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인형은 지난 주에 네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 말하는 인형, 개인정보보호, 그리고 프라이버시
선미라 미국변호사
대개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장난감을 독점하지 말고 친구들과 사이 좋게 함께 쓰라고 가르치는데 아이가 친구들과 갖고 노는 인형이 친구들 몰래 대화를 녹음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고 있다면 어떨까?
연말이면 판매 시작 후 1분만에 매진되는 인기 장난감을 구하느라 고생해 본 부모라면 아이가 원하는 매진된 로봇 장난감을 구하려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고군분투하는 영화 'Jingle All the Way' (1996년 개봉) 속 아버지 모습에 공감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혹시라도 “말하는 인형”이 올해의 "대세 선물"이 되면 아마도 아이에게 이 인형만큼은 친구와 함께 갖고 놀지 말라고 주의시켜야 할 지도 모르겠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아이 엄마 두 사람이 대화형 스마트 인형 ‘헬로 바비(Hello Barbie)’ 제조회사 마텔(Mattel)을 상대로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제기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 소송의 배경에는 2015년 3월 미국에서 헬로 바비가 첫 선을 보이자마자 인형의 대화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수집한 아이들의 개인 정보와 인형에 녹음된 대화 내용을 제조사인 마텔이 보관하는 것에 대한 사생활 침해 비판과, 몇 달 후 다른 대화형 스마트 인형 제조사의 서버에 저장된 5백만 명의 아동 및 가족들의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대형 사고 후 스마트 인형에 대해 커지고 있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헬로 바비를 비롯한 대화하는 인형의 작동 원리는 스마트폰에 연동 앱을 다운로드해 사용자 계정을 만들고 나서 아이가 버튼을 누르고 인형에게 말을 걸면 내장 와이파이 마이크가 이를 녹음해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해 저장하고, 서버의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가 이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수천 가지의 답변 중에서 적절한 것을 조합해 인형으로 전송하여 아이가 버튼에서 손을 떼면 인형의 응답을 듣게 되는 것이다.
마텔사는 아이가 대화한 내용이 많아질수록 인형이 아이에게 더 잘 반응하게 되므로 헬로 바비의 경우 8,000줄 이상의 “대화”를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부모의 앱 계정에 아이가 인형과 나눈 대화를 부모에게 통보해 주는 기능이 있고 아이가 인형과 나눈 "대화"의 녹음 파일을 마텔사가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마텔사는 이러한 앱이 관련 법이 정한 기준을 준수하고 녹음된 대화들은 광고나 마케팅에 절대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앱 개발회사 Toy Talk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대해서는 https://www.toytalk.com/hellobarbie/privacy/ 참고)
하지만 최근에 헬로 바비의 와이파이 마이크에 아이와 놀이 친구들이 하는 얘기나 근처에 있는 이들의 부모들이 나눈 대화도 녹음되어 인터넷으로 전송된다는 점이 알려졌다.
이번에 마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엄마들은 인형 주인인 아이와 그 부모와 달리 친구들이나 그 부모들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적이 없으니 사생활을 침해당했고, 마텔이 아이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헬로 바비 인형에 제3자 목소리 감지 장치와 제3자가 얘기한 내용에 대해 별도로 사용 허락을 받는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