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단 한 번의 작은 실수에도 관용을 베풀지 못하는 게 정의실현인가?
박상융 변호사
1. 이런 식의 기계적인 법적용을 하려면 굳이 사람이 법을 집행할 필요가 없다.
슈퍼에서 친구와 함께 담배 네 갑을 훔쳐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어 경찰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된 고교생이 검찰소환 통보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한 학생은 한 번의 실수로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죄송해서 시간이 갈수록 고민하고 괴로워했다는 이야기로 친구들에게 했다고 한다.
담배 네 갑 가격이 1만 8000원인데 굳이 고교생을 특수절도죄로 형사입건하여야 했을까? 수사 경찰의 말대로 이 학생이 저지른 범죄는 형법상 2명 이상이 저지른 특수절도죄이고 법정형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훈방할 수도 없었고, 형사입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에서 볼 때는 이는 너무 지나친 처사다.
이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법적용에 의한 기계적인 법집행이다. 그렇다면 굳이 사람이 법을 적용하고 집행할 필요가 없다. 먼저 이 학생이 과연 특수절도죄로 입건할 가치가 있는 사건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친구와 같이 훔쳤다고 하지만, 초범이고 친구가 훔치는데 망을 보았다면 가담 정도도 경미할 것이다. 훔친 담배 네 갑도 가격이 1만 8000원밖에 안 된다. 담뱃가게 주인과 협의하여 담배 네 갑의 가격을 변상해주거나 또는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 등 봉사활동으로 대신하도록 주선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담뱃값을 경찰이 대신 내주고 담배는 건강에 해로우니 담배를 끊도록 하고 금연을 하도록 지도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특수절도죄가 징역형밖에 없다는 것을 안 이상 이 학생을 형사입건하면 전과자가 되고, 학교에 통보하면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학생의 장래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렇게 했을 경우 자칫 학생이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학업을 포기하고 자칫 범죄에 빠질 우려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그 학생이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학생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전과자가 되지 않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을까 하는 방안이 없었는지 잠깐이라 고민하여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사건을 기계에 맡기지 않고 경찰이 하여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2. 2명 이상이 훔치면 무조건 특수절도죄?
필자는 경찰서장 시절 이와 비슷한 사건을 접하고 경찰이 즉결심판을 청구하도록 하였다. 당시 담당자는 특수절도는 징역형밖에 없어 즉결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으나 필자는 무조건 2명 이상이 했다고 특수절도라고 보지 말고 특수절도죄에서 말하는 현장에서의 합동성이 적다고 보고 절도죄의 공범으로 보고 즉결심판에 회부하도록 했다.
판사가 벌금 20만원을 선고하였다. 당시 담당 경찰관은 판사가 즉결심판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을 즉결심판에 해당된다고 보고 오판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 필자는 오판을 내려준 판사가 학생의 장래를 생각한 명판결이라고 하였고, 그렇게 판사로 하여금 오판이라는 명판결을 내리도록 여건을 부여한 경찰이 학생의 장래를 생각한 명판결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해당 학생은 전과자가 되지 않고 학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필자가 만일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관이었다면 현장에서 피해자인 담뱃가게 주인과 합의를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사과하도록 하고 훈방(입건유예)을 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 소위 형사사법정보망이라는 전산망에 특수절도죄라고 죄명이 전산 입력되면 훈방 자체가 어려워지고, 더군다나 현행범으로 체포되면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자칫 형사입건할 사건을 훈방했다고 하여 사건격하처리로 징계까지 받을 우려가 있어 현장에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형사입건과 전과자와 검찰에 송치할 필요도 없는 사건과 사람들이 입건되고 전과자가 되고, 검찰에 송치되어 또다시 조사를 받게 되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청소년기 단 한 번의 호기심에 의한 절도로 한 사람의 장래를 망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3. 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잣대인가?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굳이 형사입건하여 경찰과 검찰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거나 적은 사건들이 많다. 학생들이 호기심에 의해 소액의 물품을 훔치는 경우, 형의 신분증을 제시, 위조하여 맥줏집에서 맥주를 주문하다 발각되는 경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나갔다가 적발되는 경우, 파지를 줍는 80대 노파가 버린 줄 알고 길거리에 놓인 파지상자를 가져간 경우, 청소년인 줄 모르고 맥주를 팔다가 적발된 장애인 부부 등 굳이 형사입건해서 전과자로 만들 필요가 없는 사건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사건들이 무조건 법에 위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입건되고, 전과자가 되고, 검찰에 송치되고, 벌금이 부과되고 하는 현실을 보면서 과연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러한 법집행을 하는 경찰과 검찰은 피도 눈물도 없이 무조건 법이라는 잣대만으로 적용하고 집행하는 사람일까 하는 회한이 들기도 한다.
경찰서장도 경험하고,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특히 최근 늘어나는 청소년범죄자들의 재범률이 높은 것은 이러한 기계적인 법집행, 즉 초범이면 기소유예, 재범이면 집행유예, 그 다음 실형이라는 기계적인 형벌의 적용과 법집행이 청소년 범죄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절이라고 했다. 누구나 한번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문제는 다시는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선도와 보호감시활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처벌만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행 특수절도죄의 법정형이 무조건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절도를 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은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법정형으로 인해 특수절도범으로 낙인찍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번 사건처럼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어린 학생들이 호기심에 의해 경미한 절도 등 범죄에 가담했다가 특수절도죄로 입건되어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사례가 이제는 없어졌으면 한다. 청소년범죄 엄벌도 중요하지만 경미한 범죄는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관용과 훈계 그리고 보호와 지도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경찰, 검찰, 법원, 법무부보호관찰소, 교육청이 모여 고민하고 처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