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까
문건영 변호사
지난 10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상물에 대한 가처분 결정이 있었다. 여러 일본 회사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3천여개의 영상물이 웹하드에서 사용되는 것을 금지시켜 줄 것을 법원에 청구했다. 일본 성인물 제작업체들이었다. 피신청인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웹하드를 제공하면서 회원들이 콘텐츠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대가를 지불하고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도록 하고 있었다. 신청인들은 피신청인들이 위 웹사이트에서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조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결정을 보자. 결정문은 우선 저작물이란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2015년 6월 11일자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설령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신청인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는데, 대상 영상물이 사상이나 감정을 창조적인 표현형식을 통해 드러내는 영상저작물에 해당함이 소명되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본안소송에 이르기 전에 가처분을 명하지 않으면 신청인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다는 사정이 소명되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즉, 가처분이 인정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한 것이다. 그 사유들은 이렇다.
“남녀의 성행위 장면 등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상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음란물의 배포, 판매, 전시 등의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이상 음란물에 해당하는 영상의 저작권자가 적극적으로 저작물을 유통하는 것까지 보호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인데, 채권자들(신청인들)은 별지 목록 기재 각 영상과 같은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상물의 제작 및 유통을 주된 업으로 하는 회사들로서, 이 사건 신청은 피신청인들에 의한 유통의 소극적인 금지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별지 목록 기재 각 영상의 유통을 통한 경제적 이익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 여러 사정.
위 결정이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6월달의 대법원 결정과 위 가처분 결정 사이에 8월에 부산지방법원에서 음란물에 대한 결론을 달리하는 가처분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산지방법원에서도 일본 동영상 제작업체들이 국내 파일 공유 사이트에 대해 영상물 복제 등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는데, 당시 재판부는 음란물도 저작물이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므로 업로드나 다운로드가 전송권, 복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결정은 음란물도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의 취지를 내세워 보호를 부인하였다. 소극적인 금지와 적극적인 유통을 구별하면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소극적인 금지는 허용되지만, 음란한 영상저작물의 적극적 유통은 보호하기 어렵다고 했다. 즉, 단지 다른 사람들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시키기만 하려는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그 저작물을 자신이 적극적으로 유통시키려 하는 것이라면 보호하지 않겠다는 뜻이겠다. 본 건에서는 신청인들이 음란물의 제작 및 유통을 주된 업으로 하는 회사라는 점이 경제적 이익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인 유통’의 근거가 되어 주었다.
결정문에는 음란물에 대해 결과적으로 법의 보호가 주어지도록 하지 않겠다는 재판부의 의도와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창작물을 저작물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의 충돌을 명확히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음란물의 적극적 유통이 있다면 원칙적으로는 그러한 구체적 유통 자체가 관련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금지되어야 할 것인데, 자신의 유통이 아닌 다른 사람의 유통을 금지하는 신청까지도 적극적 유통을 위한 것이라 판단되었다. 그런데 이 결정으로 인해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음란물의 유통은 그만큼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는 음란물의 적극적 유통을 보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음란물의 유통을 방치한 것이 되었다. 저작권법과 다른 법률과의 조화로운 해석과 적용의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