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사건에 있어서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



이상도 변호사




□ 기초사실

대학교수인 원고는, ① 질문을 하는 학생에게 백허그를 하는 행위, ② 연구실로 추천서를 받으러 온 학생에게 ‘뽀뽀를 해주면 추천서를 작성해주겠다’고 말한 행위, ③ MT에서 자고 있던 학생의 볼에 뽀뽀한 행위, ④ 그 외 어깨동무, 허리에 손 두르기 등 신체접촉을 한 행위 등 복수의 학생들에 대하여 성희롱 및 성추행을 했음을 이유로 징계 해임되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는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고, 성희롱 발생 사실자체도 부정하여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기각결정을 취소하였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1.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증명력)을 판단하는 기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① 피해자가 익명으로 이루어진 강의평가에서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원고의 교육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는 점, ② 그 후에도 계속하여 원고의 수업을 수강한 점, ③ 피해자가 자신의 성희롱 피해 진술에 소극적이었다는 점, ④ 성희롱 사실 발생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진술을 배척한 것은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하는 증거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이, 피해자 1의 권유 또는 부탁이 없었더라면 과연 피해자 2에게 한참 전의 원고 행위를 비난하거나 신고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한 부분은, 성희롱 사실 발생 자체를 배척하는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

2.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원고가 평소 학생들과 격의 없고 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주 농담을 하거나 가족 이야기, 연애상담을 나누기도 한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원고가 피해자에 대하여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원고의 적극적인 교수방법에서 비롯된 것이고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 이후에도 계속하여 원고의 수업을 수강한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원고의 행위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할 수 없다.

□ 시사점

위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증거가 될 수밖에 없는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증명력)을 판단할 때에는 ‘2차 피해’ 우려에 따라 위축될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특별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이해·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이를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위 대법원 판결은 성희롱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함으로써, 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성희롱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서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와 인식을 토대로 판단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