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되어 주택관리업자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위탁을 받아 위탁관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위탁관리계약은 2년 또는 3년 단위의 계약 기간을 정하여 체결되고 있으므로 주택관리업자에게 채용되는 경우 위탁관리업체의 변경에 따라 언제든지 근로계약이 위험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우리 사회의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대학교의 경우에도 별도의 법인격을 갖춘 산학협력단을 두고 있고, 산학협력단이 위임인과 체결한 산학협력계약의 내용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여 직원 채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공기업이나 지방공기업의 경우에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간을 정하여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 기간을 정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더 일반적으로는 건설공사 현장의 경우에 해당 건설공사 현장마다 임시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건에서 인사관리 담당자가 가장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임시로 또는 기간을 정해 채용한 근로자들이 근로관계 종료 문제입니다. 채용한 근로자와 별다른 분쟁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이 당면한 현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러한 경우 주목하게 되는 법률 규정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함) 제4조 제1항 제1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위 법률 규정은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요?
2.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대한 해석
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의 예외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 여기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은 “건설공사, 특정 프로그램 개발 또는 프로젝트 완수를 위한 사업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일정 기간 후 종료될 것이 명백한 사업 또는 특정한 업무에 관하여 사업 또는 업무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한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사업 또는 업무가 종료될 것이 명백한 시점 또는 종료될 것이 예상되는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임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기간제한의 예외사유는 사업 또는 업무가 종료될 시점이 명백한 경우뿐만 아니라 예상 가능한 경우도 포함한다. 근로기준법 제16조 역시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계약기간 제한의 예외사유로 하고 있는데, 종전 위와 같은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일정 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가 필요하나 그 기간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사업의 성질상 구체적인 사업 완료일을 예측하기 힘든 경우에는 ‘본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로 기간을 약정하더라도 공사완료일이 객관적으로 명확히 정해질 수 있다면 허용되는 것이라 보았습니다.[1] 반면에 전혀 불확정적인 것, 예컨대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공사에서 ‘공사 종료 시까지’로 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고, 또한 단순하게 ‘회사가 필요로 하는 동안만 근무’하기로 한 계약처럼 존속기간의 시간적 측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고 그 기간의 만료가 회사의 주관적 사정에 의존하게 되는 계약은 존속기간의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2] 이러한 해석은 기간제법의 해석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
[1] 근로기준법 주해 Ⅰ 13면, 노동법실무연구회, 박영사.
[2] 같은 책 14면.
----------------------------------------
다. 반면에 이러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은 사업 또는 사업장 자체의 유지 존속과는 다른 개념의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회사의 폐업은 통상해고 사유에 해당하고, 기간제법에서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로 규정할 실익이 별로 없는바,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가 되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은 사업 또는 사업장 자체가 유지 존속되는 것을 전제하면서 특정한 일부의 사업 또는 업무가 종료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마땅합니다. 따라서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전체 사업 중 일부 사업 또는 업무에 한정하여 그 종료 시점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가 인정된다고 볼 것입니다. 이는 그와 같은 업무의 내용이 회사의 본질적인 업무에 속하는지 또는 상시 계속되는 업무인지 여부도 불분하는 것이라 봅니다.
라. 한편 앞에서 언급한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은 OO엔지니어링 회사가 수주한 다수의 감리용역 현장에 동일한 근로자를 계속하여 감리원 또는 보조감리원으로 채용한 사례인바,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는 점, 기간제법 제4조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여 체결하였으나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따라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사용자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여 체결하였으나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각 근로계약이 반복갱신하여 체결된 동기와 경위, 각 근로계약의 내용, 담당 업무의 유사성, 공백기간의 길이와 발생이유, 공백기간 동안 그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 등 관련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판시의 내용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여 체결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 일뿐, 반대로 회사의 본질적이고 상시 계속되는 업무라 할지라도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하면 당연히 기간제한의 예외 사유로 인정하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록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2008. 11. 21. 선고 2008고정744 판결과 같은 판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해당 근로계약 체결일부터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한 관리주체에 관리업무를 인계하는 날까지를 근로계약 기간으로 정한 사안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마. 반면에 사업의 성격상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만 하면 실제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형식과 내용에 상관없이 언제나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볼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은 기간제 근로자의 보호 목적에서 시작되었음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사유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그와 같은 예외 사유의 내용들이 넓게 해석되어서는 곤란할 것이고, 다소나마 제한적으로 해석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3] 법률의 해석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문언 자체의 객관적 해석에 충실하여야 하는데, 위 기간제법의 법문 자체는“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라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 관한 사유는 근로계약 기간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관련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에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 기간을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으로 정한 경우에 한정하여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러한 약정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4] 이와 같은 사업 또는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전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의 범위 내에서 다시 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나누어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봅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사유 자체가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인데, 여기에 추가하여 다시 계약기간의 쪼개기를 허용하는 것은 기간제 근로자의 보호에 미흡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분절하여 체결한 계약기간은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과 실질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일치할 수 없을 것이므로 당연히 기간제법이 정하고 있는 근로계약 기간을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으로 정한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일부 행정해석이나 노동위원회의 판정사례들에서는 이와 다른 경우들도 볼 수 있지만,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한편 재입찰의 성공, 위탁계약의 갱신 등의 사유로 사업 또는 업무의 기간이 연장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유까지 고려하는 방법으로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
[3] 같은 취지로 변호사가 풀어주는 노동법 Ⅰ 320면, 민변 노동위원회, 여림출판.
[4] 기간제 근로계약 명시의무의 관점에서 접근한 글로는 장호진,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의 명시의무와 판단방법, 박수근 교수 정년기념 논문집 123-143, 관악사.
----------------------------------------
3. 나가며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의 예외 사유를 적용함에 있어서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위 예외 사유의 적용기준이 반드시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6개월 또는 1년의 단기간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는 방법으로 장래 유동적인 사업 또는 업무의 종료에 대비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하는 경우에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의 예외사유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위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 동안으로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