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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지나?

 

 

 

윤복남 변호사

 

최근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서대영 상사(진구)가 운전을 하다 갑자기 스위치를 누르더니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조수석의 윤명주 중위(김지원)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알고 보니 국내 자동차회사의 PPL(Product Placement) 광고로 차간거리제어 및 차선유지시스템을 과장하여 묘사한 것인데, 만약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이러다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드라마와 같은 상황에서 사고가 난다면 일단 운전자인 서상사의 책임이다. 왜냐면 현재 시판 중인 차량의 차간거리제어 및 차선유지시스템은 전방에서 시선을 뗀 채 운전대를 놓아도 좋다는 어떤 설명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상사는 운전대를 놓은 채 전방 주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그런데 만약 해당 자동차광고나 사용설명서에 굳이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했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라면 해당 광고나 설명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가 제조물 책임을 질 수 있다. 제조물의 표시상의 결함’(잘못 설명한 경우도 포함)으로 인하여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제조물 책임을 지게 되는데, 만약 위와 같은 광고나 설명이 있다면 제조자가 결함 없음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 더 가정해 보자. 이 차가 만약 구글이 현재 시운전중인 자율주행 자동차라면 어떨까? 이 경우엔 좀 더 복잡해 진다. 얼마 전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 동영상을 보았는데 한 시각장애인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승하여 목적지만 지시할 뿐, 자동차에 어떤 운전행위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라면 사고에 대한 책임논의가 달라지게 된다.

 

첫째, 자동차 사용자(탑승자)는 이제 더 이상 운전자가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해 질 수 있다. 즉 자율주행 자동차의 발전 정도에 따라 자동차의 탑승자가 자동차의 운행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운전자가 아니라 자동차 소유자의 책임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우리 민법에 따르면 공작물에 하자가 있을 때에 소유자는 아무런 과실이 없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민법 제758). 이와 유사하게 차량소유자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둘째, 자동차 제조사의 제조물 책임 역시 문제될 수 있다. 이 때에는 단순한 표시상의 결함이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의 제조 · 설계상의 결함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했는지 문제될 수 있으므로, 해당 자동차 제조사가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다만 결함이 소프트웨어에 있는 경우 현행 법상 제조물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제조물 책임이 무한정 확대될 경우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급이 불가능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제조물 책임을 완화하는 특별법 제정이 새롭게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국가의 관리감독 의무도 제기될 여지가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운행 인허가 과정에서 충분한 관리감독권을 행사해 도로운행에 이르지 못할 수준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운행을 못하게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넷째, 보험제도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보험제도는 운전자와 차량 중심으로만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이 운전자개념이 사라지거나 큰 의미가 없게 된다면, 차량 제조사와 소유자, 탑승자 사이에서 적절한 대체 보험상품(제조물책임보험과 자동차손해배상책임보험이 결합한 방식)이 개발 ·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이후 자율주행 자동차나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대세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된 미래에 걸맞게 법, 제도, 의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많은 지혜와 논의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에 관한 문제도 이러한 논의의 첫 단추에 해당될 것이다. 놀라운 기술혁신을 수 백 년간 이어져 온 법 제도와 연결하여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 새롭게 우리들에게 주어진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