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삭감되는 저성과자 프로그램, 실제 삭감하지 않았어도 불이익변경”

- 서울행정법원 2018. 3. 15. 선고 2017구합68080 판결


정경심 노무사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3월 15일 ○○저축은행에서 해고된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였습니다. 은행은 저성과자들의 연봉을 감액하면서 영업추진역으로 배치하는 내용의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영업추진역 발령을 받은 A씨는 회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하였습니다. 은행이 A씨를 면직하자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및 재심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었고 결국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그 편입 자체로 임금 감액을 하도록 정하고 있고, 실제로 임금 감액을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임금 감액의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된 것이라면서, 취업규칙 불이익절차를 밟지 않은 저성과자 프로그램 실행은 무효이고, 무효인 인사발령에 따른 업무지시를 거부했다는 것을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 요지

참가인이 2016.7.경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서 사용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된 사업장 내부의 규칙인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최초 편입 시 직전 연도 총연봉의 10% 범위 내 감액을 하도록 하고 개인별 목표달성률이 70% 미만이면 경고를 하고 직전 총연봉의 15% 범위 내 감액을 하도록 하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을 새롭게 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명백히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경우라 할 것이다.

참가인이 2016.7.1.경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그 편입 자체로 임금 감액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실제로 임금 감액을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임금 감액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변경한 바 없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들에게 통지한 적도 없는 이상 참가인에 의한 임금 감액의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참가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참가인은 위와 같은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의 변경에 관하여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을 전혀 한 바 없으며, 그 외에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의 내용의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참가인이 2016.7.1.경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시사점

이 판결을 소개한 언론보도는, 단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도입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므로, 그 프로그램 시행 업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근로자는 즉시 임금이 삭감되고 시행 과정에서 성과가 저조한 경우 또 임금이 삭감되므로 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이 된다는 점은 형식적으로 명백하므로 특별히 주목할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사용자는 형식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정당한 절차를 위반하여 도입했지만, 실제로 임금을 삭감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를 두고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적인 논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비록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조치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불이익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거나 근로자들에게 고지되지 않은 이상 불이익의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해당 프로그램 자체가 불이익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자칫 특정한 인사프로그램이나 교육프로그램은 취업규칙이나 규정 등으로 호칭하지 않기 때문에 취업규칙변경에 관한 절차를 간과하기 쉬운데, 이 판결은 근로조건을 규정한 그 어떤 문서도 취업규칙으로 취급하고 변경 절차를 이행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