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_지식재산권_17_판례 비교]

 

저작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목의 관계

 

 

 

문건영 변호사

 

지적재산권은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부정경쟁행위 등 서로 다른 법률상의 권리들에 의해 보호된다. 각각의 법률은 보호하는 취지와 범위가 달라서 보호 영역이 서로 다른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그 틈새에 보호의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 ()목은 2013 7월에 기술 변화 등으로 나타나는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신설되었다. 이렇게 하여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기존의 부정경쟁행위의 목록에 추가되었다. 그렇다면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어떤 대상이 신설된 ()목에 의해서는 보호될 수 있을까. 이에 관해 일견 상반되어 보일 수도 있는 두 개의 하급심 판결을 소개한다. ‘솔섬판결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목의 부정경쟁행위도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인 반면, 게임 포레스트 매니아에 관한 판결은 게임에 관한 저작권 침해를 부인한 후 ()목의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다. 다만, 저작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목의 관계로 일반화하여 묶기에는 두 판결의 사실관계가 상당히 다른 점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미 널리 알려진 솔섬사진과 관련된 고등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14. 12. 4. 선고 20142011480)을 살펴보자. 영국 출신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가 솔섬의 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피고인 항공사가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같은 솔섬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광고에 사용하였다. 마이클 케냐의 위 사진에 대한 국내 저작권을 양수받은 원고는 피고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판결은 먼저 피고의 사진 사용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침해인지의 판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부분을 먼저 파악한 후 이를 개별적으로 대비하는 방법으로 양 작품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했다. 보충적으로는 저작물 전체가 주는 인상이나 느낌을 대비하는 방법에 의해서도 양 작품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했다. 그러나 두 기준에서 모두 실질적 유사성이 부인되었다.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과의 관계에 대해서, 위 판결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가 광고에 사용한 이 사건 공모전 사진(피고 공모전 당선 사진)은 이 사건 사진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칙적으로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이 이 사건 사진저작물(마이클 케냐의 사진)모방하였음을 전제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 ()목 의 적용을 구하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형태의모방행위는 저작권법에 의해 허용되는 것이고, ()목은 한정적으로 열거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 ()~()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보충적 규정일 뿐 저작권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행위까지도 규율하기 위한 규정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피고의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의 사용행위가 마이클 케냐 또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사진저작물을 광고에서 사용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을 선정해서 광고에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이와 일견 상반되는 것으로 보이는 1심 판결은 게임 포레스트 매니아에 관한 것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30. 선고 2014가합567553 판결). 다른 게임에서 도입한 규칙을 자신의 게임에 사용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게임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판결이다. 원고는 2013. 4.경 게임을 개발(‘이 사건 원고 게임이라 부른다)해서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출시했다. 특정한 타일들을 3개 이상 직선으로 연결하면 타일들이 사라지면서 그 수만큼 해당 타일의 점수를 획득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는 매치-3-게임을 기본 형식으로 취하는 게임이었다. 이후 2013. 12.경에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2014. 6.에는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이 사건 원고 게임을 출시했다. 피고는 2014. 2.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역시 매치-3-게임을 기본 형식으로 하는 포레스트 매니아게임(‘이 사건 피고 게임이라 부른다)을 개발, 출시했다. 저작권에 관한 판단에서, 위 판결은 이 사건 원고 게임과 이 사건 피고 게임 중 중복되는 게임 규칙 부분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제외하고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표현 부분 역시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아서, 이 사건 피고 게임은 이 사건 원고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 ()목 위반은 인정하였다. 부정경쟁방지법 ()목 관련 판단에서, 우선 이 사건 원고 게임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주된 쟁점은 피고의 이 사건 피고 게임 출시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원고 게임을)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위 판결은 아래와 같은 사유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피고 게임을 출시하여 이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피고의 행위는 ()목에서 정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한다고 보았다. 그 사유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원고 게임은 기존의 매치-3-게임에 더하여 많은 규칙을 최초로 도입하였는데, 이 사건 피고 게임에도 위 규칙들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원고 게임은 2013. 4.경 개발되어 페이스북을 플랫폼으로 하여 출시되었는데, 이 사건 피고 게임은 그로부터 불과 10개월 정도 이후로서 이 사건 원고 게임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이전인 2014. 2. 11.경 출시된 점, ③ 위와 같은 출시 시점이나 이 사건 원고 게임과의 규칙 및 진행방식의 동일성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사건 피고 게임은 이 사건 원고 게임에 의거하여 개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④ 원고와 피고는 경쟁관계에 있고, 각 게임도 동종의 게임인 점, ⑤ 비록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으나 앞서 살펴본 각 게임의 구체적인 실행 형태 등을 살펴보면, 이 사건 원고 게임과 이 사건 피고 게임은 그 표현의 방식, 사용되는 효과, 그래픽 등도 상당히 유사한 점, ⑥ 이에 따라 이용자들 역시 이 사건 원고 게임과 이 사건 피고 게임이 거의 동일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 등이다.

 

피고는, 타인의 지적성과물인 아이디어를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지식재산권의 보호를 무한정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인정될 수 없고, 이 사건 피고 게임의 개발·제공 행위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이므로 부정경쟁방지법 ()목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 판결은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서는 이 사건 원고 게임에서 최초로 도입된 규칙들이 이 사건 피고 게임에 그대로 적용된 부분에 중점을 둔 것으로서, 규칙의 유사성이 아닌 표현형식의 유사성만을 판단한 저작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 부분과는 그 국면을 달리한다 할 것이므로, 비록 이 사건 피고 게임을 출시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는 원고가 최초로 도입한 규칙들이 원고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이전인 짧은 시일 내에 피고에 의해 국내에서 사용되었다는 점에 방점을 둠으로써, 저작권 침해를 부인하면서도 부정경쟁행위는 인정한 것이다. 다만 본 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그 경과를 지켜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