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5다69990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를 결성하여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도급받았는데, 공동수급체 구성원인 원고가 공동수급체 대표사인 피고에게 기성금 분배를 요구하자, 원고가 공동분담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연히 기성금에서 공동분담금이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안입니다.
2. 대법원의 판단
(1) 출자의무와 이익분배청구권은 별개의 권리의무임.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도급인으로부터 공사를 수급받는 경우 공동수급체는 원칙적으로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대법원 2000. 12. 12. 선고 99다49620 판결,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다10540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건설공동수급체 구성원은 공동수급체에 출자의무를 지는 반면 공동수급체에 대한 이익분배청구권을 가지는데, 이익분배청구권과 출자의무는 별개의 권리.의무이다. 따라서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이 출자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공동수급체가 출자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익분배 자체를 거부할 수도 없고, 그 구성원에게 지급할 이익분배금에서 출자금이나 그 연체이자를 당연히 공제할 수도 없다. 다만, 구성원에 대한 공동수급체의 출자금 채권과 공동수급체에 대한 구성원의 이익분배청구권이 상계적상에 있으면 상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두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을 따름이다.’라고 하여, 원칙적으로 공제는 불가능하고,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2) 공제특약을 둘 수 있는지
대법원은 ‘조합계약에도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당사자들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조합계약의 내용을 정할 수 있다. 당사자들 사이에 내부적인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약정이 있으면, 그들 사이의 권리와 의무는 원칙적으로 그 약정에 따라 정해진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11574, 11581 판결 참조). 공동수급체의 구성원들 사이에 ‘출자의무와 이익분배를 직접 연계시키는 특약’을 하는 것도 계약자유의 원칙상 허용된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출자의무를 먼저 이행한 경우에 한하여 이익분배를 받을 수 있다고 약정하거나 출자의무의 불이행 정도에 따라 이익분배금을 전부 또는 일부 삭감하기로 약정할 수도 있다. 나아가 금전을 출자하기로 한 구성원이 그 출자를 지연하는 경우 그 구성원이 지급받을 이익분배금에서 출자금과 그 연체이자를 ‘공제’하기로 하는 약정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약정이 있으면 공동수급체는 그 특약에 따라 출자의무를 불이행한 구성원에 대한 이익분배를 거부하거나 구성원에게 지급할 이익분배금에서 출자금과 그 연체이자를 공제할 수 있다(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5다16959 판결 참조).’고 하여, 공제특약을 둘 수 있고, 이 경우 공제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3) 공제와 상계의 차이
공제와 상계의 차이와 관련하여, ‘‘공제’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서로 상계적상에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하고 별도의 의사표시도 필요하지 않다. 이 점에서 상계적상에 있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별도로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는 상계(민법 제493조 제1항)와는 구별된다. 물론 상계의 경우에도 쌍방의 채무가 상계적상에 이르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도 상계된 것으로 한다는 특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제 약정이 있으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도 당연히 공제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하여, 구별하였습니다.
(4) 본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공동수급체의 구성원들 사이에 작성된 공동수급협정서 등 처분문서에 상계적상 여부나 상계의 의사표시와 관계없이 당연히 이익분배금에서 미지급 출자금 등을 공제할 수 있도록 기재하고 있고 그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공제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처분문서에 관한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67264, 67271 판결 등 참조).’면서, 공동수급 운영협약서에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이 공동분담금 지급을 지체할 경우 대표업체가 해당 구성원에게 지급할 기성금에서 미납 분담금을 선공제한다’는 공제특약을 두고 있었던 A공사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의 공제 주장이 인정되었고, 이와 같은 공제특약을 두고 있지 않았던 B공사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의 공제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하였습니다.
3. 본 판결의 의미
공제와 상계의 차이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과 더불어, ‘출자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구성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더라도 그 개시 이전에 이익분배금에서 미지급 출자금을 공제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른 공제의 법적 효과가 발생함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회생절차로 인한 채권회수 불가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의 공제특약의 유의미성을 재확인한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