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_지식재산권_15_저작권 최신판례]

 

음악을 그대로 영화에 사용하는 것이 영상화에 해당하여

영상저작물 특례 조항이 적용된다는 판결

 

 

 

문건영 변호사

 

영화 제작에는 음악이 사용되게 마련이다. 많은 경우에 음악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이를 신탁받아 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협회’)에 있다. 그래서 영화제작자들은 협회에 신청서를 내고 승낙을 받는 절차에 따라 음악 사용을 허락 받는다. 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단체인데, 저작권 사용료의 액수를 정하는 징수규정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정한다.

 

종래에는 영화에 사용하는 음악에 대해서 제작할 때 한 번 허락을 받고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족했다. 그런데 2012 3월에 협회의 징수규정이 개정되면서, 영화에 음악을 넣을 때, 즉 저작권법상 복제가 이루어질 때에 사용료를 내는 외에, 영화를 트는 것 즉, 저작권법상 공연에 해당하는 영화상영에 대해서도 별도로 사용료를 낼 수 있도록 바뀌었다.

 

문제는 징수규정이 개정되기 전의 상황이다. 징수규정 개정 전인 2010 10월경부터 협회는 음악 사용을 신청할 때 새로운 신청서 양식을 사용하도록 했는데, 그 사용조건 란에 상영(방송)목적 최초복제 및 2차적 이용을 위한 최초복제에 한하여 승인함. 공연권등은 별도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여야 함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던 것이다. 협회는 이러한 사용신청서 양식으로 음악 사용을 허락받은 영화의 상영에 대해, 극장들에 공연 사용료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에 음악을 넣을 때만 사용료를 내서는 안되고, 영화상영에 대해서도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다. 이 분쟁에 대해 2013년에 1, 2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올해 1월에 들어서야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주된 쟁점은 영상저작물에 대한 특례조항인 저작권법 제99조 제1항이 음악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였다. 이 조항은 저작재산권자가 저작물의 영상화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한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공개상영을 목적으로 한 영상저작물을 공개상영하는 것도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 영상화를 허락한 이상, 그에 따라 제작된 영화를 공개상영하는 것도 모두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상화 될 수 있는 대상이 문제되었다. 소설이나 시나리오와 같은 어문저작물을 영상화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음악저작물도 영상화될 수 있을까. 특히, 음악이 변형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영화에 삽입되었을 경우에도 영상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법원은 음악이 영화에 그대로 사용된 경우도 영상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영상저작물에 대한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는 영상저작물에 대해 종합예술로서 특성을 살리고 그 이용의 원활을 기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적용되는 저작물의 범위를 어문저작물에 한정하고 음악저작물을 제외하게 되면, 영화의 제작단계에서 개별 저작권자들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상영을 위하여 별도로 모든 저작권자들의 허락을 받아야 해서 입법취지에 반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음악저작물의 영상화는 저작물이 변형될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2차적 저작물 작성에 해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렇게 해석하면 음악을 영화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한 이상 특약이 없을 경우 공개상영하는 것도 허락한 것으로 추정하게 된다. 사용신청서 양식의 변경이 제99조 제1항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협회의 주장도 기각되었다.

 

한편, 영화를 위해 새롭게 창작된 곡들에 대한 사용허락이 있었는지도 별도로 문제되었다. 창작곡의 저작자들이 협회와 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협회로 양도되도록 되어 있는데, 영화제작자들은 음악의 저작자들 또는 이들을 관리하는 음악감독의 허락만을 받았지 저작재산권자인 협회의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저작재산권의 양도는 등록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정하는 저작권법 제54조 제1항을 이용하여, 협회가 양도(신탁)의 등록을 하지 않았으므로 피고 극장들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영상저작물에 대한 특례를 정하는 제99조 제1항의 영상화에 음악저작물, 특히 음악저작물을 그대로 영화에 삽입한 경우가 포함되는지는 논란이 되어 왔다. 음악을 그대로 영화에 넣는 것이 영상화라는 문언의 의미에 잘 들어맞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서 논란이 일단락 되었다고 보인다. 위 조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매우 타당한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