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건물의 소유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효력과 그 무효주장


김윤기 변호사







1. 구분건물의 소유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효력

가. 사실관계 및 원심의 판단

A는 B로부터 상가 지하2층에 있고 이미 구분등기된 D000호를 150,217,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 해당 점포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뒤 B에게 매매대금도 모두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점포의 바닥에는 “28B-△△△”, “28D-△△△”이라는 건물번호표지가 새겨진 금속판과 경계표지로 보이는 “십” 또는 “ㅏ” 모양의 금속판이 부착, 설치되어 있으나 위 경계표지 재료의 색이 상가 지하2층 바닥에 부착되어 있는 띠 모양 부분의 색과 명확히 구분되지 아니하고, 점포의 경계표지나 건물번호표지가 상당 부분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A는 B와의 분양계약이 무효임을 이유로, 기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하는 소송을 B에게 제기하였고, 원심(항소심)은 A가 분양 받은 점포는 구조상으로나 이용상으로 다른 부분과 구분되는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여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어 분양계약이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구분건물의 소유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원시적 불능이어서 계약이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단지 매매 목적물이 ‘매매계약 당시’ 구분건물로서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구비하지 못했다는 정도를 넘어서 ‘그 후로도’ 매매 목적물이 당사자 사이에 약정된 내용에 따른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225398 판결),

(i) 위 점포의 임대기간 종료 이후에도 종전과 같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ii) 분양계약 이후에 집합건물법 제1조의2에 의하여 완화된 구조상 독립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 (iii)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이 인정되리라는 사정은 상가 현황을 알고서 분양계약을 체결한 A의 의사에도 부합한다는 점, (iv) 집합건물법의 개정경과를 보면 이용상, 구조상 독립성의 인정요건을 완화해 오는 입법태도를 알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드는 사정만으로는 장차 구분건물에 필요한 점포의 경계표지나 건물번호표지를 갖추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분양계약이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다. 이 판결의 의의

일반적으로 계약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계약의 체결시점이 되므로, 어떠한 계약이 원시적 불능이어서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사정 역시 계약체결시점에 존재하는 사정을 토대로 하게 됩니다.

이 사건 판결은 위와 같은 계약의 효력유무 판단기준시에 관한 원칙을 훼손하지 아니하면서도, 분양계약 체결 당시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그 후에’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지 아니한 사정이 있다면 분양계약이 원시적 불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이 분양계약이 원시적 불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든 여러 사정들은 대체로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완비하지 못한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정들이거나 유효한 계약체결을 의욕하였던 당사자의 의사, 관련 법률의 개정경과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실적으로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완비하지 못한 채 체결되는 다수의 구분건물의 소유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사정들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의 입장에 따를 경우,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체결된 분양계약이 원시적 불능임을 이유로 무효로 판단되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인 경우로 한정된다고 할 것인바, 뒤이어 설명하는 판례의 입장을 더하여 보면 대법원은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체결된 계약의 효력이 무효임을 전제로 법률관계를 판단하는 것에 대하여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이 없는 구분건물에 관한 계약당사자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경우

가. 사실관계

C는 상가건물을 신축하였고, 상가 2층 점포 일부에 관하여 구분건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는데, 당시 각 점포의 바닥 중 일부에 검은색 테이프로 구획선 표시가 되어 있거나 1.3~1.4m 높이로 이동이 용이하도록 바퀴가 달린 경량 파티션으로 일부 구역이 나뉘어져 있었을 뿐, 별다른 경계표시나 호수(號數) 표시가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위 각 점포에 관하여는 수원지구 축산업협동조합 등의 근저당권이 각 설정되어 있었는데, 임의경매절차 또는 공매절차를 통하여 D가 해당 점포를 모두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C는, 위 각 점포가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여 소유권보존등기 이후의 등기는 모두 무효이고 자신이 여전히 원시취득자라고 주장하면서, D를 상대로 각 점포에 대한 멸실등기절차를 이행할 것과 D가 점유하고 있는 부분을 인도할 것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1동의 건물의 일부분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으려면 그 부분이 이용상은 물론 구조상으로도 다른 부분과 구분되는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 적합한 물리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건물의 일부는 그에 관한 구분소유권이 성립할 수 없다. 그와 같은 건물 부분이 건축물관리대장상 독립한 별개의 구분건물로 등재되고 등기부상에도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등기되어 있어 이러한 등기에 기초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매각허가를 받고 매수대금을 납부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태만으로는 그 등기는 효력이 없으므로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 14.자 2009마1449 결정 등 참조).’는 원칙을 설시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경우라도, 1동의 건물을 신축한 후 그 건물 중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부분을 스스로 구분건물로 건축물관리대장에 등재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자가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건물 부분에 관하여 자신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그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자 또는 자신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여 그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자 등을 상대로 그러한 등기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이에 대한 멸실등기절차의 이행이나 위와 같은 건물 부분의 인도를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위와 같은 근저당권에 기초한 임의경매절차에서 해당 건물 부분을 매수하여 구분건물로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멸실등기절차의 이행 또는 해당 건물 부분의 인도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다3471 판결),

(i) C가 소유권보존등기 당시 각 점포가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장차 그러한 요건을 갖추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않는 이상 수원지구 축산업협동조합 등과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 (ii) C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저당권자들에게 각 점포가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 (iii) 그러한 지위에 있는 C가 도리어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을 들어 거래상대방을 상대로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정의관념에도 반하고, 이는 D와 같은 전전양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 (iv) 비록 현재 각 점포가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갖출 경우 D 앞으로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구분건물에 관한 등기로서 유효한 것으로 될 수도 있다는 점, (v) C는 각 점포에 대한 경매나 공매절차에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자신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뒤 무려 10년이나 경과한 시점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등을 들며, C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다. 이 판결의 의의

앞서 본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225398 판결에서 대법원은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구분건물에 대한 계약의 무효를 상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 판결에서는 더 나아가,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구분건물에 대한 (매매 또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에게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의무’까지 인정하면서,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임차인에게 아래와 같은 사유로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또한 인정되지 않습니다(법 제10조의4 제1항 단서, 법 제10조 제1항 각 호).

위 두 판례를 통하여 본 대법원의 입장은,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체결된 계약의 효력이 무효임을 전제로 법률관계를 판단하는 것에 대하여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가 다양한 사실관계에 따라 어떻게 유지되거나 변경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