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동일성유지권
문건영 변호사
원고는 드라마 제작사와 집필계약을 체결한 드라마 작가였다. 드라마 제작 도중 제작사측은 원고에게 작가의 교체를 통보하였는데, 원고는 당시 총 111회 중 32회까지의 극본을 작성한 상황이었다. 이에 원고를 대리하여 제작사와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당시 피고측은 원고가 극본을 늦게 제출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드라마 첫 방송 시작 전에 이미 20회분의 극본을 인도했고, 그 이후에도 방송일 20일 내지 11일 전에는 극본을 인도하였으므로 기준을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고가 33회부터 111회까지의 원고료 상당의 재산적 손해를 입은 것이 인정되었다.
한편,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에 대한 판단도 별도로 이루어졌다. 원고는 노부부가 티격태격 다투며 살아가다가 부인이 먼저 사망한 후, 남편과 부인이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 천천히 화해해 가는 시놉시스를 작성했고, 제작사에 인도한 극본은 이러한 줄거리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제작사는 원고가 건넨 극본의 마지막 부분을 죽은 부인이 하관 직전에 관 속에서 살아나는 내용으로 변경해서 방송하였다. 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 권리로서, 저작권법은 이러한 권리가 양도, 이전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저작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변경한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데, 동의의 여부나 그 범위는 계약의 성질, 체결 경위와 내용, 당사자들의 지위와 상호 관계, 계약의 목적, 저작물의 이용실태, 저작물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0다79923 판결). 원고가 제작사와 체결한 집필계약에는 ‘원고가 제공한 대본 등 모든 용역의 결과물의 저작권이 제작사에게 양도된다’고 정하면서도, ‘제작사는 원고의 저작인격권을 존중해야 하고, 방송의 표현상 부득이한 경우 극본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부 수정,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즉, 원고는 방송의 표현상 부득이할 경우 극본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작사가 극본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을 동의한 것이다. 1심 판결은, 피고가 한 변경이 원고의 저작물의 본질을 해하는 정도의 중대한 내용 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 16. 선고 2013가합8556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