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사전포기 안되나, 퇴직후 포기는 유효”

-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본소) 퇴직금, 2018다25502(반소)

부당이득금반환 판결


대법원은 7월 12일 건축설계업체인 H사에서 근무하던 김아무개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근로자가 퇴사한 후 퇴직금을 포기했다면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위반돼 무효”이나, “근로자가 퇴직해 더 이상 근로계약의 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3년 H사에 입사해 퇴직금은 기본급에 포함돼 매월 지급한다는 분할 약정을 하고, 2013년 퇴직한 후 이듬해까지 회사로부터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 명목으로 1,180만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밀린 급료(퇴직금 포함)를 모두 정리했으므로 더 이상 추가 금액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김씨는 1,180만원은 밀린 월급일 뿐 퇴직금은 따로 받지 못했다면서 회사에 2,7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 2심 재판부는 모두 대법원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 요지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기간을 계속 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한다.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근로자가 퇴직하여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 시사점

종래에는 퇴직금을 월급이나 연봉에 포함해서 임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퇴직금은 퇴직을 한 이후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사전에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퇴직 시 지급받는 퇴직금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은 무효인 것이 분명합니다. 이 때 퇴직한 근로자가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는 경우 사용자는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퇴직 전 월급에 포함되어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품이 강행법상의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상 월급에 포함시킨 것이 아니라면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사용자 역시 근로자의 퇴직금 청구에 대응하여 반소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하였는데,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정당성 판단 이전에 근로자가 퇴직 후 작성한 퇴직금 포기 각서는 유효하다고 판시함으로써 근로자의 청구를 배척한 것입니다. 아직도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 분할지급하는 관행이 남아 있는 사업체가 있다면, 임금과 퇴직금 체계를 강행법규에 맞게 정비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위 판결과 같이 퇴직자와 합의할 수 있다면 퇴직금 포기 각서를 받아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