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처분 가능한가?
-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5두35116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관련 공사를 위해 가설건축물을 축조한 업자들(이하 ‘원고’)이 용산구청장(이하 ‘피고’)를 상대로 가설건축물 존치기간 연장신고 반려처분 및 철거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한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입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가단건축물 존치기간 연장신고를 하도록 통보하였고, 또한 존치기간 만료를 이유로 가설건축물 철거를 명하는 시정명령을 하자, 원고가 가설건축물 존치기간 연장신고(이하 ‘이 사건 신고’)를 하였는데, 피고가 대지소유자 전원의 대지사용승낙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대지사용승낙서’의 미제출을 이유로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지
대법원은, 구 건축법, 시행령, 시행규칙 관련 규정 상, ‘가설건축물 축조신고서’에는 대지사용승낙서를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되어 있지만, ‘존치기간 연장신고’에 관해서는 축조신고와 달리 신고서에 첨부하여야 할 서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함을 전제로, ‘가설건축물은 건축법상 ‘건축물’이 아니므로 건축허가나 건축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정한 가설건축물에 대하여는 건축물에 준하여 위험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신고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러한 신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가설건축물 존치기간을 연장하려는 건축주 등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제반서류와 요건을 갖추어 행정청에 연장신고를 한 때에는 행정청은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하여 신고필증을 교부하여야 하고, 법령에서 정한 요건 이외의 사유를 들어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따라서 행정청으로서는 법령에서 요구하고 있지도 아니한 ‘대지사용승낙서’ 등의 서류가 제출되지 아니하였거나, 대지소유권자의 사용승낙이 없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가설건축물 존치기간 연장신고의 수리를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이 사건 반려처분을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처분사유를 소송에서 새로 추가할 수 있는지
피고는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되어 이 사건 가설건축물이 더 이상 공사용으로 사용되고 있지 아니하므로 결과적으로 이 사건 반려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로 소송과정에서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러한 사유는 당초의 처분사유(대지사용승낙사 미제출)와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이를 새로운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6두44186 판결 등 참조).
다.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관련
대법원은 ‘건축법상의 이행강제금은 시정명령의 불이행이라는 과거의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의무자에게 시정명령을 받은 의무의 이행을 명하고 그 이행기간 안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고지함으로써 의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의무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행정상의 간접강제 수단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행강제금의 본질상 시정명령을 받은 의무자가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기 전에 그 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비록 시정명령에서 정한 기간을 지나서 이행한 경우라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없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두1575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시정명령을 받은 의무자가 그 시정명령의 취지에 부합하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정당한 방법으로 행정청에 신청 또는 신고를 하였으나 행정청이 위법하게 이를 거부 또는 반려함으로써 결국 그 처분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시정명령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위와 같은 이행강제금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관련 법리를 먼저 확인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이 사건 연장신고는 시정명령의 전제가 되는 가설건축물의 위법성 자체를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의무이행 방법으로 볼 수 있고, 그럼에도 피고가 이 사건 연장신고를 위법하게 반려하여 이 사건 반려처분이 취소되어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반려처분 이전에 있었던 시정명령의 미이행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i) 법령에서 정하지 않은 서류 미비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연장신고 반려처분은 위법하고, (ii) 당초 처분의 근거와 동일성이 없는 별개 사실을 추가 처분사유로 주장할 수 없으며, (iii) 이 사건 연장신고 반려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는 이상 시정명령 미이행을 이유로 한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또한 위법하다는 점을 확인한,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