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의 아들로서 조합원이자 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근로를 제공하고 정기적인 급여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상도 변호사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기초사실
대법원은 지난 2017. 9. 7.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의 아들로서 조합원이자 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원고의 아버지는 1997년 무렵부터 ‘OO농장’이라는 상호로 양계장을 운영하다가, 2006. 2. 6. 그 조직을 변경하여 ‘OO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후 대표이사로 취임하였습니다(이하 ‘OO농장’과 ‘OO영농조합법인’을 통칭하여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합니다). 아들인 원고는 2006. 1. 30. ‘OO영농조합법인’의 출자금으로 15,000,000원을 납입하여 조합원이 되었고, 이사로 등기되었습니다. ‘OO영농조합법인’은 사업개시일을 2007. 10. 20.로 하여 그 무렵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피고(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원고를 상시근로자로 포함시켜 4대 보험의 성립신고 등을 마쳤고, 원고에 대한 4대 보험료를 납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통상 4인(원고 외 3인)이 근로하면서, 크게 ‘계란업무’와 ‘퇴비업무’를 하였고, 원고의 아버지는 주로 자금관리, 출하 등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하였으며, 원고의 어머니가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 4인에게 일상적인 업무지시를 하였습니다. 한편, 원고는 ‘OO농장’ 시절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퇴비업무’ 및 기계수리 업무 등을 담당하였고, 08:00에 출근하여 18:00 에 퇴근하였는데, 2015. 2. 4.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자 원고는 피고에게 요양승인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요양승인신청을 거부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 요지
회사나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가. 비록 원고가 명목상으로 이 사건 법인의 조합원 및 이사이기는 하나, 이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가족들이 주축이 된 영농조합법인이 상당수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원고가 조합원 등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사정만으로 곧바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는 없고,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그 근로자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고에게 지급된 월 급여액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 내지 중위소득 수준으로 보이고, 원고, 소외 2, 소외 3 사이의 매월 급여액 차이가 그리 크지 않으며,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던 나머지 2인보다 평소 근무시간이 길었고 퇴비 업무가 계란 업무보다 고된 육체노동에 해당할 뿐 아니라, 위 나머지 2인보다 나이가 17~25세 가량 적은 원고가 제공한 육체노동의 질과 강도가 더 높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에게 지급된 월 급여액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정만으로 그 급여액에 사업소득(이익배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법인의 사업내용인 퇴비업무에 종사하면서 일정한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구속되어 일하였고, 스스로 비품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한 적이 없으며, 이 사건 법인의 사업실적과 상관없이 일정한 액수의 급여를 받아왔고, 나아가 사업주도 원고에 대한 4대 보험료 관련 보험관계 성립신고 등을 마치고 이 사건 재해 발생일까지 원고에 대한 4대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하였으므로, 원고는 대표이사인 소외 1 등의 지휘ㆍ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를 포함한 일가족이 이 사건 법인을 공동으로 경영하였다고 보아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시사점
법인의 등기이사 내지 임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많은 다툼이 있으나,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회사나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라는 확립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다수).
위 판결은 이와 같은 법리가 가족이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판결로서, 설령 가족 중 1인이 대표이사고 나머지 가족들이 이사 내지 임원으로 등기되어 있어, 해당 영농조합법인을 가족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경영하고 그 수익을 가족구성원들이 사실상 공유한다고 볼 수 있더라도, 대표이사가 아닌 가족구성원이 대표이사인 가족구성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면, 근로를 제공하는 가족구성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비단 영농조합법인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 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바, 가족단위 사업체에서 이사 내지 임원으로 등기되어 있는 가족구성원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