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도종호, 김현우 변호사
1. 사안의 요지 및 배경
지하철 7호선 온수~부평구청 구간 연장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함)에 공구별(701공구~704공구)로 공동참여한 12개의 건설회사인 원고들이 주위적으로는 대한민국을, 예비적으로 서울특별시를 피고로 하여, 총괄계약상의 총공사기간이 21개월 연장되었음을 이유로, 추가로 지출한 간접공사비 합계 약 280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간접공사비는 직접공사비와 공사기간에 따라 변동되는데 이 사건에서 청구하는 내용은 공사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증가된 간접공사비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시공사들은 공기연장 간접비 미지급의 경우 공공발주기관의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으로, 최초 계약(총괄 계약)보다 공사기간이 늘어난만큼 공사비를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와 발주기관은 총괄 계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차수별 계약을 통해서만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그 지급을 거절해 왔습니다.
이 사건은 위와 같이 첨예하게 대립된 간접비 지급여부에 대하여 사실상 가장 먼저 진행된 사건으로 그 결과에 따라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많은 주목을 받은 사건입니다.
2. 1심 및 2심의 판단
이와 같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22179)은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피고 서울시에 대한 청구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즉 1심은 총공사기간 연장을 이유로 증가한 간접공사비 지급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하였습니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3나2020067)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하고, 서울시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1심과 동일한 판단을 하였고 다만 1심에서 인정한 추가공사비의 합계에 오류가 있어 이를 바로 잡는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기획재정부 등에 질의를 하였는바, 장기계속공사에서 차수별 계약서 외에 총괄계약을 내용으로 하는 별도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하는지, 공사계약이행보증금을 최초에 일시 납부하는지, 차수별 계약 때마다 나눠 납부하는지, 차수별 공사 사이에 공백기에 발생하는 간접비를 그 다음 차수별 계약에 반영요청을 할 수 있는지, 차수별 계약을 체결할 때 총공사기간이 연장됨을 이유로 늘어난 간접비를 반영요청을 할 수 있는지, 총공사기간이 지난 후 총공사물량이 증가하면 차수별 계약 시 간접비 증액이 가능한지 등 모두 5가지가 그 질의 내용이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런데 대법원은 2018. 10. 30.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원고인 건설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취지의 파기환송판결을 하였습니다. 즉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공사기간이 최초로 부기한 공사기간보다 연장된 경우에 공사기간이 변경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계약금액 조정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위 판결에서 다수의견(9인의 대법관 의견)은 장기계속공사계약은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에 관하여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개개의 사업연도별로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선 1차년도의 제1차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을 부기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전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1차공사에 관한 계약 체결 당시 부기된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에 관한 합의를 통상 총괄계약이라 칭하고 있는데, 총괄계약은 그 자체로 총공사금액이나 총공사기간에 대한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각 연차별 계약의 체결에 따라 연동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장기계속계약의 당사자들은 총괄계약의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기간을 각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잠정적 기준으로만 활용할 의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보이고, 각 연차별 계약에 부기된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기간 그 자체를 근거로 하여 공사금액과 공사기간에 관하여 확정적인 권리의무를 발생시키거나 구속력을 갖게 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따라서 총괄계약의 구속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이행의사의 확정, 계약단가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결론적으로 계약금액 증액, 즉 간접비 추가지급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을 하였습니다.
이에 반대의견(4인의 대법관 의견)은 다수의견은 총괄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면서도 그 효력이나 구속력을 제한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는 국가계약법 등이 추구하는 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하고, 구체적 관련 규정에도 반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장기계속공사계약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이나 계약조건은 국가가 입법하거나 정한 것으로 이러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하여야 하고 부기한 총공사기간에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가 관련 법령과 계약조건에 명확하지 않다면 계약상대방인 원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구속력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및 앞으로의 문제점
본 판결은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공사기간이 최초로 총괄계약에 부기한 공사기간보다 연장된 경우에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이 처음으로 명시적인 판단을 한 판결입니다. 기존 하급심 판결의 경우 결론이 여러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고 이에 대하여 대법원의 최종적인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툼이 매우 많았으나 본 판결에 따라 동일 쟁점의 다른 사건 역시도 동일한 결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장기계속공사계약의 운영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법률 분쟁발생을 방지하고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제고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현재 시공사들이 32개 주요 발주기관을 상대로 간접비 소송을 진행하는 내역은 총 260건, 소송가액 1조 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시공사들이 진행하는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계약만 체결해놓고 예산 배정을 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시공사들과 같은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 없이 계약기간을 변경하는 경우 추가 소요비용을 계약금액 조정 때 반영할 수 있도록 법령 및 계약예규의 개정을 통하여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현재 하급심에서 소송계속 중인 사건 중에는 당초 장기계속공사계약으로 체결되었으나 추후 계속비 계약으로 변경된 사안들이 다수 있고, 그 유형도 장기계속공사계약일때 총 공사기간이 늘어난 이후 계속비계약으로 변경된 경우와 장기계속계약에서 계속비계약으로 계약형태가 변경됨과 동시에 총 공사기간이 늘어난 경우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바, 이와 같은 사안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 판결에서는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안에서는 하급심에서 계속된 공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