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_지식재산권_제19호_판결 소개]
인물정보 서비스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지선 변호사
공적인 사람에 대한 정보제공 서비스는 어느 정도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하급심은 ‘영리 목적으로(특히 개인정보를 불특정 다수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 자체를 영업으로 하는 자가 그 영업으로서) 공개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한 경우에는, 설령 정보주체가 공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판결은 2015. 12. 본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공개된 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영리 목적으로 제공한다고 하여도,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과 형태, 범위, 공개의 의도 및 목적, 직무관련성 등을 고려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1. 사실관계
甲은 원고이며, A, B, C, D, E는 피고이다.
A, B는 언론사 인터넷사이트를 통하여 인물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C, D는 자신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에 인물의 기본 정보(성명, 성별, 직업 등)를 게시하면서, 인물에 대한 상세 정보는 다른 인터넷사이트에서 유료로 볼 수 있다고 알려주고 그 사이트의 링크도 제공하였다. E는 종합 법률정보 제공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인물정보를 자체적으로 수집하여 DB로 만들어 유료로 제공하였다.
대학교의 법학과 교수인 甲은 자기 인물정보를 자신의 동의 없이 제공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인물정보 제공사이트 등에서 알려준 정보 중에 직업 정보는 甲이 재직하는 대학교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된 정보였지만, 생년월일은 한정된 사람에게 배포되는 대학교원명부, 교수요람(비매품) 등에만 나타나 있었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알권리 등의 가치 비교형량 필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인격적 법익을 침해∙제한한다고 주장되는 행위의 내용이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공개된 개인정보를 그의 별도의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수집∙제공하였다는 것인 경우에는 개인정보 주체의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이익과 정보처리자(정보를 공개 또는 제3자 제공한 자)의 ‘알권리’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의 가치를 비교 형량하여 어느 쪽 이익이 더 우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정보처리의 위법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구체적 원칙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처리할 때에는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의도,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 형태, 공개 대상 범위, 원래 공개 목적과의 관련성 등을 검토해서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
법률정보 제공 사이트에서 영리목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공개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그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다.
정보주쳬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이미 공개한 개인정보는 그 공개 당시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이나 제3자 제공 등의 처리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하였다고 할 것이다.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그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이라면 영리목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판결에 대한 의견
공개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하여, 하급심 판결은 영리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공개의 목적에 어긋난 것이라고 하면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침해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영리목적 여부에 따라 개인정보 침해를 판단하지 않았으며, 공개된 정보의 성격, 공개의도,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 업체가 공개한 정보와 그 목적 등을 판단의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 개인정보 관련 법은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나머지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개인정보 수집과 제3자 제공에 있어서 정보주체의 동의를 가장 핵심적인 요건으로 삼고 있다. 하급심 판단과 대법원 판결 모두 ‘과연 정보주체의 동의가 어디까지 있었다고 볼 것인가’를 주요하게 판단하였다.
동의의 범위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동의’가 면제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적절한 처리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며, 과도한 수집은 금지되어야 한다. 동의 자체가 자유로운 동의여야 하면, 가능한 최대한 철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서 언급된 민감정보나 고유식별정보는 물론이거니와(공개된 정보 중 민감정보와 고유식별정보가 없고, 공공성 있는 정보라는 것이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고려 요소 중 하나였다), 그 외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정보는 대부분, 공개되어 있다고 해도,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제3자에게 영리로 제공해도 된다는 동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