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와 관련 규제



이창민 변호사






1. 비트코인, 블록체인이란

가.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2009년 등장한 글로벌 디지털 가상통화(virtual currency)이자 암호화폐(cryptocurrency)입니다. P2P(peer-to-peer) 네트워크 기반의 암호화 프로토콜(protocol)을 사용하여 중앙의 관리나 개입없이 분권화된 화폐 발행과 안정적인 거래환경을 제공합니다.

나. 블록체인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은 블록체인(blockchain)입니다. 블록체인은 거래내역을 기록한 단위인 블록(block)이 연결되어(chain) 있다는 의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하에서 거래정보는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에 의해 특정의 중앙서버가 아니라 P2P 네트워크 구성원들 공동의 분산원장(mutual distributed ledger)에 기록·보관됩니다. 이 공동분산원장은 일정 시간마다 참여자 다수의 승인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원장의 일부가 없어지더라도 나머지 원장을 가지고 복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 비트코인의 채굴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간단합니다.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과 비트코인을 보관·관리하는 전자지갑(digital wallet)을 다운받아 설치하는 것입니다. 그 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서 비트코인을 직접 채굴하거나, 거래소에서 달러나 원화 같은 돈을 주고 비트코인을 사거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알고리즘 계산의 대가로 공급(채굴)됩니다. 특히, 비트코인은 2,140년까지 2,100만개까지만 공급되도록 그 공급한도가 설정되어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계산의 난이도가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채굴 1회(블록 1개 생성)당 보상의 규모도 50BTC였으나 지금 현재는 12.5BTC로 감소한 상태입니다.

채굴과정에 관하여 살펴보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채굴 과정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들은 네트워크상의 노드(node)가 되는데,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그 거래는 모든 노드에게 공개되고, 각 노드들은 새로운 거래내역을 블록에 취합합니다. 동시에 각 노드들은 작업증명(proof-of-work)이라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게 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푼 노드는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들에게 그 블록을 전파(broadcasting)할 수 있고, 노드들은 블록안의 모든 거래가 유효한지(이중지불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50% 이상의 노드가 동의(승인)한 경우 새 블록이 이전 블록에 체인으로 연결됩니다. 이 일련의 절차가 완료된 이후 노드들은 위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에 10분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라. 비트코인의 거래

비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각자 주소 역할을 하는 공개키와 거래를 위해 필요한 자신의 암호인 비밀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비트코인 송금을 위한 송금지시는 거래내역{송신자가 이전에 받은 송금지시의 해쉬값(Previous tx), 송금액(Value), 수신자 주소(공개키, scriptPubKey)}과 거래내역을 송신자의 개인키로 서명한 전자서명값(scriptSig)으로 구성되는데, 송신자가 송금지시를 인접 노드로 전파하면 노드들이 송금지시를 검증합니다. 노드들은 블록체인을 참조하여 송금액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고 송금지시에 포함된 전자서명값(scriptSig)을 확인하여 거래내역 및 송신자를 검증합니다. 이렇게 송금지시에 포함된 거래내역이 노드들의 검증을 거쳐 분산원장에 기록되고 전체 노드들로부터 진실한 것으로 승인됨으로써 거래가 완료되는 것입니다.

결국, 비트코인 및 비트코인 거래는 전자서명의 연결(a chain of digital signatures)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갑에서 무엇이 빠져나가 누군가의 지갑으로 들어가거나 거래를 원하는 두 사람이 신뢰할 만한 제3자를 찾아가 거래의 중개를 요청하면 그 제3자가 독점적이고 중앙화된 원장에 그러한 거래내역을 기재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거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는 요구되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모든 거래는 모든 노드들에게 공개되지만 노드의 신원을 식별하기 위한 개인정보는 노출되지 않습니다. 또한, 10분 단위로 블록이 생성되고 시계열적으로 연결되어 나가기 때문에 그 블록 중 일부에 포함된 거래를 위변조하거나 이미 사용된 비트코인을 가지고 이중지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사용자나 거래소의 부주의에 의한 해킹, 비트코인의 분실, 도난 등의 사고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이는 비트코인 거래 매커니즘상의 문제는 아닙니다.

마.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와 스마트계약

블록체인은 우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열어 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중앙원장을 기반한 금융시스템 유지를 위해 막대한 돈과 노력을 투입하고도 해킹이나 허술한 보안유지로 인한 개인정보유출사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성이 높고 거래비용도 낮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금융기관들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 예상됩니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스마트 계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가져올 것입니다. 개개인과 기업은 서로 계약으로 연결되고 이러한 계약의 이행, 강제는 ‘사법’이라는 중재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이는 계약당사자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각자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 불균형 때문에 상호신뢰를 전제한 거래가 불가능하고 제3자의 개입을 요합니다. 이러한 전통적 해결방법에는 비용과 권력의 양보, 원치 않는 정보의 유출 등 부작용이 따릅니다.

하지만, 분산원장을 기반한 블록체인 세상에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므로 상호 합의된 규칙에 따라 계약은 자동 실행이 가능하고 모든 관계자들은 즉시 실행 결과를 검증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제3의 중재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기업이나 사법이 담당하던 역할을 미리 정해진 ‘코드’가 대체하게 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P2P 공유경제가 가능해집니다.

2. 가상통화 규제

가. 일본의 가상통화 규제

과거 일본은 가상통화에 관하여 적극적인 규제를 하지 않다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Mt.Gox)가 2014. 2. 28. 동경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이와 관련하여 대표이사가 횡령혐의로 기소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한 이후,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2016. 5. ‘정보통신기술의 진전 등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법 등의 일부 개정 법률“(情報通信技術の進展等の環境変化に対応するための銀行法等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을 통하여 ”자금결제에 관한 법률“(資金決済に関する法律) 중 일부, ”범죄수익은닉방지에 관한 법률“(犯罪による収益の移転防止に関する法律) 중 일부를 개정하여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였습니다(이하 각 “개정 자금결제법”, “개정 범죄수익은닉방지법”).

개정 자금결제법 제2조 제5항은 가상통화(仮想通貨)를 “(1) 물품을 구입하거나 혹은 빌리거나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받을 경우에, 이러한 대가의 변제를 위해 불특정한 자에 대해 사용할 수 있고, 또한 불특정한 자를 상대방으로 구입 및 매각을 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전자기기 기타 물건에 전자적 방법에 따라 기록되어 있는 것에 한하며, 본국 통화 및 외국 통화 및 통화 표시 자산을 제외합니다. 다음 호에서 동일)로서, 전자정보처리조직을 사용하여 이전할 수 있는 것, (2) 불특정한 자를 상대방으로 전호에 서술한 것과 상호 교환을 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로서 전자정보처리조직을 사용하여 이전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동법 제2조 제7항은 가상통화교환업(仮想通貨交換業)을 “(1) 가상통화의 매매 또는 다른 가상통화로의 교환, (2) 전 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매개, 중개 또는 대리, (3) 전 2호의 행위에 관한 이용자의 금전 또는 가상통화의 관리 중 어느 하나의 행위를 업(業)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가상통화교환업자에 대한 진입규제로서 내각총리대신의 등록을 받아야 하고(제63조의2), 재무규제로서 자본금, 순자산액이 일정 정도 이상이어야 하는 등 법령이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제643조의5 제1항 제3호) 또한, 구체적인 행위규제로서 가상통화교환업자는 명의 대여금지(제63조의7), 정보의 안전관리(제63조의8), 위탁처에 대한 지도(제63조의9), 가상통화를 본국통화, 외국통화로 오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설명 및 수수료, 교환과 관련된 계약에 관한 정보제공(제63조의10), 가상통화교환업자의 재산과 이용자의 재산의 분별 관리 및 공인회계사 또는 감사법인에 의한 수감(제63조의11), 지정 가상통화교환업무분쟁 해결기관과의 계약 체결(제63조의12) 등의 의무를 부담합니다.

개정 자금결제법은 그 밖에 감독규정으로 가상통화교환업자의 장부서류의 작성 및 보존(제63조의13), 매 사업년도의 가상통화 교환업무에 관한 보고(제63조의14), 일정 기간별 이용자의 금전 및 가상통화 관리에 관한 보고(제63조의14)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감독당국은 보고징구, 현장검사, 업무개선 및 정지명령, 등록의 취소 및 업무정지명령(제63조의17)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가상통화교환업자는 개정 자금결제법의 등록법인으로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와 함께 개정 범죄수익은닉방지법에도 가상통화교환업자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였습니다.

나. 우리나라

(가) 국세청 회신

국세청은 2014. 2. 17. “비트코인을 계속적, 반복적으로 매도 및 매수하여 이익을 남기는 경우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인지”라는 질의에 대하여, (i) 전자화폐를 계속적, 반복적으로 거래하여 사업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소득에 해당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 채굴수익이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답변이 어렵고, (ii) 부가가치세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 및 권리인 재화를 계약상·법률상 원인에 따라 양도하거나 인도하는 경우 과세되는 것으로써 귀 질의의 경우 비트코인은 단순히 결제 수단에 해당하는 화폐성 재화로 보여 부가가치세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이 역시 확답이 어렵다”고 답변하였습니다(국세청 개인납세국 부가가치세과)

국세청은 그 이후인 2014. 8. 25. “사업상 비트코인을 공급하는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여부”에 대하여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거래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이나,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로서 거래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 제4조에 따라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회신하였고 그 이후인 2015. 12. 29.에도 이러한 입장은 반복되었습니다{부가, 서면법규과-920(2014. 8. 25.); 부가, 서면-2014-부가-21616, 2015.12.29.}

결국, 국세청은 가정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을 함으로써 사실상 비트코인의 세제상 취급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그 입장을 유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그나마 의미있는 진술은 최초의 질의회신에서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진술 뿐입니다.

(나) 법원

현재 법원이 가상통화의 성격이나 이에 대한 규제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판시한 것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2017. 9. 비트코인의 압수가능성과 관련하여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파일에 불과하여 수사기관이 범죄수익금으로 압수하였다 하더라도 몰수대상이 아니라 추징대상이라는 첫 판결이 있었습니다.

(다) 정부 규제 현황 및 전망

현재, 정부는 가상통화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규제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가상통화에 대한 극심한 투기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내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로서는 가상통화를 가지고 하는 자금모집방법인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하였고 투기과열 우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가상통화에 대하여 법적 규제를 들이대는 순간 오히려 가상통화의 지위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최근, 가상통화의 가격상승은 확실히 투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가상통화가 지급결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상통화의 향후 가치만 보고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 거래소만 돈을 벌고 있는데 정부가 이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를 하지 못하는 와중에 거래소 해킹이나 거래 일시정지 등의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그 피해는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상통화의 성격과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규정하고 적극적인 규제방향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방향 수립에는 일본의 개정 법률의 태도와 내용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과거 튤립 투기 광풍처럼 가상통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도 우리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가상통화의 투기화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지 않고 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가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방향 설정을 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