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아파트 내 상가(이하 ‘이 사건 상가’라고만 합니다)에서 상가를 분양하면서 영업할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상가의 경우에는 F호, G호, H호에 한하여 편의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업종을 제한하여 분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위 F호, G호, H호에서 편의점을 개점하여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이 사건 상가 내 E호에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개점하여 영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상가 내 업종제한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상가 E호에서 아이스크림 할인점 내지 이와 유사한 소매점 영업을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아이스크림 할인점 내지 이와 유사한 소매점 영업을 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내용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제1심(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1. 12. 1. 선고 2021가합102576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여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대한 부분은 인용하고,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유사한 소매점에 대한 부분은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나. 항소심의 판단
위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를 하였는바,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3. 7. 21. 선고 (인천)2021나17424 판결]은 제1심과 달리
① 피고의 점포에서는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빵, 젤리, 초콜릿, 견과류, 껌 등 한정된 품목만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편의점의 핵심 특징인 포괄적인 상품판매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본적으로 동일한 업종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② 한국표준산업분류는 동종업종 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등 단일 내지 소수 품목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각종 무인점포 등 할인점은 비교적 새로운 형태의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점,
③ 다종의 포괄적인 상품판매라는 편의점의 핵심 특징을 고려할 때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 소규모 물품만을 판매하는 할인점을 두고 체인화 편의점과의 관계에서 동종업종의 상가 입점 제한을 받는 대상으로서의 편의점이라고 볼 수 없는 점,
④ 지정업종 외로 입점 제한 규정을 확대해석할 경우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게 됨은 물론 기술의 발달을 통하여 창출되는 새로운 서비스 산업의 출현을 막게 되어 그 자체로 부당한 결과를 야기할 소지가 있는 점,
⑤ 피고의 영업으로 인하여 원고의 매출에 손실이 있었는지에 대하여 원고가 입증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인용하여 위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① 피건축주가 상가를 건축하여 점포별로 업종을 정하여 분양한 경우 점포의 수분양자나 그의 지위를 양수한 자 또는 그 점포를 임차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의 점포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 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호간의 업종 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업종 제한 약정을 위반할 경우 이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자는 침해배제를 위하여 동종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1179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다79258 판결 등 참조)라고 하면서 상가 내 업종제한 약정에 따른 동종영업금지청구권을 인정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다음,
② 업종의 사전적 의미,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그 업종의 영업내용, 한국표준산업분류표의 분류기준 등을 모두 종합하여 결정하되, 획일적ㆍ절대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상가가 위치한 도시와 아파트단지의 규모, 그 상가의 크기와 상권형성 정도, 인근 동종업종의 상황 등도 아울러 고려하여, 지정된 업종의 점포 입점자가 거래관념상 통상적으로 수인하여야 할 정도를 넘는 약정 위반인지 여부를 판단(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63747 판결 등 참조)하여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의 동일 업종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한편 본 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 편의점은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이라고 정의한 다음,
②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은 편의점의 주요 판매품목을 구성하고 아이스크림할인점은 편의점의 주요 판매품목인 과자나 아이스크림, 음료 등 상당한 종류의 단순가공식품류를 매장 내 선반 등에 진열해 두고 무인계산대를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24시간 운영되는 할인판매점인바, 고객들이 사실상 편의점이라고 인식하게 할 정도로 영업내용이나 방식에서 차이가 없다고 하였고,
③ 특히 매출하락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할인점 매출액에 준하는 금액만큼 편의점 내 동종 품목의 매출이 하락함으로써 원고들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추정된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아이스크림할인점이 편의점과 동종업종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들의 영업상 이익 침해가 없다고 단정하여 원고의 영업금지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업종 제한 약정의 해석 및 영업금지청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업종제한약정의 경우 약국, 은행, 문구점 등 통상적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업종을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된 업종으로 어떠한 영업까지 할 수 있는지(예를 들어 문구점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 문구만 판매하여야 하는지, 그 외에 사무용품 관련 전자기기도 판매할 수 있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고 본 건과 같이 편의점의 경우 이를 침해하는 업종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대법원은 “아파트상가분양계약상 업종제한 약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 업종의 의미 및 영업범위에 관하여 따로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그 업종의 사전적 의미,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그 업종의 영업내용, 한국표준산업분류표의 분류기준 등을 모두 종합하여 결정하되, 획일적ㆍ절대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상가가 위치한 도시와 아파트단지의 규모, 그 상가의 크기와 상권형성 정도, 인근 동종업종의 상황 등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63747 판결)”라고 하면서, 치킨판매영업으로 업종이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맥주판매영업을 주되게 하고 치킨판매는 부수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호프집으로 업종을 지정받은 자에 대하여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예가 있습니다.
본 건의 경우에도 대법원은 편의점의 사전적 의미 및 그 실제 영업형태 등을 고려하여 아이스크림할인점은 편의점의 업종과 사실상 동일한 것이라고 판단을 하였는바,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본 대법원 판결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항소심 판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업종제한의 문제는 산업의 변화나 새로운 산업의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