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일명 ‘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이 사건은, 2014. 12. 5. 대한항공 부사장인 피고인이 탑승한 자사 여객기의 일등석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담당 승무원을 기내에서 내쫓기 위해, 기장을 위압하여 푸시백(계류장에서 유도로까지 차량이 항공기를 밀어 옮기는 과정)을 중단하고 탑승구로 되돌아가게 한 사건입니다. 검사는 피고인의 행위를 항공기 항로 변경죄(항공보안법 제42조)로 기소하였습니다.
2. 1심 및 항소심 판단
1심은 항공기 항로 변경죄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고 그 밖의 업무방해 등의 죄와 더불어 징역 1년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은 항공기 항로 변경죄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고 그 밖의 죄에 대해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함.
대법원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푸시백 중이던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아오게 한 행위는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한 것에 해당하지 않음. – 항공기 항로 변경죄 무죄
대법원은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항로를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空路)’로 정의하고 있다. 국어학적 의미에서 항로는 공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기록에 나타난 모든 자료를 살펴보아도, 항공기 운항과 관련하여 ‘항로’가 지상에서의 이동 경로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 예를 찾을 수 없다’, ‘위계 또는 위력으로 변경할 대상인 ‘항로’는 별개의 구성요건요소로서 그 자체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게 해석해야 할 대상이 된다. 항로가 공중의 개념을 내포한 말이고, 입법자가 그 말 뜻을 사전적 정의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음은 앞에서 보았다. 지상의 항공기가 이동할 때 ‘운항중’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때 다니는 지상의 길까지 ‘항로’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다.’, ‘피고인 1이 푸시백 중이던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아오게 한 행위는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항공기 항로 변경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
이 사건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에 대하여, 본죄의 행위는 ‘운항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는 것인데, 항공보안법이 승객을 태우고 항공기 문을 닫으면 ‘운항중’이 된다고 의미를 확대하였으므로(제2조 제1호), ‘항로’도 지상과 공중을 불문하고 ‘운항중인 항공기’가 다니는 길이면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으로써,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는 형사처벌 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