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헌법 제11조 제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는바, 여기서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평등원칙이 근로기준법에서 구체화 된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1]라고 보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 역시 헌법 제11조 제1항과 마찬가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또한, 본질적으로 동일한 노동의 경우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법리 역시 위와 같은 평등원칙의 일환으로, 비교대상의 양 집단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는 전제가 성립하여야,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양 집단을 공정하게 비교하여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가 기존 근로자와 반드시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여러 소송이 있었는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원칙의 기본적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소송에서 판결이 있었습니다.
각 개별사안에서의 사실관계가 일부 상이하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아래의 사안이 대표적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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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실관계의 개요
(1) 피고는 공공기관이고, 원고들은 피고가 관리하는 시설을 방호하는 근로자들로서, 종래 파견·용역 업체에 고용되었다가, 2018. 4. 1. 피고에게 직접 고용된 정규직(실무직) 근로자들 및 2018. 12. 12.경부터 실무직으로 공개채용된 근로자들입니다.
(2) 정부의 2017. 7. 20.경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에 따라, 피고는 2018. 3. 6.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를 통해 전환방식, 전환시기, 채용방식 등과 직종별 직무 등급, 직종별 보수 등을 결정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전환 협의’라고 함).
(3) 그리고 피고는 2018. 3. 28. 이 사건 전환협의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토대로 실무직 관리규정을 제정하였습니다.
3. 당사자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원고들은 피고 소속의 여러 근로자 집단을 각각 지목하며, 이 각 근로자 집단들과 원고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고,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전제로, 자신도 마찬가지로 가족수당, 위험수당, 출퇴근수당, 교통비, 상여금 등을 동일하게 받아야 하는데, 이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함)제8조 제1항,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함)제2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민법 제103조 및 제104조, 단체협약에 반하는 위법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단체협약 위반에 따른 계약상 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으로서 약 70억 가량의 미지급 입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주위적 청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당 법무법인은 위 피고를 대리하여, ① 원고들은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거나 정규직으로 입사한 근로자로서, 기간제법,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② 실무직과 같은 고용형태는 근로기준법 제6조 또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고, ③ 원고들이 지목하는 피고 소속 일반직, 기능직 근로자들은 원고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며, ④ 원고들에 대한 보수는 원고들이 참여한 이 사건 전환 협의에 의하여 제정된 실무직 관리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피고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 사건 수당, 상여금 등에 관하여 원고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주장·입증하며.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6조 또는 이 사건 단체협약, 민법 제103조, 제104조 위반 등에 따른 계약상 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습니다.
나. 예비적 청구
원고들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따라 피고가 위험수당, 교통비, 출퇴근수당 및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위험수당·교통비·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재산정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추가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예비적 청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당 법무법인은 위 피고를 대리하여, ① 원고들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피고는 위험수당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② 이 사건 전환협의 및 이에 따른 실무직 관리규정 등 관련 규정의 해석에 의해 교통비와 출퇴근수당은 원고들의 보수에서 제외되었으며, ③ 원고들이 입사하기 전에 만들어진 단체협약은 실무직의 존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으로 실무직 관리규정, 이 사건 전환협의 등에 따른 상여금 이외에 피고가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상여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통상임금 재산정 등의 원고들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반박하였습니다.
4. 법원의 판단
가. 주위적 청구
제1심 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① 원고들에게 기간제법,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고, 원고들은 ‘무기근로계약직 또는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하였고, ②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의 ‘고정성’과 ‘선택불가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며, 원고 스스로 실무직에 지원하여 스스로 선택한 고용형태이고, 원고는 언제든지 공개채용 등을 통해 다른 직으로 변경할 수 있으며, 실무직의 지위에 특별한 자격기준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실무직이라는 원고들의 지위가 사회에서 변경할 수 없는 고정적 지위라거나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 또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제1심 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③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하며, 설령 원고들과 같은 실무직의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들이 지목하는 피고 소속 일반직, 기능직 근로자들은 채용분야와 직렬, 응시자격 등이 상이하고, 실제로 그 주된 업무 내용도 상이하며,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며, ④ 설령 원고들이 지목하는 각 피고 소속 일반직, 기능직 근로자들이 원고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가정하더라도, 원고들에 대한 보수는 원고들이 참여한 이 사건 전환 협의에 의하여 제정된 실무직 관리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원고들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것으로, 피고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 사건 수당, 상여금 등에 관하여 원고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예비적 청구
제1심 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① 원고들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피고는 위험수당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② 이 사건 전환협의 및 이에 따른 실무직 관리규정 등 관련 규정의 해석에 의해 교통비와 출퇴근수당은 원고들의 보수에서 제외되었으며, ③ 2017. 7. 20.경 발표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8. 3. 6.경 이 사건 전환협의가 이루어져, ‘실무직’이라는 직위가 신설되고 2018. 3. 28. 실무직 관리규정이 제정된 점, 이 사건 전환협의에는 실무직의 보수에 대해 상세히 정하였고, 실무직 관리규정 또한 이와 사실상 동일한 내역으로 실무직의 보수를 정한 점, 원고들이 입사한 이후 만들어진 단체협약에서 신설된 ‘실무직’의 상여금 지급 기준은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입사하기 전에 만들어진 단체협약은 원고들에게 적용되지 않아, 실무직 관리규정, 이 사건 전환협의 등에 따른 상여금 이외에 피고가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상여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항소 기각의 확정
이에 관하여, 원고들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제1심의 판단을 인용하며, 원고들의 항소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5. 위 판결의 의의 및 분쟁시 대응 방안
2017년경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 및 시행되면서, 그 후 현장에서는 전환된 근로자와 기존 근로자들 간 차별적 처우 여부의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이 사건의 주위적 청구와 같은 내용의 유사 청구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법원은, ① 어떠한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고정성’과 선택불가성’이 요구된다고 판시하며, 전환된 근로자의 지위에 ‘고정성’과 선택불가성’의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를 주로 심리 및 판단하고 있으며, ②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비교집단 간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주로 심리 및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각 유사 판결들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대부분 전환된 근로자의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고, 비교집단 간 동일한 노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실관계가 많아, 대부분 공공기관의 추가 임금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들은 전환된 근로자의 지위의 특성, 비교집단 간 실제로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한편, 이 사건의 경우 다른 유사 사건들과 달리, 예비적 청구가 존재합니다. 특히 원고들은 자신들이 입사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는 단체협약이 자신들이 입사하는 순간 당연히 적용되는 것처럼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직후 원고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이 직접 정한 근로조건이 별도로 존재하고, 그러한 근로조건보다 조금 더 유리하게 제정된 실무직 관리규정이 존재하며, 원고들이 입사한 이후에 새로 만들어진 단체협약에서는 기존의 근로자와 원고들의 상여금 지급 기준을 명시적으로 달리 정하고 있어, 이러한 사정들을 중점적으로 심리하여, 원고들이 입사하기 전에 만들어진 단체협약은 원고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공공기관의 추가 상여금 등의 지급 의무를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다른 추가 쟁점에 대한 설시가 존재한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주위적 청구와 같은 분쟁 이외에 당사자들 간 보다 세밀한 추가 쟁점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