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권대리행위의 묵시적 추인
-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6다247223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A회사(피고)는 채무자 B(원고)에게 돈을 대출하면서 원고의 내연남인 C로부터 대출약정서 및 B의 인감증명서를 포함하여 대출관련 필요서류를 징구하였고 담보로 원고 소유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채무자인 원고는 이자를 갚지 못하여 기한이익이 상실되었고 피고는 피고 소유 아파트에 경매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내연남이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말을 믿고 피고에게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넘도록 피고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내연남은 연체이자를 납부함으로써 경매신청이 취하되었습니다.

그 후 원고는 내연남을 사문서위조로 형사고소함(사문서위조죄가 인정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음)과 동시에 피고를 상대로 근저당권 말소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과 2심은 무권대리라는 이유로 원고의 근저당권말소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만, 상고심은 이를 파기환송한 사건입니다.

법무법인(유) 한결은 상고심에서 피고를 대리하여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낸 승소 사례입니다.

2.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내연남의 대출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 행위가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으로 본인에게 그 법률적인 효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과 2심은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권대리행위나 무효행위의 추인은 무권대리행위 등이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키도록 하는 단독행위로서 그 의사표시의 방법에 관하여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므로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묻지 않는다. 다만,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진의에 기하여 그 행위의 효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하므로 관계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참조)’라는 기존 법리를 확인한 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i) 원고는 내연남의 무권대리행위를 알게 된 시점부터 1년 6개월이 넘도록 피고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사실, (ii) 경매취하 후 원고가 피고에게 대출금 이자 자동이체를 신청한 뒤 16회에 걸쳐 대출원리금을 피고에게 지급한 사실, (iii) 경매취하 후 원고가 피고에게 전화를 걸어 소득공제를 위해 내연남이 지급한 이자 수납내역의 발송을 요구한 사실, (iv) 경매취하 후 원고가 내연남으로부터 차용증을 교부받았는데 그 차용금에는 이 사건 대출금 상당액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앞에서 본 법리에 의할 때 원고의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이 사건 대출약정에 무권대리행위가 있음을 알면서 그 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키는 추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본 사례의 의미

과연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진의에 기하여 그 행위의 효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 ‘무권대리행위의 묵시적 추인’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각 케이스별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사례로 의미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