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이 위법하다고 본 사례

-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227619 판결

 

허숭범 변호사

 

1. 사실관계

 

원고는 A 회사이고, B A의 공동대표이사 중 1인이며, 피고는 C 회사임.

 

BC 회사와 사이에, B가 신주인수를 조건으로 C 회사에 투자하고 이후 B 측과 C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하여 D 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C 회사는 D 회사를 설립하였음.

 

A 회사는 C 회사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은 A 회사 및 B 측이 C 회사에 2 5,500만 원, D 회사에 2 4,500만 원을 각 투자하고, C D 회사 발행주식의 51%를 보유하되 D 회사에 공동대표이사를 두며, A, C 어느 쪽이든지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금으로 10억 원을 지급한다고 정하였음.

 

B C 2 5,500만 원을 지급하고 C가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였고, A D 회사에 2 4,500만 원을 지급하여, CD 회사 발행주식 51%, AD 회사 발행주식 49%를 각 보유하게 되었음.

 

[이 사건 투자 구조]

 

D 회사는 C의 대표이사 E A 측이 지정한 F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하였음.

 

D 회사의 자본금 사용출처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자, E(C)는 다른 공동대표이사 F(A)의 의사를 배제한 채 단독으로 D 회사의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각자 단독대표이사 제도로 변경하고, D 회사의 사내이사를 추가로 선임한다는 내용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 개최 소집통지를 하였음. A가 위 임시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으나, C 측이 D 회사 주식의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회사운영에 관한 경영권을 가지고 있고, D 회사의 정관으로 공동대표이사를 특별히 정하지 않은 이상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폐지하는 결의에 정관변경의 절차를 거쳐야 되는 것은 아니므로, 과반수 주주인 C가 주주총회에서 해당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음.

 

E(C)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존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각자 단독대표이사 제도로 변경하여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A 측이 반대하는 사람을 사내이사로 선임하였음. D 회사는 A 측 대표이사 F를 해임하고, C 측으로 구성된 과반수 이사의 의결에 따라 C 1억 원을 대여하였음. 그 밖에도 DC의 실질적인 사주라고 하는 G와 고문계약을 체결하여 식비, 접대비, 골프비용 등을 지급하는 등 직원급여, 접대비, 차량유지비 등을 판매비와 관리비 명목으로 지출하여 2020. 6.D 회사의 총자산은 약 6,158만 원(유동자산 약 5,101만 원), 2021. 6.D 회사의 총자산은 약 1,977만 원(유동자산 약 1,077만 원)에 불과하였음. 2021. 7.경을 기준으로 D 3개 금융기관에 대한 예금채권은 합계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음.

 

A C 회사의 이 사건 계약상 의무위반(공동대표이사 폐지)을 이유로 위약금 10억 원의 지급을 구하였음.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10억 원의 약정 손해배상금 청구에 대하여 ① A가 투자금에 상당하는 D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A D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였고, A의 대표이사(B) C에게 투자한 돈은 A의 손해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위 손해배상 예정액을 A의 투자 원금인 2 4,500만 원으로 감액하였음. (손해배상 예정액의 75%를 감액)

 

3.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 계약은 AC가 공동으로 D 회사에 투자를 하고 C D 회사에 대한 최대 지분권을 갖는 대신 D 회사에서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두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C가 기존에 보유한 기술력 등을 평가하여 CD 회사에 대해 단독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최대 지분권을 갖도록 하는 대신 A가 공동대표이사를 통하여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확보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C가 최대지분권자의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계약상 의무를 저버리고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폐지하는 경우 A로서는 경영에서 배제되고 C 측의 의사에 따른 회사 운영에 견제할 수단을 잃게 된다.

 

이 사건 손해배상 약정은 이와 같이 C 측이 이 사건 회사의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유지하는 의무의 실제 이행이 계속되어야만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C 측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하여 임의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체결되었다. C가 실제로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폐지하고 A 측 대표이사를 해임하자, A는 가처분 등 법률적 수단으로 이를 저지할 수 없었다. 경영에 대한 견제수단이 소멸한 상태에서 D 회사의 자금이 대부분 C의 의사에 따라 유출되었다.

 

이 사건 계약의 목적,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의무 위반에 대해 손해배상 예정을 통해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당사자의 의도, C의 의무 위반이 초래한 결과, D 회사의 재무상태 등을 종합하면, C의 계약 위반으로 인하여 AD 회사의 경영에 사실상 관여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투자 이익을 얻지 못하는 등 유·무형의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계량화, 수치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원심으로서는 기록상의 자료에 의하여 대략이나마 예상할 수 있는 A의 손해액을 예정액과 대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AD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불이익을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투자 원금으로 감액하였는바, 위 투자금은 AC의 주된 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할 경우 원상회복으로 반환받을 여지가 있는 금원만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여 결과적으로 손해배상액 예정에 관한 약정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또한 앞서 본 A의 투자금 외에 A의 대표자인 BC에게 투자한 금액이 곧바로 A의 손해라고 할 수는 없지만, A는 제1심에서부터 일관하여 A가 지급한 2 4,500만 원과 B가 지급한 2 5,500만 원을 합하면 5억 원이고 이 사건 계약 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위 5억 원의 2배로 정하였고 B는 별도의 손해배상을 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BC D 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고, D 회사 설립 이후 AC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은 B C 2 5,500만 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AC 사이의 손해배상의 예정만을 정할 뿐이고, B의 투자금에 대한 별도의 손해배상의 예정 약정이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점, 손해배상 예정액이 A B의 투자 합계액의 2배인 점, C의 계약 위반으로 B의 투자금에 대하여도 앞서 본 바와 동일한 무형의 손해가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처분문서인 계약서의 문면이 A의 주장에 부합한다. CB의 투자금은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A가 주장하는 손해배상 예정액의 약정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고 BC에 대한 투자금이 이 사건 계약의 손해배상 예정액 산정에 고려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위에서 본 사정들을 심리하지 않고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예정액을 판시 금액으로 감액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 원심판단에는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판결의 의의  

 

본 사안에서는 AC사이의 손해배상 예정액을 A의 투자금 한도로 감액한 원심 법원의 판단이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판례에 따르면, ‘부당히 과다한 경우’는 손해가 없다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관행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합니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14478 판결 등 참조).

 

한편, 손해배상액 예정이 없더라도 채무자가 당연히 지급의무를 부담하여 채권자가 받을 수 있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감액하는 것은 손해배상액 예정에 관한 약정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에 감액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인바(대법원 1990. 11. 9. 선고 90다카7262 판결,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240653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AD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불이익을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투자 원금으로 감액한 것은 투자금의 원금 회수에 불과한 금액만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여 결과적으로 손해배상액 예정에 관한 약정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었다고 보았고, 특히 구체적으로 계량화, 수치화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략이나마 예상할 수 있는 A의 손해액을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하면서 그에 대한 실효성 확보 수단으로 일방 당사자의 의 위반시 투자금의 몇 배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바, 이러한 경우 위반 당사자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을 주장하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 그 감액이 투자금의 원금 회수에 불과한 정도에 이를 수 있다면 그 상대방은 본 대법원 판례의 설시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