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라케시 조약 비준서 기탁
문건영 변호사
정부는 지난 10월 8일, 시각장애인등의 발행 저작물 접근 촉진을 위한 마라케시 조약((Marrakesh Treaty to Facilitate Access to published Works for Persons who are Blind, Visually Impaired, or otherwise Print Disabled, 이하 ‘마라케시 조약’)의 비준서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기탁했다.
마라케시 조약은 저작권의 제한과 예외에 대해 정하는 조약이다. 시각장애인이 저작물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체결되었다. 이 조약에 따르면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이 권리자의 허락 없이 어문 저작물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자료 형태로 복제해서 국내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할 수 있다. 또한, 합법적으로 제작된 대체 자료를 타국 기관이나 시각장애인에게도 배포할 수 있다.
허용되는 대상 저작물은 주로 어문저작물이며, 음악저작물이나, 영상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 등은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합의의사록(agreed statement)에서는 오디오북을 포함시켰다. 접근할 수 있는 포맷의 복제물(accessible format copy)은 시각장애인등 조약의 수혜자가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적 방식이나 형태로 된 저작물의 복제물을 말하는데, 수혜자에게 배타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조약은 제4조와 제5조에서 각각 국내법상의 제한과 예외 및 접근가능한 포맷의 국경간 교환을 위한 제한과 예외를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이미 공표된 저작물을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 복제·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한 시설에서 비영리적으로 공표된 어문저작물을 녹음하거나 시각장애인을 등을 위한 전용 기록방식으로 복제·배포 또는 전송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제33조). 그리고 도서관법은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설립하고,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자료의 수집·제작·제작지원 및 제공에 대해 정하면서, 이를 위해 도서관자료를 발행·제작한 자에게 디지털 파일형태로도 납본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도서관법 45조, 같은 법 시행령 20조). 문화체육관광부는 위 조약이 발효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 추가적인 이행 의무를 부담하거나 국내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마라케시 조약이 발효되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해외의 독서장애인이나, 해외저작물에 접근하려는 국내의 독서장애인이 크게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 도서를 점자 등의 형태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느는 것이 체감되는 변화일 것이라 보인다.
2009년부터 WIPO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마라케시 조약은 2013년 6월에 조약문이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2014년 6월 26일 서명했다. 현재까지 아르헨티나, 인도, 싱가포르 등 10개국이 이 조약을 비준하였으며, 우리나라는 11번째로 비준하는 것이다. 마라케시 조약은 20개국이 비준·가입한 날로부터 3개월 후에 발효하게 되고, 따라서 향후 9개 국가가 추가로 비준을 완료하면 그 3개월 후에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