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상인인 甲은 2010. 2. 18. 乙에게 1억 5,000만원을 차용금으로 하여 2011. 2. 17.까지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용증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나. 乙은 2011. 11. 28. 위 차용증서에 기한 대여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甲이 제3채무자인 금융기관 15곳에 대하여 가지는 현재 예치된 예금 및 장래 입금될 예금을 포함한 예금채권 및 보험금채권에 대하여 채권가압류를 신청하여 2011. 12. 8. 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그 가압류결정이 2011. 12. 12. 또는 2011. 12. 13. 제3채무자들에게 모두 송달되었습니다.
다. 그러나, 甲은 위 15곳의 금융기관 모두에 대하여 예금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라. 乙은 2019. 12. 26. 甲을 상대로 위 대여금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2. 1. 11. 선고 2021나31061 판결
원심은, 피압류채권 부존재가 가압류결정을 취소할 사유는 아니고,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 계속되며, 이 사건 채권가압류 대상에는 장래 입금될 예금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가압류결정 당시에 제3채무자에 대한 甲(피고)의 예금채권 등이 부존재하여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더라도, 이 사건 가압류결정이 취소되는 등으로 효력을 상실하지 않은 이상 乙(원고)의 채권은 가압류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상태가 계속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2다210093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환송하였습니다.
가. 가압류명령의 송달 이후에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될 예금채권도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여 현재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된다고 볼 만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 등에는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8다9952 판결 참조). 그러나 장래의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을 때에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는 등 그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한 채권가압류는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압류로서 집행보전의 효력이 없다.
나. 채권자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가압류할 당시 그 피압류채권이 부존재하는 경우에도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집행으로써 그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601 판결 참조). 다만, 가압류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어 가압류의 대상이 되는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압류의 집행보전 효력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결정의 송달로써 개시된 집행절차는 곧바로 종료되고, 이로써 시효중단사유도 종료되어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 가압류결정이 송달될 당시 피고는 제3채무자들에 대하여 예금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가압류결정은 그 피압류채권이 부존재하여 가압류로서 집행보전의 효력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압류집행으로써 그 집행채권인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더라도 그 가압류결정에 따른 집행절차는 곧바로 종료되므로, 시효중단사유도 종료되어 그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 따라서 그로부터 5년의 상사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한 2016. 12. 13.경 이 사건 채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었다고 볼 것이다.
4. 판결의 의의
채무자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금전이 있는데, 채무자의 부동산 등 공시되는 재산을 확인할 수 없을 경우, 채권자는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하는 경우에도, 어떠한 은행에 얼마의 예금채권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1금융권 금융기관 15곳(시중은행 4곳, 외국계 시중은행 2곳, 인터넷전문은행 3곳, 지방은행 6곳)에 채권을 안분하여 가압류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단 한 곳이라도 채무자가 계좌를 개설하여 예금채권을 갖고 있다면,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적용되지 않고, 가압류가 취소되거나 실효되지 않는 한 계속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을 누리게 됩니다(단, 예금채권이 확인된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한 일부 가압류에 대하여만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시에 의하면, 15곳의 금융기관 모두에 대하여 채무자가 계좌를 개설하지 아니한 경우라면, 가압류결정 송달 즉시 가압류에 의한 집행절차가 종료되고, 소멸시효 중단의 사유도 종료되므로,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하게 됩니다.
시효중단을 염두에 둔 가압류신청을 하는 경우라면, 채무자가 해당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하였는지 여부를 반드시 사전에 알아본 뒤 예금채권 가압류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