준비에 종이만 낭비된다. 굳이 종이 출력을 할 필요가 없다. 지휘관이 바뀌면 멀쩡한 사무기기도 바꾼다. 거기에 더해 집기류도 바꾼다. 관사도 이전하거나 관사 물건도 바꾼다. 내 돈이라면 이렇게 할까.

 

연말이면 불용, 이월, 전용 예산이 많다. 불용은 국가에 반납하면 된다. 그것이 예산 절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국회 지적을 받고 내년도 예산편성안에서 삭감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불용예산은 갑자기 연말에 지방경찰관서에 하달한다.

 

연구용역비 관련 예산은 내년으로 이월된다. 집행 관련 책임을 지기 싫어서란다. 전용도 절차가 까다롭고 책임 문제도 있어 잘 하지 않는다. 내 돈이라면 이렇게 할까.

 

경찰관서장, 지휘관이면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집행되는지 알아야 한다. 실시간으로 집행과정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누수가 발생하는지를 챙겨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경리계장을 바꾸기가 힘들다. 왜 그럴까. 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예산 증액, 현실화보다는 그 이전에 예산 절감이 필요하다. 내 돈이라면 이렇게 할까.

 

눈먼 돈이라는 생각을 가지니 막 집행한다. 결산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혈세다. 예산 낭비를 철저히 막을 필요가 있다. 전기, 수돗물 사용 등 절감이 필요하다.

 

일선 치안현장 인력증원을 위해 경찰인력 재배치가 추진된다고 한다. 계 단위를 통합하고 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일도 줄여야 한다. , , TF팀 등 불필요한 일을 없애야 한다. 순찰, 수사 등 경찰 고유의 업무가 아닌 업무는 과감하게 민간에 위탁하여야 한다.

 

한번 부서나 인력을 증원하면 감원할 수 없다. 불필요한 일을 자꾸 만들어 현장을 괴롭힌다. 대표적인 일이 회의, 지시, 보고 문화다. 현장에 있어야 할 경찰이 회의, 지시, 보고에 시달리면 현장을 소홀히 하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