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계약해제로 인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시
배상액 산정방법
- 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0다246999(본소), 2020다247008(반소)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은 지에스건설 주식회사 등과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되던 상황에서 현대건설 주식회사를 새로운 시공자로 선정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지에스건설 주식회사 등 3개 건설사(이하 ‘원고들’)는 2017. 12. 14. 이 사건 조합에 이 사건 조합의 이행거절을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공사계약에 대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서울고등법원 2020. 5. 28. 선고 2019나2045075(본소), 2019나2045082(반소)]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이 사건 공사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고, 이 사건 조합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공사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원고들이 얻을 수 있었을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원고들과 이 사건 조합은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들이 신축할 아파트 중 일반분양 세대에 관한 분양가격 중 평당 3,100만 원을 초과한 금액을 원고들과 피고가 50%씩 나누어 갖기로 하는 이 사건 초과분양금 분배약정을 하였는데, 이에 기초한 제1심 감정인 소외인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따르면, 원고들의 이행이익 상당액은 2,050억 1,200만원이 된다. 그런데 세대수와 비례율, 이 사건 재건축사업 현황, 원고들이 부담하였어야 할 비용과 사업상 위험성, 피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을 이행거절한 경위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를 반영하지 않은 위 감정촉탁결과를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렵고, 원고들이 이 사건 초과분양금 분배약정에 따라 얻을 수 있었을 이익 상당의 손해액은 50억 원 정도로 봄이 타당하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0다246999(본소), 2020다247008(반소) 판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채무불이행과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인 수액을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다6951, 6968 판결,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1895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러한 법리는 자유심증주의 아래에서 손해의 발생 사실은 증명되었으나 사안의 성질상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곤란한 경우 증명도ㆍ심증도를 경감함으로써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상과 기능을 실현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지, 법관에게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자유재량을 부여한 것은 아니므로 법원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구체적 손해액을 판단할 때에는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와 같이 탐색해 낸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다356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6다64627 판결 등 참조).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고, 법원은 감정인의 감정 결과 일부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감정사항에 대한 감정 결과가 전체적으로 서로 모순되거나 매우 불명료한 것이 아닌 이상, 감정 결과 전부를 배척하여야 할 것이 아니라 그 해당되는 일부 부분만을 배척하고 나머지 부분에 관한 감정 결과는 증거로 채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다1876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 감정인 소외인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와는 무관하게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됨으로써 총 사업비, 비례율, 조합원 추가 분담금 등이 달리 산정됨에 따라 일반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이 사건 초과분양금 분배약정에 따라 원고들이 초과분양금을 수령하더라도 그 전액이 원고들의 이익으로 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정, 피고가 해제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해제 의사표시를 하게 된 것은 원고들의 불성실한 이 사건 공사계약상 의무 이행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사정 등 추상적 간접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의 손해가 50억 원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의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액이 50억 원이라는 산정 근거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이 위 감정촉탁결과의 감정평가액인 2,050억 1,200만 원을 손해액으로 주장하고 있는바,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초과분양금 분배약정에 따라 이 사건 공사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원고들이 얻을 수 있었을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가 얼마인지를 객관적, 합리적인 방법으로 심리, 확정하여 이를 원고들의 손해액으로 인정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추상적 간접사실들만을 나열한 다음 원고들의 이행이익 상당 손해액이 50억 원이라고 단정하였다. 이는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손해액을 산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객관적ㆍ합리적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판결의 의의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손해배상 액수의 산정)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위 대법원 판시 가.항의 법리가 2016. 3. 29.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인하여 법률로 편입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및 관련 법리는,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구체적인 손해액 증명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적용될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이 있을 경우, 법원은 그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해당 간접사실들을 평가하여 손해액을 산정해 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그와 같은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선고된 판결에는 상고이유를 구성하는 위법이 있게 됩니다.
이 사건의 원심은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1심 감정인이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원고들이 취득할 수 있었던 이행이익이 2,000억원을 넘게 되는데, 이를 그대로 인정하여 이 사건 조합에 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이 사건 조합이 사업을 계속 진행하기 어려울 만큼의 엄청난 재산상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결과가 야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원심은 여러 사정을 들어 원고들의 손해액을 50억원을 감축하였는데, 원심에 열거한 사정들은 모두 ‘추상적 간접사실’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추상적 간접사실 만으로는 원고들의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액이 50억원이라는 산정 근거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한 것입니다.
환송심의 심리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이 사건 조합으로서는 원고들이 취득할 수 있었던 이행이익이 2,000억원까지 이르지는 아니한다는 취지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간접사실’을 주장, 입증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으로 보이고, 환송심 역시 해당 부분의 판단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방론입니다만,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경우 공사도급계약의 해제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공사를 선정함으로써 ‘이행거절’로 평가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조합이 계약해제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을 배제하고 다른 시공사를 선정함으로써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시공사의 입장에서도, 조합이 다른 시공사를 선정할 경우 ‘시공사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시공사 지위를 포기함을 전제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