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보증 이행에 따른 사업권 이전이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 사업의 양도인지 여부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두39678 판결)
변호사 오성진, 이창민
최근 분양보증 이행에 따른 사업권 이전은 부가가치세 부과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위 사안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 사업의 양도의 요건과 위 대법원 판결의 의의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
1. 문제의 제기
최근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하여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신규 주택 및 주상복합건축물의 분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업시행 중 일부 분양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부도를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대한주택보증과 같은 분양보증기관은 건설사들과의 분양보증계약에 따라 해당 건축물의 수분양자들에게 기납부한 분양대금을 환급해 주고(환급이행) 그 대금을 보전받기 위하여 분양회사로부터 시공 중인 건축물 전부를 비롯한 사업장을 일체로 양도받아 공매에 부치게 됩니다(이하, 서술의 편의상 ‘분양보증이행에 따른 사업장에 관한 권리 일체의 이전’을 ‘분양보증이행에 따른 사업권 이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2011년경 건설사들이 분양보증계약에 따라 분양보증기관에게 건축 중이던 건축물을 비롯한 사업장 일체를 양도한 것을 부가가치세법 소정의 “재화의 공급”으로 보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여야 한다는 감사원의 감사의견에 따라 일제히 관련 사업장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대해 건설사들이 해당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다수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 본건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 본건 사업권 이전이 부가가치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업의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규정
부가가치세법 제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부가가치세는 '재화의 공급'에 대하여 부과되는데, 동법 제6조 제6항 제2호는 ‘사업의 양도’를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거래가 사업의 양도에 해당한다면 그 거래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17조 제2항은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 '사업의 양도'를 사업장별로 그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의 양도에 관하여 대법원은 “사업의 양도라 함은, 사업용 재산을 비롯한 물적ㆍ인적 시설 및 권리의무 등을 포괄적으로 양도하여 사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경영주체만을 교체시키는 것”이라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두8422 판결). |
나. 본건 사안에서의 쟁점
- 분양보증이행에 따른 사업권 이전의 특수성
(1) 통상, 사업의 양도는 양수인이 실제로 해당 사업을 인수하여 영위하려는 목적으로 기존의 사업주체와 사업양수도 내지는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대상 사업과 관련된 모든 인적, 물적 설비 및 대고객관계, 영업권 등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양도대상물에 대한 세세한 가치평가 과정을 거쳐 양수도대금을 결정하게 됩니다.
(2) 이에 반해, 분양보증이행에 따른 사업권의 이전은 사업양수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영업양수도계약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양보증계약의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영업양수도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상술하면,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는 건설사들은 관계 법령에 따라 건설보증기관과 분양보증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후 사업시행 과정에서 보증사고가 발생하여 해당 건설사가 더 이상 사업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해 져(보증사고 발생) 보증기관이 분양보증을 이행하게 되는 경우, 해당 사업장의 안정적인 사업 계속과 건설사에 대한 보증기관의 구상권채권의 보전을 위해 건설사는 보증기관에게 분양보증계약의 한 내용으로 ‘보증사고 발생시 보증 대상 사업장에 대한 권리 일체가 자동적으로 보증기관에게 이전된다”는 취지의 확약서 내지는 양도각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확약서 또는 양도각서에 따라 실제로 보증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 시점에 분양보증계약의 당사자인 건설사와 보증기관 사이에서는 사업권 이전의 효과가 자동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주택건설사업의 사업주체가 별도로 시공사를 선정하여 사업계획 수립 및 추진, 현장 관리업무, 분양업무 등을 시공사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경우 시행사인 사업주체는 건축중인 건물과 대지를 비롯한 사업용 재산이나 사업상의 권리의무를 양도하는 외에 별도로 보증기관에게 이전할 만한 인적 설비랄 것이 없습니다.
(3) 이처럼, 분양보증이행에 따른 사업권 이전의 경우에는 계약 당시 별도의 양수도대금 평가절차가 없고, 대부분의 경우 인적 조직의 승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사업양수도 내지는 영업양수도와 다른 특수성이 있고, 바로 이러한 점에서 분양보증이행에 따른 사업권 이전이 과연 부가가치세법 소정의 부가가치세 제외 사유인 “사업의 양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져 왔습니다.
다.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두39678 판결 등
(1) 분양보증이행에 따른 사업권 이전이 부가가치세의 부과대상인지 여부에 관하여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사업권의 이전 또한 부가가치세법 소정의 ‘사업의 양도’에 해당하므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두39678 판결(심리불속행 기각, 확정)1, 서울고등법원 2014. 12. 18. 선고 2013누16502 판결2}.
1. 원심 사건번호 : 항소심 - 서울고등법원 2014. 7. 1. 선고 2013누53136 판결, 1심 - 서울행정법원 2013. 11. 15. 선고 2013구합56638 판결 2. 저희가 원고를 대리하여 수행한 사건으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고, 피고측 상고 없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
위 사건에서 법원은 (i) 분양보증계약은 조건부 제3자를 위한 계약이고, 이러한 보증책임의 이행을 위하여는 분양보증회사가 사업주체로부터 분양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이전받을 필요가 있다, (ii) 양도각서의 문언을 보면, 대한주택보증에게 사업과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이전한다고 되어 있다, (iii) 대한주택보증의 공매조건을 보면, 대한주택보증은 원고로부터 모든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음을 전제로 낙찰자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iv) 사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경영주체만 교체하는 것이라면 인적 시설이 그대로 인수인계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업의 양도에 해당한다, (v) 부가가치세 환급금이 원고에게 귀속한 것은 분양계약 취소에 따른 것으로 당연하고, 이를 누가 보유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원고와 대한주택보증이 해결할 문제이지 국가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 (vi) 부가가치세법에 의하면 사업의 양도는 “사업장”별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분양보증이행에 따른 사업권 이전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가가치세법 소정의 “사업의 양도”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종합하면,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사업권의 이전과 관련하여 별도의 영업양수도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나 이에 따라 분양회사의 종전 법률관계 및 인력이 전부가 분양보증기관에게 이전되었는지 여부 보다는 위와 같이 사업권의 이전을 통하여 당사자가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그 거래의 실질과 그로 인한 효과에 주목하여 사업의 양도 해당 여부를 판단하였다 할 것입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및 사업의 양도와 재화의 공급의 구별기준
가. 과세당국은 세수확보를 위하여 사업의 양도를 좁게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 판결을 통하여 법원은 영업양수도계약 체결의 형식을 취하지 않았거나 인적 설비의 이전이 없거나 사업양수인이 양도인과 제3자 사이의 권리관계(분양계약, 공사도급계약)를 그대로 인수하지 않거나 어떠한 수익금 또는 국세환급금에 관한 권리를 양도인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정하더라도 그 거래의 목적상 사업 전체의 양도가 필요하고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를 사업의 양도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즉, 대법원은 부가가치세법 소정의 ‘사업의 양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거래의 외양이 아니라 그 실질 및 그 거래를 하게 된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인가와 목적 달성을 위하여 양수인이 사업 자체를 양수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보다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 하지만,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재화의 집합을 양도하면서 부가가치세 면탈을 위하여 사업의 양도를 가장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사업자 지위 자체를 이전하기 위하여 어떠한 사업과 관련된 모든 재화, 인적·물적 설비를 이전하는 경우라면 그러한 거래가 특정 사업장, 사업단위에 관한 것이라거나 사업의 양도의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해당 거래는 사업의 양도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사업권 이전에 따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권 이전과 관련한 거래의 실질과 그 법적 효과를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